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시'에서 아이들 경제감각 길러요

맘스클럽과 현대백화점이 기획한 경제교육 프로그램 'I-CEO Land' 체험기

등록 2006.01.12 13:41수정 2006.01.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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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사세요~ 핫도그! 맛있는 핫도그가 이천원이요. 콜라도 있어요."

남대문 시장에 널리 울려퍼지는 핫도그 장수의 목소리가 아니다.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핫도그를 팔기 위해 호객 행위를 하는 소리다. 지난 화요일 작은 아이와 또래 친구들 네 명은 이곳에 경제체험학습을 다녀왔다.

핫도그를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아이들!
핫도그를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아이들!송춘희
I-CEO Land가 그곳이다. 맘스클럽과 현대백화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1월 6일부터 2월 28일까지 현대백화점 본점을 포함한 5개 지점에서 열린다. I-CEO 랜드는 가상의 나라로 이곳에서 아이들은 직접 핫도그도 팔아보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면서 자신이 직접 사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소비자가 되어 물건을 구매해보기도 한다. 그곳에서 이 행사를 주관하는 현대백화점 영업 전략실 송중현 대리를 만나보았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할 경우 더 많은 지식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제까지의 금융교육이 좀 딱딱하고 이론 위주의 수업이었다면 이곳은 놀이를 통하여 올바른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험 학습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돈이지만 용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요즘 아이들을 위해 뭔가 즐겁고도 체계적인 금융교육의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여러 어머님들의 의견에 따라 서강대학교 이재범 교수가 콘텐츠 개발을 하셨고 저희 현대백화점과 맘스클럽이 행사를 기획,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행사측이 만들어놓은 I-CEO Land에 들어가려면 아이들은 우선 이 나라의 대사관에서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대사관을 지나 I-CEO Land에 들어가보면 총 6개의 도시가 있다.

대사관을 가로질러 왼편에는 '저축의 도시'가 있고 그곳에는 은행이 있으며 통장을 마련한 아이들은 자신의 가상계좌도 체험해보고 저축의 개념도 깨우치게 된다. 통장에 인쇄되는 금액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은 "이거 진짜 내 돈이에요?" 하고 되묻는다. 자신이 노동으로 일한 대가가 바로 숫자로 찍힌 것이 신기한지 연신 통장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었던 '소득의 도시'에 가 보면 핫도그 상점, 아이스크림가게, 베이커리, 슈퍼마켓이 있으며 아이들은 각 상점의 주인이 되어 자신이 직접 물건을 팔아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첫 손님에게는 300원 깎아 드려요~ 오!" 하고 외치자 갑자기 지나가던 아이들이 그곳으로 몰려든다. 할인가격은 어떤 소비자에게나 반가운 소리임에는 틀림없다.


자유경제도시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아이들은 자신이 준비해 온 물건을 시장에 내놓고 다른 물건과 교환도 하며 벼룩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도 한다. 벼룩시장에는 자신이 생각한 물건이 안 팔리기도 하고 뜻밖의 물건이 잘 팔리는 것을 보고 시장 흐름도 느끼게 된다.

벼룩시장에서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파는 아이들
벼룩시장에서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파는 아이들송춘희
문화의 도시는 슈퍼마켓, 문구점, 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구점에서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학용품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그곳에는 몇 몇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크레파스를 가지고 그리기를 시험해보며 물건의 품질을 평가하고 있다.


'공공의 도시'에는 경찰서, 우체국, 신문사 등이 있었다. 신문사의 기자가 되어 직접 취재도 하면서 열심히 메모에 열중하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투자의 도시'에서는 증권사가 있다. 증권사에는 아이들이 한창 주식에 대한 교육에 열중이다. 주식시장의 담당 선생님의 설명이 뜨겁다.

증권회사에서 열심히 주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이들
증권회사에서 열심히 주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이들송춘희
"어린이 여러분! 어떤 회사가 아이스크림이나 핫도그 가게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죠? 그걸 자본이라고 해요. 그럼 그 자본이 모자라거나 없는 사람은 어떻게 가게를 차릴 수 있나요? 네~! 친구들에게 돈을 빌립니다. 그 빌린 돈으로 장사를 하고 남으면 친구들에게 돌려주게 되는 거죠. 그럼 그 돈을 빌려주었다는 증거로 친구들끼리 주식을 나누어 가지게 되지요. 그게 바로 주식이라는 겁니다. 증권회사는 그 주식을 사고 파는 곳이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대충 그 의미를 알지 모르겠지만 5세, 6세 아이들은 그 의미를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 걸까? 여섯 개의 도시를 모두 체험하고 난 어린이들은 다시 출국장을 통해 현실세계로 나오게 된다.

친구들과 핫도그를 팔아보는 것이 제일 즐거웠다는 아들아이는 "이런 체험 놀이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오면 더 많이 팔아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며 신나게 웃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돈이 쉽게 얻어지고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러나 노동의 진정한 대가는 수입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건전한 사회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다 같을 것이다.

세트장을 빠져 나오자 야외공원 잔디위의 흰 눈이 녹아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치 희망에 찬 저 새싹들의 눈망울처럼. 이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 받지 않고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올바른 소비문화가 정착된 세상이 올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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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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