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핵이식과 처녀생식은 최초 탄생 과정부터가 다르다. 처녀 생식(parthenogenesis)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 아니라 난자만의 분열(n→2n)로 배아가 형성되는 방식을 말한다. 단성 생식의 한 경우다.
통상 체세포 핵이식이건 처녀 생식이건 핵분열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화학 또는 전기 자극을 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처녀 생식은 난자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스스로 분열하도록 유도, 줄기세포를 수립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배반포까지 배양한 뒤 줄기세포주를 확립해낼 수도 있다. 이미 호세 시벨리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원숭이 배아 복제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체세포 핵이식은 난자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핵을 짜내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방식이다. 즉, 난자 핵(n)이 제거된 상태에서 체세포 핵(2N)이 이식돼 분열을 거쳐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서울대 조사위는 두 줄기세포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었을까?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생성된 배아라면 공여자 체세포 핵의 DNA 지문과 체세포 복제를 통해 수립된 줄기세포의 DNA 지문은 같아야 한다. 다만 미토콘드리아의 DNA 지문은 달라야 한다(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 미토콘드리아 DNA 지문과 일치하게 된다).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에 따르면 난자를 제공한 B씨의 체세포 DNA와 1번 줄기세포 DNA가 48가지의 표지인자(마커) 가운데 40개에서 일치했고 나머지 8개는 일치하지 않았다. 조사위의 발표문 내용이다.
"1번 줄기세포주와 공여자 B DNA 지문이 48개 중 40개 마커에서 일치한다는 사실과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이 동일하다는 사실은 황 교수팀이 보유한 정체불명의 줄기세포(NT-1)가 사이언스 논문에 보고된 공여자 A와는 다른 공여자 B의 난자를 사용해 만들어진 세포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B와 1번 줄기세포 사이에 48개 중 8개 마커가 불일치한다는 것은 황 교수팀이 보유한 1번 줄기세포가 핵이식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만약 1번 줄기세포가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줄기세포의 DNA 지문은 당연히 알려지지 않은 체세포 공여자의 DNA와 전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체세포 제공자가 아닌 난자 제공자 B씨의 체세포와 부분 일치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서울대 조사위는 1번 줄기세포는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확립된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서울대 조사위가 최종적으로 처녀생식이라고 추정하게 된 것은 당시 1번 줄기세포가 비숙련 연구원에 의해 연습 목적으로 수행됐다는 진술 때문이다.
당시 비숙련 연구원은 1번 줄기세포의 핵이식을 시도하면서 난자의 핵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고, 이 상태에서 전기 자극을 가해 주변 세포(극체. polar body)가 유입, 처녀생식이 유도됐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난자 내부에 남아있던 핵의 일부(n)와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주변 세포(n)가 전기 자극으로 결합해 생성된 산물(2n)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처녀 생식을 통해 탄생한 배아의 DNA는 난자 제공자 체세포(2n)의 DNA와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울대 조사위는 이 가능성이 매우 높게 본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