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엇박자 넘어 딴살림으로?

[분석] '반 유시민 전선'에 깔린 세 가지 복선... 격돌은 피했지만

등록 2006.01.06 10:26수정 2006.01.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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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지도부는 5일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 발표에 따른 당내 반발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5일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 발표에 따른 당내 반발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격돌은 일단 비껴가게 됐다."(유기홍)
"반발기류가 봉합되기는 어렵다."(이호웅)


5일 '청와대 만찬' 참석 여부 등 개각 반발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된 지도부 긴급 회동에 다녀온 비상집행위원들의 참석 후기다. 종합하면 격돌은 피하게 됐지만 봉합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청의 긴장도는 보다 높아졌다.

노 대통령의 개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18인 서명파는 "향후 당·청 관계의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호웅 의원은 한발 나아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인화물질로 둘러싸여 있는 폭발물이다, 조심스럽게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당·정·청 쇄신 요구는 오래된 얘기다. 17대 국회 들어 '당정 엇박자'는 열린우리당의 단골 문제였고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폭발하기도 했다. 작년 10·26 재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문희상 체제가 막을 내릴 때도 당·정·청 쇄신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제왕적 총재가 지배하던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당원'인 당정 분리의 과도기적 진통이라는 진단은 한가하게 들린다. 정동영·김근태 차기주자들의 당 복귀와 5월 지방선거, 개헌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둔 상황. 그런 점에서 '유시민 입각'은 장관 한 명의 인선 문제를 너머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근본적인 지각변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유시민 장관 발표에 한광원 의원은 "대통령이 당을 버렸다"고 말했고, 노사모 대표인 노혜경씨는 "당을 따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반노·친노 선을 그었다. 야당에서조차 "열린우리당 내 정계개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두 차기 주자가 당에 복귀하는 연초에 개각 파문이 일었다. 차기 주자들로선 이번 입각이 가져올 여권 내 차기주자군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당에 복귀신고를 하는 정동영 전장관과 김근태 전장관
공교롭게도 두 차기 주자가 당에 복귀하는 연초에 개각 파문이 일었다. 차기 주자들로선 이번 입각이 가져올 여권 내 차기주자군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당에 복귀신고를 하는 정동영 전장관과 김근태 전장관오마이뉴스 이종호/권우성

[차기주자] 정동영·김근태 "우리가 돌아왔다"


최재천 "당정청 특별기구 만들자"

노 대통령의 개각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18인 서명파' 중 한 명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5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참여정부의 위기는 당정청 소통의 위기"라며 "청와대 정책실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공동 위원장이 되는 특별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최 의원은 "반(反)유시민이라고? 당정청의 의사소통 부재가 문제"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참여정부 당선자 시절 구성되어 있던 정권인수위원회 같은 특별기구를 만들자"며 "지난 3년에 대한 과감한 평가, 남은 2년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로드맵 작성을 임무로 삼는 기구"라고 정의했다. 그 명칭은 '참여정부의 정책평가 및 성과관리위원회'로 제시했다.

최 의원은 "의사 결정 라인에 있어서 소통부재가 당정청의 전략부재로 이어지고 범여권의 정책 혼선 또는 난맥으로 이어지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의사소통이나 정책결정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두 차기 주자가 당에 복귀하는 연초에 개각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정치의 중심은 당이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전념하고 선거 등 현실 정치의 주도권은 당이 쥐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근태 전 장관은 지난 2일 당 복귀 신고식을 하며 "정치의 중심은 당이 되어야 한다"며 "당정 역할 분담에서 대통령의 레임덕은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각 파문이 '주도권' 다툼의 전조라는 해석이다.

