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연구비 의혹 "네가 조사해"

검찰 "감사원이 먼저"- 감사원 "검찰 하는 것 본 뒤"

등록 2006.01.10 18:31수정 2006.01.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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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0일 황우석 교수의 연구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허위로 작성해 정부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황 교수에게 사기죄나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연구비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감사원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조차 황 교수의 연구비 수사 여부를 두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부는 10일 정부가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황 교수팀에게 순수 연구비 명목으로 지원한 연구비는 모두 113억원이고, 이중 약 84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원된 연구비 중 용처 파악이 어려운 명목으로 사용된 것이 8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검찰] "검찰 수사는 최종 판단, 감사원이 먼저 하는 게 원칙"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그 바탕 위에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황 교수가 주장하는) 원천기술이 없었다는 조사결과는 수사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고, 수사의 본류도 아니다"며 "검찰 수사의 본류는 고소·고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주장하며 김선종 미즈메디 병원 연구원을 고소한 사건을 비롯해 5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황 차장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비에 대한 수사와 관련 "담당기관인 감사원에서 먼저 검토를 하는 게 맞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일단 검찰로 공이 넘어왔으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검찰 수사가 이뤄진 뒤 뭔가 이뤄지면 안된다는 차원에서 검찰 수사가 최종 판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정부의 연구비 지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반면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당초 국가 예산과 관련한 문제는 감사원의 조사가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이 검찰로 넘어온 이상 (연구비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여건이..."

검찰 내부에서 연구비 수사를 둘러싼 이견이 있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감사원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감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황 교수의 가짜 논문을 근거로 수백억원 대의 정부 지원금을 쏟아부었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본격적인 감사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

<연합뉴스> 10일자에 따르면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황 교수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착수하기 위한 여건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다"며 "성급하게 감사를 벌이지는 않겠지만 감사가 이뤄지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그동안 연구비 지원에 대한 본격 감사의 선결 조건으로 서울대 조사위 조사 종료, 과학기술부 자체 조사 완료, 검찰조사 방향 설정과 협의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선뜻 본격 감사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해석이 제기됐다. 기업 회계와 달리 황 교수의 연구가 최첨단 생명과학 분야라는 점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자칫 감사를 실시한 뒤 잘못된 연구비 지원실태를 명확하게 규명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황 교수에 대한 정부측 지원은 주무 부처인 과기부뿐 아니라 청와대, 총리실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광범위하다는 점도 감사원으로서는 부담이다.

황우석 교수 소환, 제일 먼저? 아님 제일 나중에?

▲ 지난해 12월 23일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과 관련해 대국민사과와 함께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검찰은 이날 서울대 조사위원회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넘겨받아 분석 작업을 벌인 뒤 11일 수사 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조사위에서 자료를 받아 검찰 내부 토론을 거친 뒤 11일 오후쯤 수사주체를 결정할 것"이라며 "관련자 진술 녹취록과 실험노트, 컴퓨터 파일 등 인수 품목이 대단히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5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받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임권수 부장검사)에 특수부 검사를 파견해 특별수사팀을 만들고, 유전자 문제 등은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로부터 지원받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 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작업이 끝나면 이번 주말께부터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주요 소환 대상자는 황 교수를 비롯해 김선종 연구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ㆍ강성근 교수,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 등 출국 금지된 핵심 관련자 11명과 고소·고발 사건 관계자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한 황 교수를 가장 먼저 소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검찰이 여러 의혹에 대한 관련 자료와 진술을 먼저 확보하고 황 교수를 마지막에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황희철 차장은 '황 교수를 고소인 자격으로 먼저 소환하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인 고소 사건이라고 하지만 이미 학문적인 문제이고, 전문적인 조사가 진행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허위 논문으로 연구비 지원받았으면 사기죄 적용도 가능

황 차장은 또 '허위 논문으로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면 사기죄의 적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사기죄의 구성 요건이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고, 고소가 안된 것도 의혹이 있다는 확신이 들면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해, 황 교수가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ㆍ박종혁 연구원 등에게 제공한 5만 달러의 출처 등에 대한 수사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황 교수팀이 작년 1월 발효된 생명윤리법을 위반해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입수했는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황 교수팀의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과 미즈메디 병원 등을 압수수색해 연구비 사용 내역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고 황 교수 등의 계좌를 추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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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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