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세일즈맨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등록 2006.01.12 17:55수정 2006.01.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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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있는 사람들에서 펴낸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은 세계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번역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돼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한 눈물로 적신 바 있다.

5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과 미국과 한국 사회라는 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지금도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일까, 연극이 공연되는 날이면 수많은 세일즈맨들이 극장 앞에 길게 줄을 선다.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뜻이 있는 사람들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은 제목 그대로 평범한 세일즈맨의 이야기다. 그러나 책이 전하는 감동과 울림은 그 이상이다. 소시민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사실감 있고 현실적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와 장기적인 경기침체, 사상 유례없는 청년실업을 몸소 겪은 사람들에겐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윌리.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 속에 육체적, 정신적 혼란을 겪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다. 자동차 세일즈맨인 윌리는 물질적 성공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짓는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이미 판매망이 대량 생산과 직매 체제로 바뀐 마당에 방문 판매원이 설 자리는 없다.

결국 난관에 빠져 방황하던 윌리는 자신의 기대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의 문제로 고민하다 그 해결책을 죽음에서 찾는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그의 죽음은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헌신으로 시도된 것이다.

일평생을 빚 갚는 일에만 집착하다가 빚이 다 청산된 시점에 인생을 마감하는 윌리의 모습은 이 책이 보여 주는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이다. '자동차'를 팔던 세일즈맨이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판 것이다.

이 책은 한 가족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사시다. 평화롭고 친근해 보이는 이 가정에는 두 아들이 있다. '지금 나는 이렇게 살더라도 자식들에게는 내 가난을 대물림해선 안 되지'라는 생각으로 나의 모두를 바쳐서라도 헌신하며, 그들에게 장래의 희망을 기대하는 우리를 닮은 전형적인 주인공이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어쩌면 다 같은 세일즈맨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팔아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그런 세일즈맨 말이다.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이 책은 우리 삶을 해결해 주는 가이드는 아니지만 한번쯤 느껴보고 함께 울어주고 스스로 자극을 받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이 땅의 아버지들을 생각하며, 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진하게 한번 실컷 울어보자. 그러고 나서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자."

덧붙이는 글 |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뜻이 있는 사람들/ 최복현 지음/ 값 7500원

덧붙이는 글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뜻이 있는 사람들/ 최복현 지음/ 값 7500원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최복현 지음,
뜻이있는사람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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