"당을 무시한 것 아니냐"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당청은 서로 권한의 범위를 놓고 맞섰다. 당에선 청와대 만찬을 앞두고 '개각 반대' 연판장이 돌았으나 노 대통령이 이 '거사'가 완성되기 하루 전 선수를 침으로써 반쪽짜리로 끝났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입각을 일단 한번 유보한 것으로 당내 의견은 수렴했다는 것이고, 그 이상은 월권이라는 인식일 수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발언은 이같이 미묘한 당·청 긴장기류를 대변한다. 정 전 장관은 5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각 문제와 관련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집권여당의 자부심과 긍지에 상처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차기 주자들로선 이번 입각이 가져올 여권 내 차기주자군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범친노 그룹에선 개각 파문을 '정동영계의 조직적인 견제'라고 바라본다. 참정연의 한 초선 의원은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유시민 의원이 차기 주자로서 부상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말했다.

백원우 의원은 '정세균 입각'에 대해 "정 의장이 연말 국회를 잘 이끌었고 또 열린우리당이 현재 갖지 못한 '경제' 코드를 갖고 있어 장관으로 잘 활동하고 나면 내년 예비 경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얘기다.

[지방선거] "지지율 낮은 대통령과 거리 두기"

무엇보다도 차기주자들의 책임 하에 치러지는 5월 지방선거가 문제다.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면 이들의 거취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유시민 입각' 반대를 정동영 전 장관쪽에서 주도한 배경에는 그런 다급함도 있다. 당의장 당선이 유력한 정 전 장관 입장에선 지방선거 후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지율 낮은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는 일차 과제다. 노 대통령의 '대리자'로 인식되는 유시민 의원의 입각은 그야말로 '악수'다. 한 의원은 작년 10·26 재선거 패배 요인으로 천정배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들었다. 한나라당의 '색깔론'이 먹힐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김영춘 의원은 '유시민 입각' 반대 이유에 대해 "업무 수행과 자질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게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지 않냐"며 "국민과의 정서적 소통에 실패했고 유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입각이 '반(反)노무현' 정서를 확산시킨다고 본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그의 재능을 부정하진 않는다, 일을 잘 할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양극화 해소가 여권이 내세운 큰 정책 목표인데 연일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유시민 때리기'를 하면 과연 국민들에게 어필이 되겠냐"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노 대통령의 탈당도 아직은 예정에 없어 보인다. 1월 중순 발표될 '노무현 구상'이 남아 있다. 사진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 지난 2003년 10월 네티즌 비상시국 대토론회에서 '신당으로 뭉쳐 노무현을 살리자'라고 쓰여진 수건을 흔들며 연단에 올라간 유시민 당시 개혁당 의원.
노 대통령의 탈당도 아직은 예정에 없어 보인다. 1월 중순 발표될 '노무현 구상'이 남아 있다. 사진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 지난 2003년 10월 네티즌 비상시국 대토론회에서 '신당으로 뭉쳐 노무현을 살리자'라고 쓰여진 수건을 흔들며 연단에 올라간 유시민 당시 개혁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통합론] "서부권 연합 vs 영남개혁 부활"

"둘만 설득하면 되는데…."

'민주당 통합'을 바라는 의원들이 곧잘 하는 말이다. 노 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을 향한 말이다. 유시민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노 대통령 역시 지난해말 정세균 의장 등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 통합 논의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지배적 정서는 민주당 통합이다. 친노측의 "도로민주당이냐"는 공격에 통합론자들은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재결집'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서부권 대결집을 노리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내부통합이 절실하다"며 "범민주개혁세력의 통합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민주당과 통합은 시간을 갖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장관 역시 공식적인 언급은 않고 있지만 통합론에는 큰 이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통합론의 조건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과 친노·극좌 세력 배제를 내세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김근태 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은 위기"라며 "유권자의 이탈이 심각하다, 잃어버리는 식구를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이들의 입장에선 기간당원제에 목숨거는 유시민 의원과 한나라당 대연정을 제안하는 등 '영남 개혁 세력'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는 노 대통령은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유시민 의원은 최근 한 사석에서 "내가 왜 나가요? 통합할 분들은 나가서 하시면 되죠"라고 말하며 짐짓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노 대통령의 탈당도 아직은 예정에 없어 보인다. 1월 중순 발표될 '노무현 구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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