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내 사학재단, 교육자이길 포기했나"

제주 교육 및 시민단체, 사학 신입생 배정 거부 강력 비난

등록 2006.01.06 14:32수정 2006.01.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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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제주 지역 5군데 사학재단이 신입생 배정를 거부한 데 대해 지역 학부모와 교원단체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기자회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학재단의 행태를 강고 높게 비난하는 등 지역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a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이 6일 오전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재단을 형사고발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이 6일 오전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재단을 형사고발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 제주의소리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학재단이 끝까지 신입생 배정 명단 수령을 거부할 경우, 이사승인을 취소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 제주시내 5개 고등학교 총동문회가 긴급 모임을 열고 신입생 배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등 제주 지역사회가 한 목소리로 사학재단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제주지부와 전교조 제주지부,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6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해 벽두 제주도내 사학재단이 아이들을 볼모로 가장 비교육적인 행태를 보이는데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제주도내 사학재단은 진정 교육자이기를 포기하고자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교육단체는 "사학재단들은 사학법 개정 이후 학교 폐쇄와 신입생 모집 중지 등 대국민협박을 하고, 헌법소원을 제출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신입생 배정명단 수령을 거부하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왜 사학법이 개정돼야 하는지 그들 스스로가 행동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며 말했다.

이들은 "사학재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판결을 기다려야 하며, 만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후, 제주도교육청에 대해서도 "더 이상 사립재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이들이 끝까지 신입생 수용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이사 승인을 취소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사학재단 비리 고발창구를 마련하고 사학이 끝내 학생배정을 거부하면 학교법인에 대해 형사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제주도당도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학습권 침해와 지역사회 공동체 근간을 흔드는 신입생 배정거부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신입생 배정거부 방침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시내 일반계고 신입생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학교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가 현실화 된다면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도민 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더구나 5개 사립고의 신입생 배정 거부 결의가 전국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자칫 제주가 새해 벽두부터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전국적 파행의 발원지라는 오명에 처해지지 않을지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환경연대는 "사학법 개정에 따른 논란이 한나라당 국회등원 거부사태 등 정치적, 이념적 논란으로 변질되고 있는 형국에서 제주 사립고가 전국적인 정치적, 이념적 논란의 중심에 선 사학법 개정을 이유로 신입생 등원거부 결의에 나서는 것은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망각한 처사로서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환경연대는 "사학법 개정은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염원해 오던 내용이 실현된 것으로 개방형 이사제와 투명한 예결산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법개정 내용은 국민 누구나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시대흐름에 비춰 상식선에서 이미 마련되었어야 할 문제"라고 사학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유권 침해 등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사회적 대결의 도구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에 다름아니며, 신입생 배정거부 결의에 나선 도내 5개 사립고의 처사는 사학운영이 지역사회의 교육담당자라는 양심과 긍지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 실은 경영이윤 면에서 임해 왔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 5일 저녁 늦게 급거 제주에 내려 온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양성언 교육감과 함께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5일 저녁 늦게 급거 제주에 내려 온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양성언 교육감과 함께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사립학교법 개정의 내용을 떠나 사학이 법 개정을 이유로 고교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등 학생들을 볼모로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은 문제 해결의 방향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우려하며 "개방형 이사제 도입으로 일부 사학재단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재단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 사학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학이념을 훼손하고 불순한 세력이 사학을 장악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워 신입생 배정거부 등 교육운영에 악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결국 사학 스스로가 내세운 건학이념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도 "제주도내 사학법인들의 신임생 배정 거부 움직임은 시대적 흐름을 거부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사학법인들의 그런 움직임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대한 반발만 커질 뿐"이라고 비난했다.

제주지역에서 신입생 배정 명단 수령을 거부한 사립학교와 배정학생은 제주시내 일반계 고교인 오현고(208명), 대기고(273명), 남녕고(340명), 신성여고(274명), 제주여고(276명) 등 5개 학교 1471명으로 이는 제주시내 전체 신입생의 60.1%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 이들 학교가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경우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제주시 고등학교의 예비소집은 오는 9일 오전 10시이다. 이에 앞서 5일 저녁 제주에 급거 내려온 김영식 교육부 차관은 제주도교육청에서 양성언 교육감 등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여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아직 충분한 시간은 있기 때문에 사립고등학교들을 설득, 신입생 배정을 수용하도록 하겠으나 이들이 끝내 신입생을 배정을 거부할 경우 고발은 물론 관선이사를 위촉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재홍 기자는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재홍 기자는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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