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의 폐선 (2005년 9월 계화도)허정균
밀물 때 만경대교에서 바라보는 만경강은 참으로 장관이다. 바닷물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하구 둑으로 다 막아 버린 다른 강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강 하구에 댐이 없는 만경강과 동진강에서만 볼 수 있다. 썰물 때면 치고 올라간 바닷물이 다시 후퇴하기 시작한다. 간조가 되면 끝 간 데 없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간신히 갯골을 따라 강물이 육지에서 갯벌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먹이인 온갖 유기물질을 싣고 내려와 풀어놓는다.
따라서 하류일수록 바닷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 염분농도가 높고 상류로 갈수록 염분 농도가 옅어진다. 다양한 염분 농도가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이처럼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에는 서식 환경이 위치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강 하구를 틀어막지 않은 하구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어족자원의 보고인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를 멀리 둘러서 틀어막으며 하구역 갯벌을 없애는 공사이다. 33km 방조제가 뻗어나가며 전북의 포구가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1방조제 안쪽 부안군 하서면 돈지 포구, 이장이 5명이나 되었던 돈지 포구가 가장 먼저 폐허가 되었고, 108세대 가운데 102세대가 갯벌에만 의지해 살던 군산 내초도 주민들은 이미 갯벌을 포기했다. 젊은이들은 다 빠져나갔고 노인들만 남아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장에 나간다. 280명이나 되던 내초초등학교 학생들은 9명으로 줄었다. 멸치잡이배의 흥겨운 ‘세노야’ 가락으로 넘실대던 하제포구엔 폐선들만 즐비하다.
보석같은 소금을 담아내던 옥구염전엔 골프장 농약병이 나돌며, 칠산바다를 장엄하게 물들이며 함지로 들어가던 해를 보던 심포항엔 인적이 끊어졌다.
방조제가 뻗어나가며 물길이 달라지자 방조제 밖에서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특히 칠산어장의 중심인 위도 어민들의 피해는 막대한 것이었다.
"저 앞 치도로 들어가는 뻘이 옛날에는 축구를 하고 놀 정도로 딴딴했어요. 그런데 새만금 막으면서 점점 여기 말로 죽뻘이 쌓여 지금은 푹푹 빠집니다."(2003년 7월 위도주민 서대석씨)
유속이 둔화되면서 위도 일대의 해역에 뻘이 차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위도 돌아다니면 도로에 막 그물을 널어놓았는데 이게 일종의 시위를 겸하고 있습니다. 차가 다닐 때 위험하고 냄새도 나고 해서 면이나 파출소에서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닌데 시위적으로 널고 있어요. 이게 새만금하고 연관이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방조제를 막아서 물의 유속이 죽다보니까 뻘이 차오릅니다. 어느 정도냐면 어초를 심은 것이 다 묻혀버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물을 쳐 두면 때꼽째기라고 하는데 그물에 때꼽째기가 잔뜩 끼어 나오고 그물이 막히는 겁니다. 그러면 고기가 안 잡힙니다. 그래서 이걸 말려가지고 일일이 전부 도리깨질을 해서 텁니다."(2003년 7월 위도주민 서대석씨)
이러다 보니 그물을 말려 터는 동안 1~2천만 원의 돈을 들여 그물 한 벌을 더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도 아니다. 어족자원이 줄다 보니 점점 더 먼 바다로 나가야 되고 배가 더 커져야 했다. 따라서 기름값도 더 많이 들었다. 어민들은 점점 눈덩이 불어나듯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