▲5년 공공임대는 사실상 분양 아파트나 마찬가지다. 경기지방공사 '자연&' 5년 공공임대 견본주택오마이뉴스 박수원
"몇 호 당첨되셨어요?"
경기지방공사가 분양하는 동탄 신도시 '자연&' 5년 공공임대(시공사 : 경남기업, 우림건설) 계약일인 1월 4일 오후 1시.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견본주택에서 계약을 마치고 나오는 입주권자들을 향해 2~3명의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파실 거면 (명함을 건네며) 이 쪽으로 연락 주세요. 잘 해드릴게요."
"피(프리미엄)가 어느 정도 되는데요."
"30평은 3000만원, 33평은 4000~5000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되요."
입주권자를 따라붙었던 사람들은 동호수를 메모하고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건넸다. 프리미엄을 주고 5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넘기라고 나선 이들은 일명 걸어다니는 '떳다방'.
경기지방공사 동탄 신도시 '자연&' 견본주택 주변은 이들 '떴다방'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단속을 의식한 탓인지 떳다방들은 따로 천막을 치고 있지는 않았다. 대신 모델하우스 후문 주차장 뒤에 커피와 오뎅을 파는 천막 안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천막 안에서 핸드폰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인원은 대략 30여명. 이들 손에는 '자연&' 5년 공공임대아파트의 층수와 위치, 그리고 평형 정보가 담긴 팸플릿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서로서로 물량과 가격을 점검했다.
"30평 물딱지(건설사나 분양대행사가 분양 대기자 몰래 웃돈을 받고 중개소에 넘긴 미분양 아파트 분양권 혹은 다른 사람 명의의 청약 통장을 사서 당첨된 분양권) 2600만원에 넘겼어. 물건 나온 거 없냐?"
동탄 신도시 매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아무개 실장은 "5년 공공임대의 경우 분양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이번에는 거래도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다"면서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입주권자 이름은 바꾸지 않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 절차를 거치면 된다"면서 "매수자가 분양금을 대납한 이후에 나중에 명의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안 되지만 공공연한 일"
경기지방공사는 동탄 신도시 2-3블록과 2-5블록에 5년 공공임대 아파트 30평 714세대, 33평 382세대(총1096세대)를 지난해 12월 말 분양했다.
5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무주택 서민을 위한 아파트이기 때문에 30평은 6800만원, 33평은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다. 경기지방공사가 공개한 30평의 원가는 약 1억7600만원, 33평은 약 1억9400만원이다.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은 30평은 보증금 5400만원(월 임대료 약 44만원)이며 33평은 보증금 5900만원(임대료 약 49만원)수준이다. 7% 정도의 금리를 적용할 경우 30평 분양가는 1억1700만원, 1억3000만원 정도다.
이는 민영주택 분양가의 60% 수준이다. 물론 5년 공공임대의 경우 임대기간 종료 후 분양 전환을 하면서 분양가 산출을 기존 원가와 감정가를 더해 1/2로 나누고 가격에 대해 다시 건교부의 승인 절차를 받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요인은 물론 있다.
그러나 워낙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에 한 번 입주권을 얻으면 그 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혜택으로 인해서 5년 공공임대는 법적으로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혼인, 상속, 근무지 변경의 경우 한 번의 명의전환이 허용되기 때문에 이 점을 악용, 분양권 전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다 다른 사람 명의의 청약통장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물딱지' 거래까지 생기고 있다.
싼 가격에 공급되는 만큼 입주권을 확보할 경우 그 만큼 시세차익을 거두기가 용이하다. 경기지방공사가 공급한 동탄 신도시 '자연&' 5년 공공임대 아파트도 일반공급 1순위에서 모든 세대가 마감되고 평균 3.3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2004년 8월 이후 개발계획승인을 받은 60만㎡ 이상의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분양 전환이 가능한 5년 공공임대 대신 10년 공공임대가 생겼다.
경기지방공사 "전혀 몰랐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경기지방공사 '자연&' 견본주택 주차장 뒷쪽. 이곳에 위치한 천막 안에서 '불법 전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오마이뉴스 박수원
경기도 수원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자연&' 5년 아파트의 경우 인기가 높았던 만큼 30평은 청약저축 40회, 33평은 56회까지 넣어야 당첨이 가능했다는 이야기 있었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30평은 3000만원, 33평은 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명의 변경을 허용하고, 명의 변경시 심사도 적당히 하기 때문에 5년 공공임대의 경우 불법 전매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주택공사 5년 공공임대의 경우도 불법 전매가 관행화 돼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공사 '자연&' 5년 공공임대 분양 담당자는 "입주권이 불법 전매되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견본 주택에는 계약자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불법 전매에 대한 주의를 요하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워낙 부동산 비수기이기 때문에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온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 부분은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5년 공공임대 불법 전매에 대해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성달 부장은 "이 제도를 유지시키고자 한다면 명의 변경 자체를 금지해야 하고, 불가피한 이유로 인해 분양권자가 입주를 못할 경우에는 공공(주택공사나 지자체)이 다시 환매를 통해 입주권자 모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이어 "원칙적으로는 5~10년 공공임대는 폐지되는 것이 맞다"면서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이 싼 택지공급과 국민주택기금 지원으로 인해 건설업체와 시세 차익을 남기는 몇몇 소수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어 본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임대아파트도 제각각... 5년 공공임대는 특별? | | | | 임대 아파트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임대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건설하거나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여 임대하는 주택을 공공건설임대주택으로 부른다. 또 다른 한편에 민간 임대주택이 있다.
공공건설임대주택에는 계약 기간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5년 임대주택과 분양전환하지 않는 임대주택(영구임대, 50년 공공임대, 국민임대)이 있다. 공공건설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영구임대는 7~13평(전용면적- 이하 평수 모두 전용면적기준) 규모로 생활보호대상자를 비롯한 영세민이 입주하며 건설비의 85%가 국가재정으로 지원된다.
50년 공공임대는 13평 이하 규모로 무주택청약저축가입자나 청약가입과 별도로 철거세입자, 보훈대상자 등에 특별공급된다.
국민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98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는데, 15평 이하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50% ,15평 이상은 70% 이하, 18평 이상은 100% 이하인 무주택소유자 대상으로 공급된다.
시중전세가격의 60~85% 수준의 임대조건으로, 최장 30년의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0만호 국민임대주택 건설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우리 나라의 장기임대주택비율(영구·50년·국민임대)은 2004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의 2.6%에 불과한 상태다.
반면 계약 기간이 지난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5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시세에 비해 싼 가격에 공급돼 최초 분양권자에게 높은 시세차익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5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사실상 분양 아파트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문제로 인해 2004년 8월 이후 개발계획승인을 받은 60만㎡ 이상의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분양 전환이 가능한 5년 공공임대 대신 10년 공공 임대가 생겼다.
임대 아파트 사업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주택공사는 2006년도에 4만 9324호 물량 가운데 국민임대 2만 4899호, 분양 1만 8654호, 5년~10년 공공임대 5259호, 50년 임대 512호 공급이 예정돼 있다. / 박수원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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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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