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매력적인 백만장자 올리비에가 결국 반쪽을 찾다.' 프랑스 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1편.ACTU STAR
이에 <프랑스2,3,5>채널을 아우르는 '프랑스 텔레비전'의 전임 사장 마크 테시에는 "리얼TV를 방영하는 경솔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민영 채널과의 대비를 명확히 하기도 했다.
<엠시스>가 청소년을 겨냥한 반면 <테에프1>은 프랑스에서 가장 넓은 시청자 계층을 보유하고 있다. 옛 제국주의 프랑스에 강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중노년층을 겨냥한 <테에프1>은 현존 채널 중 극우당 국민전선(FN) 지지자들의 구미에 가장 적합한 채널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미디어 재벌 '부이그' 그룹이 태반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테에프1>은 지난 1995년 대선 당시 '부이그'의 측근이자 우파 정당인 프랑스 민주연합(UDF) 후보 에두아르 발라뒤르를 공공연히 지지하며 선거 운동을 펼쳐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외국인 이민자를 향한 적개심을 조장할 목적으로 극우당 국민전선이 '치안 부재' 문제를 부각시켰던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보도도 논란을 일으켰다. 대선 1차전 전날 오를레앙 근교에서 폭행당한 뒤 불에 탄 사체로 발견된 부아즈 노인 사건의 용의자로 '확증 없이' 인근 아랍인들을 지목하는 방송을 내보낸 것. 방송은 이민자 범죄에 초점을 맞춰 인종 간 불신을 부채질했고 '이민자로 인한' 극심한 실업문제를 부각시켰다. 이로 인해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후보가 대선 2차전에 오르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2004년 7월 10일 발생한 '마리 L.' 사건과 관련된 보도는 더 충격적이다. 당시 마리 L.(27)은 파리 교외선(RER)에서 흉기를 든 아랍 청년 6명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폭행한 뒤 배에 나치문양을 그려놓고 달아났다고 증언했으나 다음 날 허위 신고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테에프1>은 '마리 L' 사건이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라며 이민자 범죄 위협을 끊임없이 강조해 다시 한 번 프랑스에 인종주의를 조장했다. 사회당(PS) 의원 줄리앙 드레가 'TF1'을 'TFN', 즉 극우당 '국민전선(FN)의 TV'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 것은 이 같은 일련의 편파 보도 사태에 기인한다.
레지스탕스 정신 강조하는 프랑스 공영방송
반면 조선총독부와 미군정청을 거쳐 군사 독재 정권의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된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는 한국의 공영방송과 달리 프랑스의 공영방송은 레지스탕스 정신 위에 세워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됐을 때도 프랑스 TV는 나치의 선전선동에 이용되지 않았다. 독일 점령군을 위한 오락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이 전부였다. 해방이 되자 프랑스는 항독 국민회의(C.N.R)의 결정에 따라 국가가 모든 방송을 손에 쥐었다.
이후 모든 방송을 통합한 유일방송 기관 <프랑스 라디오-텔레비전(RTF)>이 등장했으며 이것은 <오에르테에프(ORTF)>를 거쳐 프랑스 공영채널을 총괄하는 <프랑스 텔레비전>으로 재탄생했다. 이때부터 프랑스 TV는 미국의 상업 방송과 부르주아에 맞서 레지스탕스 정신의 탄생을 알리게 되는데 역사가들은 이를 '승리의 독점'이라 불렀다.
그러나 1천만 시청자를 확보하는 등 TV가 대중 미디어로 자리 잡은 1968년에는 프랑스 방송계에도 돌풍이 불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드골이 TV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과 더불어 재정적 난관에 봉착하면서 TV종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벌어진 것. 이로 인해 제2의 채널이 출현하고 하루 1분씩의 광고방송이 허용되면서 민영방송의 가능성이 열렸다.
이어 현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총리였던 1974년 8월 7일, 새로운 방송법이 통과됨으로써 하나의 채널로 통일됐던 공영방송도 자체 경쟁에 돌입했다. <오에르테에프>가 붕괴됨으로써 공영채널은 세 개로 나뉘었다. 1982년엔 프랑스 최초의 민영채널인 <카날 플뤼스>의 등장과 함께 TV의 국가 독점 시대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1987년에는 공영방송이었던 <테에프1>이 민영화됐는데 이는 재정적으로 튼튼했던 공영 채널이 민영화 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상업 방송으로 시작된 미국이 1966년 공영방송 <피비에스(PBS)>를 만들어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려 노력한 것과 정반대다. 방송의 국가 독점 탈피와 위성을 통해 유입되는 외국전파, 특히 미국의 상업TV에 맞설만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TV가 시장에 좌지우지 되면서 방송의 상업화가 극대화 되는 시청률 경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수신료 혹은 광고?
프랑스 민영방송의 수입이 광고에 의존한다면, 공영 방송의 특징은 '규제'다. 고등시청각위원회(CSA)는 방송사가 올리는 3.2%의 매출을 유럽 영화에, 또 이 중 2.5%는 프랑스 영화에 투자해 TV가 프랑스 영화 발전에 기여토록 하고 있다. 각 공영 채널은 재방송을 포함해 총 60%의 유럽 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이 60%중 40%는 불어권 프로그램을 방영할 의무가 있다. 독립제작사 프로그램 선매나 공동제작도 장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