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동으로 '동양적 가치 탈환' 나서야

중국 상하이에서 바라보는 동서양 문화 견문록

등록 2006.01.11 18:13수정 2006.01.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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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 고층건물 꼭대기에도 붉은 연꽃이 열려있네!"
"아니! 여기가 중국이야 유럽이야?"

상하이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서구풍의 신천지 노천카페를 보고, 예원에 몰려드는 수많은 외국인 물결과 우뚝 솟은 전통 연꽃 모양의 초고층건물 지붕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곳이 '과연 중국인가? 서양인가?' 하며 의아심을 갖는다.

상하이에 서양문화의 편리성과 동양문화의 전통미가 조금씩 섞여 있음을 종종 발견한다. 곳곳에 동서양 문화가 혼합되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조화로움이 느껴져 반가움과 함께 관심을 가지며 바라본다.

그래서 상하이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실험적 접목도시가 혹시 상하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치면서 '상하이에서 동양적 가치의 탈환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같은 동양인으로서의 기대감을 지닌다.

상하이에서 거주하는 서양인들도 일부에 불과하지만 중국 전통문화에 관심을 보이며 이를 배우기 위해 중국인이 설립한 문화센터에서 태극권, 전통악기, 전통공예 등을 배우려고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a 중국 상하이의 명청시대 전통 정원인 예원을 찾는 외국인들

중국 상하이의 명청시대 전통 정원인 예원을 찾는 외국인들 ⓒ 유창하

1세기 전 이미 3국은 동양을 기본으로 서양을 이용하자 주창했다

알다시피 이곳 상하이는 1842년 아편전쟁의 승리로 서양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하여 조차시기에는 일명 '동양의 파리'로 불릴 정도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모험가들의 도시, 선교의 도시, 정치적 망명가의 도시,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도시, 조직폭력과 마약이 난무하는 도시였다.


그러다 상하이는 1949년 공산혁명 성공이후 외부 세계로부터 긴 잠을 자다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더불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9년 상하이 푸동 경제개발 계획 발표이후 활기를 뛰기 시작해 세계의 이목을 받는 '푸동 신화'를 만들어 낸 도시이다.

푸동의 신화도 좋고, 동서양의 국제도시도 좋지만 서양의 잣대가 아닌 진정한 동양의 잣대로 도시와 생활문화 전체를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서양문명에서 유래한 수치적 물질적 가치체계로부터 일정정도 벗어나 이제는 동양적 독특한 가치체계와 정신문화를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후 서양문명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 자국의 도덕과 도와 고유정신을 살리면서 서양의 학문을 이용하고 활용하지는 이론과 사상을 이미 중국과 한국, 일본의 선각자들이 주창하였다. 중국의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과 한국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일본의 화혼양재론(和魂洋才論)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이 개항을 했던 150여 년 전 당시는 청나라 말기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통상 강요와 무력침입이 잦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왔던 운동이 바로 태평천국(太平天國) 이후 일어난 이홍장, 증국번이 주도한 양무운동(洋務運動)이었다.

양무운동의 기본 사상이 중체서용론이다. 중체서용론은 중국의 전통적 유교도덕을 중심으로 하여 서양의 과학기술과 그 성과를 도입, 강화해 나가자는 이론으로 '중국의 학문을 체(體)로 하고 서양의 학문을 용(用)으로 한다'는 학문이론이다.

중체서용론과 비슷한 이론으로 전통적인 제도와 사상인 도(道)를 지키되 근대 서구의 기술인 기(器)는 받아들이자는 김윤식의 한국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이 있고, 고유의 정신을 가지고 서양으로부터 전래된 기술을 활용하자는 일본 개화파의 화혼양재론(和魂洋才論)이 있다.

중-한-일 3국의 옛 선각자적인 학자들이 저술 내용과 이론이 비슷함은 서구 침략 강국에 대한 두려움과 나라의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한 당시 환경이 동일하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시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동도서기론과 화혼양재론은 중체서용론의 영향을 받아 뒤에 나왔다.

a 상하이 소재 한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전통 무술 태극권을 같이 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한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전통 무술 태극권을 같이 하고 있다 ⓒ 유창하

3국은 '동양적 가치 탈환'을 위한 공동 문화운동에 나서야

1세기가 지난 지금 3국은 세계경제에 영향력 있는 무역강국 대열에 들어섰다. 3국은 1천년 전부터 이미 상호 무역거래가 활발하게 있었고 한자를 사용하는 한자 문화권으로 붓을 사용하는 '붓 문화', 젓가락을 사용하는 '젓가락 문화'를 갖고 있는 등 문화 관습적으로 공통점이 아주 많다.

세계는 지금 물건과 사람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다들고 국가의 지배와 통제를 초월하는 '국경을 허무는 세계화 시대'를 접어들었다. 유럽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어쩌면 동아시아 3국도 그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인들은 동양의 전통적 역사와 문화, 동양적 사상과 풍토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어떤 동양문화 평론가는 "앞으로 동양문화가 세계의 정신문화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현상은 외적 성장과 비인간화로 내비치는 서양문물에 대한 강한 거부감의 표현"이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 한다.

앞으로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꿰뚫는 고차원의 전통과 사상에 기반을 둔 동양적 정신문화, 고급문화가 서구문명의 결과물과 상징물을 넘어나갈 것이다. 동양의 도 문화, 선 문화, 영적 문화, 붓 문화, 젓가락 문화가 앞으로 세계문화를 대체하리라 예견된다.

동양문화의 본류이며 세계인으로부터 관심의 초점에 있는 동아시아 3국은 서양문화의 쫓음에 안달하며 서구 모방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동양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양적 정신문화의 우수성을 재창출하는 공동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과 한국, 일본 3국의 몫인 '동양적 가치 탈환'은 함께 넘어야 할 공동과제이다. 아니 이미 많은 젊은이들은 다양한 문화교류로 3국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영화, 책, 여행으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경제사업 영역에서도 물적 인적교류는 확대되며 국가간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

중국과 상하이의 지속적 성장은 오히려 한중일 3국 국민 스스로 그동안 무작정 서구적 기준으로 평가되어져 콤플렉스로 작용하여 '주눅 들던' 모습에서 당당히 동양권 문화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확립하는 핵심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덧붙이는 글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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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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