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오도엽
이건 아니다 싶어 사직서를 낸 강씨는 서울 ㄱ대학 법학과에 들어갔고, 직장 생활을 했다. 산을 좋아하고, 나무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섬 청년 강씨는 몸은 치열한 경쟁의 직장에 있었으나, 마음은 늘 고향 마을 뒷산에 있었다. 인터넷에서 강씨의 닉네임은 '나무신장'이다. 나무를 만지면 기운을 얻는다는 강씨의 몸은 나무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먹은 것들이 너무 생각이 나요. 꿩밥 알아요? 출난이라고도 하지. 학교 다니면서 배고플 때 참 많이 먹었어요. 대는 달고, 파란 꽃은 쌉싸름하거든요. 그런데 이 두 맛이 조화를 이루는데, 어떤 과일도 따로 오지 못해요."
어릴 적 배고픔을 달래주던 아련한 추억의 맛을 통해, 강씨는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정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씨앗을 찾아 헤매고, 직접 기르고, 때론 남에게 나눠주는 일이 기쁘다고 한다. 강씨의 준서, 준혁 두 남매는 산의 나무를 자기 아빠가 다 심은 줄 안다고 한다. 그가 나무를 사랑하고 심는 일은, 이웃도 동료도 없이 경쟁에 갇혀버린 콘크리트 장막에 나무에 뿌리를 내려 균열을 내고 싶은 섬 소년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원주 부론면에 온 지 8년이 되었다. 그의 귀농도 여느 사람처럼 현실의 어려움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좀처럼 수입은 없고, 객지 사람이 마을에 뿌리내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