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관악산 핵폐기장 유치'도 첫 발의

"돌팔매질 당하더라도 학자들이 나서자"

등록 2006.01.15 15:36수정 2006.01.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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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의 핵폐기장 유치찬반 주민투표 한달여를 앞둔 지난 2004년 1월 9일. 서울 관악구청 강당에는 주민 200여명이 모여 '핵폐기장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강창순 원자핵공학과 교수, 황우석 수의학과 교수, 이무하 농업생명대학장, 홍경자 간호대학장, 오연천 행정대학원장, 백남원 보건대학원장, 이태수 인문대학장, 한민구 공대학장, 김하석 자연대학장 등 7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이틀 전 "관악캠퍼스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의 동굴 처분은 물론, 사용 후 핵연료 중간 저장시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원전수거물관리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뒤 교수 63명이 서명한 건의문을 정운찬 총장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들 교수들은 건의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순수한 학자적 양심의 발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가 주민 안전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정운찬 총장에게 서울대가 이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대 원전센터 유치를 주도한 원자핵공학과 강창순 교수는 16개국의 학자 16명으로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위원회 위원으로서 원자력 안전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소개되었으며, 각 분야 석학들로 알려진 이들의 제안은 부안주민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한 언론은 "이번 제안에 참여한 많은 교수들이 직접 원자력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이고 그들 스스로 그 원전수거물을 자신들의 주변에 놓고 살겠다고 자청하고 있으니, 그러한 제안 자체가 바로 이 원전수거물 처리장의 안전성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며 일반 시민들에게 좋은 교육효과를 준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성인 집단의 양심적 결단'으로 평가되기도 했던 '서울대 내 핵폐기장 유치'는 당시 복제 송아지로 생명공학 전문가로 각광받던 황우석 교수가 처음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순 교수는 지난 2004년 1월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이 논의는 굉장히 짧은 기간에 이뤄졌어요. 전북 부안사태를 보고 걱정을 하던 황우석(수의학과)ㆍ오연천(행정대학원장) 교수가 점심식사 중 '그럼 관악산은 어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당시 저는 출장 가 있었지요. 건의문 발표 나흘 전 제가 돌아오자 황 교수가 상의해 오더군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더니 '그럼 건의문을 써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래서 밤새워 건의문을 작성했어요. 그리고 셋이서 다른 교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봤지요. 의외로 반응이 좋더군요. 신이 나서 연락하다 보니 6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황 교수는 당시 기자회견 도중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학자들이 나서서 안전성을 설득하고 원자력 연구의 수혜자인 서울대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그해 2월 12일 황우석 교수는 "체세포 핵을 이식한 배아를 이용해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해 이 기술과 복제된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황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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