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두 차기 주자가 당에 복귀하는 연초에 개각 파문이 일었다. 차기 주자들로선 이번 입각이 가져올 여권 내 차기주자군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당에 복귀신고를 하는 정동영 전장관과 김근태 전장관오마이뉴스 이종호/권우성
[차기주자] 정동영·김근태 "우리가 돌아왔다"
| | | 최재천 "당정청 특별기구 만들자" | | | | 노 대통령의 개각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18인 서명파' 중 한 명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5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참여정부의 위기는 당정청 소통의 위기"라며 "청와대 정책실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공동 위원장이 되는 특별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최 의원은 "반(反)유시민이라고? 당정청의 의사소통 부재가 문제"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참여정부 당선자 시절 구성되어 있던 정권인수위원회 같은 특별기구를 만들자"며 "지난 3년에 대한 과감한 평가, 남은 2년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로드맵 작성을 임무로 삼는 기구"라고 정의했다. 그 명칭은 '참여정부의 정책평가 및 성과관리위원회'로 제시했다.
최 의원은 "의사 결정 라인에 있어서 소통부재가 당정청의 전략부재로 이어지고 범여권의 정책 혼선 또는 난맥으로 이어지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의사소통이나 정책결정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 | |
공교롭게도 두 차기 주자가 당에 복귀하는 연초에 개각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정치의 중심은 당이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전념하고 선거 등 현실 정치의 주도권은 당이 쥐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근태 전 장관은 지난 2일 당 복귀 신고식을 하며 "정치의 중심은 당이 되어야 한다"며 "당정 역할 분담에서 대통령의 레임덕은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각 파문이 '주도권' 다툼의 전조라는 해석이다.
"당을 무시한 것 아니냐"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당청은 서로 권한의 범위를 놓고 맞섰다. 당에선 청와대 만찬을 앞두고 '개각 반대' 연판장이 돌았으나 노 대통령이 이 '거사'가 완성되기 하루 전 선수를 침으로써 반쪽짜리로 끝났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입각을 일단 한번 유보한 것으로 당내 의견은 수렴했다는 것이고, 그 이상은 월권이라는 인식일 수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발언은 이같이 미묘한 당·청 긴장기류를 대변한다. 정 전 장관은 5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각 문제와 관련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집권여당의 자부심과 긍지에 상처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차기 주자들로선 이번 입각이 가져올 여권 내 차기주자군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범친노 그룹에선 개각 파문을 '정동영계의 조직적인 견제'라고 바라본다. 참정연의 한 초선 의원은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유시민 의원이 차기 주자로서 부상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말했다.
백원우 의원은 '정세균 입각'에 대해 "정 의장이 연말 국회를 잘 이끌었고 또 열린우리당이 현재 갖지 못한 '경제' 코드를 갖고 있어 장관으로 잘 활동하고 나면 내년 예비 경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얘기다.
[지방선거] "지지율 낮은 대통령과 거리 두기"
무엇보다도 차기주자들의 책임 하에 치러지는 5월 지방선거가 문제다.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면 이들의 거취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유시민 입각' 반대를 정동영 전 장관쪽에서 주도한 배경에는 그런 다급함도 있다. 당의장 당선이 유력한 정 전 장관 입장에선 지방선거 후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지율 낮은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는 일차 과제다. 노 대통령의 '대리자'로 인식되는 유시민 의원의 입각은 그야말로 '악수'다. 한 의원은 작년 10·26 재선거 패배 요인으로 천정배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들었다. 한나라당의 '색깔론'이 먹힐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김영춘 의원은 '유시민 입각' 반대 이유에 대해 "업무 수행과 자질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게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지 않냐"며 "국민과의 정서적 소통에 실패했고 유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입각이 '반(反)노무현' 정서를 확산시킨다고 본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그의 재능을 부정하진 않는다, 일을 잘 할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양극화 해소가 여권이 내세운 큰 정책 목표인데 연일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유시민 때리기'를 하면 과연 국민들에게 어필이 되겠냐"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