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꾸 도. 내 주특기가 빠꾸 도다.박철
운 좋게 첫 판은 해 볼 것도 없이 내리 두 판을 이겼다. 아내는 비장한 표정으로 장롱에서 만 원권 지폐를 꺼내준다.
"당신 만날 돈 없다고 하면서 내 몰래 꼬부쳐 둔 돈 많은가 보지? 돈 없다고 생활비 가지고 돈 따먹기는 하지 마시오. 오늘은 아무래도 당신 안 되겠는데…."
"걱정 마세요. 내가 당신 기 살려주려고 져 주는 거야. 그것도 모르고…. 무슨 남자가 조금 이기면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지면 판 뒤집고 치사하게 돈도 안 주고 도망치고. 남자가 매너가 좋아야지."
아내가 슬슬 약이 오르는 모양이다. 오늘 따라 윷가락이 담요에 찰싹 붙는다.
"으랏샤샤! 두 모에 걸이다. 아이고, 당신 거 뒤졌네."
"무슨 말을 그렇게 원색적으로 해요. 애도 있는데…."
"지금 돈 따먹기 하는데 신사적으로 하면 되나? 원색적으로 해야 기가 나서 잘 되는 것이지."
아내는 집요한 데가 있다. 나는 목소리만 크고, 아내는 진돗개처럼 승부근성이 강하고 독한 데가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 '초전 끗발 개 끗발'을 외치며 다부지게 윷가락을 던진다. 분위기가 금방 아내 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간다. 윷가락 하나가 마지막으로 떨어지면서 다른 윷가락을 치는데 단박에 모가 네 번이 나온다.
"당신 무슨 윷을 그렇게 던져? 그렇게 낮게 던지면 무효야."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줄 아는가 보지. 이게 다 우리 엄마한테 배운 실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