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기수돼야" - "386 분열 초래"

김영춘-이철우, 386 전·현직 의원 '40대 기수론' 놓고 상반된 견해

등록 2006.01.11 19:25수정 2006.01.1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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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철우 전 의원.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철우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권에서 이른바 '40대 기수론'이 뜨고 있다. 386 출신으로 대표되는 40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제 당의 '허리 역할'에 머물지 않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할 소리는 하는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시민 입각'으로 불거진 청와대의 '차세대 육성론'과 궤를 함께 하며 이런 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영춘 의원(44)은 2·18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앞두고 '신(新) 40대 기수론'를 공개적으로 띄웠다. 개각 반대 서명파를 주도한 김 의원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은 대통령의 부속물이 되거나 거수기여서는 안된다"며 "당의 확고한 자주성과 정치 주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반면, 작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철우 전 의원(46)은 "솔직히 말해서 여의도 386 중 누구든 내가 기수요 하거나, 내가 차세대요 하면 동세대인들은 그저 허탈하게 웃어줄 뿐"이라며 "우리에게 40대 기수가 필요치 않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에 '여의도 386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와 최근 불거지고 있는 '40대 기수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두 의원은 80년대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학생운동을 주도한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한 시절'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은 재선으로 당직 경험을 쌓아 당권에 도전하는 상황에 있는 반면, 17대 국회에 첫 입문한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 등이 제기한 이른바 '국회 간첩 암약설'로 홍역을 치른 뒤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3월 의원직을 내놓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는 점이 다르다.

a 유시민 의원 입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지난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입각 유감 의원모임에서 김영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유시민 의원 입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지난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입각 유감 의원모임에서 김영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영춘 "한나라당 대연정론과 민주당 통합론은 패배주의적 발상"

우선 김영춘 의원은 이 글에서 "지난 여름과 가을은 무척 힘든 시기였다"며 "연이은 (재선거) 패배로 백척간두에 선 부대에서 자기들끼리는 아무리 분발해 봐야 못산다고 결론짓고 대장은 한나라당과, 부하들 일부는 민주당과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격이니 누가 봐도 안되는 집안이었다"며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과 민주당 통합론을 제기한 의원들을 동시에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리당조차 구성원들의 공유된 정치철학에 의해 창조된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창당 당시의 깃발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구조 해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목표의 공유'라며 "대통령, 의원, 당원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일의 우선 순위에 대한 생각이 제 각각이었다"며 "대연정론과 합당론은 이러한 혼란을 책임 있게 정리하지 못하고 패배주의적 발상으로 더 확대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 40대 초·재선 그룹들이 앞장서야 할 이유가 있다며 "40대의 큰 장점은 어느 정도 정치적, 사회적으로 훈련되어 있으면서도 구태 정치의 벽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음의 에너지를 보유한 세대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40대층 이하가 유권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 열린우리당은 한국 정치의 발전과 퇴보의 분수령에 있다"며 "개혁적 발전과 통합의 정치라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말이 아닌 실행할 때"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12일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정동영·김근태 두 대권주자들과 당권 경쟁을 벌일 뜻을 밝힐 계획이다. 이 외에도 김부겸, 이종걸, 임종석 의원 등이 '40대 깃발'을 들고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a 지난 2004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간첩'으로 지목당한 이철우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발행한 '사면장(1988년)'과 '사면·복권장(1999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간첩'으로 지목당한 이철우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발행한 '사면장(1988년)'과 '사면·복권장(1999년)'을 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철우 "40대 '기수'가 되려는 마음이 분열의 이유"

여의도를 떠나 포천에서 다시 지역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철우 전 의원의 생각은 상반된다. 이 전 의원은 글을 시작하며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라며 "?에 누구를 넣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전 의원은 "엄혹한 정치탄압과 야당말살을 자행하던 시절 40대 기수론은 의미가 있었고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며 "그 때는 분명 누군가 '총대'를 메는 용기가 필요하던 시절이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이 전 의원은 "386으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의 성장과정은 언제나 대중과 함께였다"며 "특별히 희생을 감내했기 때문도 아니고 능력이 남달라서도 아니"라면서 386 정치인들을 '대중 속에서 선택된 사람들'임을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정치 초년병 노무현'을 그 예로 들었다. 이 전 의원은 "지역감정이라는 거대한 벽을 향하여 돌진한 돈키호테였다, 세 번, 네 번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일관되게 지역감정이라는 편견과 싸웠다"며 "여기에서 국민 대중이 어떻게 지도자를 선택하는지 볼 수 있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도적 기수론이나 차세대론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위기 원인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386의 분열에 있다, 더 엄밀히 말해 자신이 40대 기수가 되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들이 총학생회장이 된 것은 우리가 남보다 잘나서가 아니지 않는가. 당시 대중들의 힘찬 민주화 투쟁 속에서 선택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평생 안고 가야할 부채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40대 기수론, 40대 역할론, 각 계파 모임 등 40대를 분열시키고 약화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보이지 않게 진행되는지 알아야 한다. 거기에 386 의원들의 야망이 곁들여져 국민들의 희망을 꺾고 있다."

끝으로 이 전 의원은 "40대는 차기 정부의 산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에 자신을 대입시키려거든 그 만큼의 고난을 감수해야 하지 않는가, 초발심을 잃지 말고 단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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