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가와 지로 <세 자매 탐정단> 앞표지이레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아카가와 지로의 <세 자매 탐정단>(2005년 11월 30일 이레 펴냄)이다.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 살인사건>과 <네 명의 죽은 자와 마지막 살인>과 <거리의 아이들 대학살 계획>, 이렇게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동안 한 권을 다 읽었다. 내가 읽은 것은 <거리의 아이들 대학살 계획>이다. 세 권 가운데 먼저 그것을 선택한 것은 사회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거리의 아이들 대학살 계획>은 일본에 있는 '거리의 아이들'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거리로 나앉은 어른들을 '노숙자'라고 한다면 거리로 나앉은 아이들을 '거리의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A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자 국가의 특수한 임무를 띤 공안원이 '거리의 아이들'을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야쿠자를 동원, 대학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세 자매의 둘째인 유리코의 애인 구니토모 형사의 활약으로, 특수 임무를 띤 칼잡이 야쿠자들은 '거리의 아이들'을 학살하기 일보 직전에 모두 체포된다. 주된 줄거리는 이것이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은 읽는이의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상업소설이라며 추리소설을 본격소설과 구분하여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만한 주제를 가지고 이처럼 자연스럽게 꾸려내는 추리소설이라면 굳이 본격소설과 구분지어 볼 필요도 없다. 우수한 추리소설 한 편이, 잘 되지도 않았는데 어려운 것처럼만 보이는 본격소설 한 편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소설이다.
<대한민국의 함정> 중에서 ‘김형욱은 파리 근교 양계장에서 내가 살해했다’가 실제 특수공작 세계의 진실을 파헤쳐나간 글이라면, <거리의 아이들 대학살 계획>은 있을 만한 특수공작의 세계를 추리소설 장르로 다루어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함정 - 탐사보도 전문 정희상 기자의 한국 현대사 X파일
정희상 지음,
은행나무, 200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