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전 장관의 준비된 인사말은 길지 않았다. "초심과 하심을 새겨 민심을 딛고 일어서자"며 산사에서 보내는 자신의 근황을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공식 출사표는 다음주로 미뤘다. 차기 당의장으로 가장 유력한 정 전 장관은 아직까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오늘은 당에 신고를 하러 온 것"이라며 "좀더 원로 선배님들과 동료, 선후배들과 상의해서 다음 주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온 것은 정동영이 어떻게 당에 헌신할까였다"며 "저는 평당원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도 아니다, 당원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약식 티타임에서도 같은 질문은 이어졌다. 역시 정 장관은 출마의 경우와 불출마의 경우 모두에 여지를 남기는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정 장관은 "당이 살지 않으면 개인의 미래는 없다"며 기득권을 버릴 각오를 내비치면서도, "다만 당이 어렵고, 예상되는 행로도 가시밭길이지만 피할 생각은 없다"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고민은 최근 당내 사정이 대변하기도 한다. '유시민 입각' 반대를 정동영계가 주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무슨 일이 터지면 대개는 무슨 '계'가 어떻다고 하는데 사실 관계에서 한참 벗어났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어 개각 후유증에 대해 "집권여당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의원들의 정서를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대통령의 권위에 부담이 생긴 것도 대단히 안타깝다"고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장관으로서는 최근 당내에 조성되고 있는 '반(反)정동영' 흐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욱이 1월말 원내대표 경선이 '김한길 vs 배기선' 2파전이 되면서 전당대회 전초전의 성격을 띠는 것도 그렇다. 정동영계를 대표하는 김 의원에 맞서 김근태계와 범친노 그룹이 '배기선 추대'로 맞서는 모양새다. 작년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유시민 의원이 주도하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과 김근태 장관측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기도 했다.
또한 5월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을 누구보다 크게 느끼는 처지다. 승리는커녕 수도권과 호남 각각 한 석씩 건지는 '의미 있는 패배'에 대한 비전이 현재 당에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지방선거 후폭풍은 당의장 책임론으로 제기될 수 있다.
당청 갈등 "집권여당 자부심에 상처, 대통령 권위에도 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