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정 가운데 유일하게 흐르는 '동네 샘'

화순 남산 십정(十井)을 가다-세번째

등록 2006.01.16 19:50수정 2006.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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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샘물이 수정처럼 맑은 데다 10정 가운데 유일하게 흐른다.

샘물이 수정처럼 맑은 데다 10정 가운데 유일하게 흐른다. ⓒ 최연종

전남 화순 남산 십정(十井) 가운데 화순읍 광덕리 첫머리와 향청리 경계에 있는 이름 없는 동네 샘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데다 유일하게 샘물이 흐른다.

샘물이 워낙 투명하고 깨끗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단숨에 한 바가지를 들이켜도 배탈이 나지 않을 성싶다.


자치샘과는 200여m 이내에 있는 이 샘은 광덕리 주민들이 대부분 물을 길어다 마실 만큼 이름을 떨쳤다. 향청리에 자치샘이 있다면 광덕리에는 이 샘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남산 언덕 대나무 밭 밑에 있어 남산 주변에 있는 10개의 샘이 남산에서 발원한다는 십정원두(十井源頭)의 의미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a 十井이 남산에서 발원한다는 십정원두의 의미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우물이다.

十井이 남산에서 발원한다는 십정원두의 의미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우물이다. ⓒ 최연종

"물이 살아서 지금도 마시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물을 보존하기 위해 샘 주변에서는 빨래도 하지 않고 있지요."

구장우(74) 광덕리 1구 이장은 "남산 바위틈에서 나온 석간수로서 광물기가 있어 약간 센물"이라고 말한다. 물이 계속 흘러넘치도록 하기 위해 2004년 화순읍에서 샘 바닥을 방수하는 등 보수를 했다.

여기서 30여m 떨어진 남산 언덕배기에 있는 샘이 죽림천(竹林泉)이다. 이영남 군수 관사 바로 뒤에 있는 샘으로 림천(林泉)으로도 불리며 주변에 대나무가 무성하다.


현재 샘터는 남아있지만 샘물이 마른 지 오래됐다. 주로 빨래를 했다는 게 연세가 지긋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a 구장우 광덕리 1구 이장이 우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구장우 광덕리 1구 이장이 우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최연종

화순읍사무소를 지을 때 관정을 파면서 남산 물길이 끊어져 물이 말랐다고 한다.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나오고 가물면 물 한 방울 구경할 수 없다.


임영락 전 화순읍사무소 총무과장은 "선조 호를 따서 림천(林泉)으로 부르고 있다"며 "샘은 원래 나무를 이용해 네모 박스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70년대 새마을사업을 할 때 콘크리트로 씌우면서 샘의 생명이 다했다"고 말했다.

남산 줄기를 끼고 죽림천을 따라 200여 미터를 가면 유명한 옹달샘이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벼락부자로 소문난 장옥봉씨 집 뒤뜰에 있는 샘으로 여름이면 샘물이 얼음처럼 시원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길어다 먹었다고 한다.

a 남산 언덕 대나무 밭 아래에 있는 죽림천.

남산 언덕 대나무 밭 아래에 있는 죽림천. ⓒ 최연종

그곳에서 살다가 나왔다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물이 많이 나왔으나 주변에서 지하수를 파면서 물이 달렸다"며 "옛날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샘물이 마르지 않아 가물 때는 물을 긷기 위해 줄을 섰다고 말한다.

'작두샘'으로도 이용했는데 지금은 버려진 우물펌프만 뒹굴고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광덕리 2구 미나리강 주변에는 '광덕천'이라는 샘이 있었지만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샘터가 도로부지가 돼 지금은 아무런 흔적조차 없다.

20~30여 년 전만 해도 주변이 모두 논인 데다 샘 옆에 큰 나무들이 우거져 운치를 더했다고 한다. 주변 논에서 미나리를 재배해 광덕천 일대를 '미나리강'으로 불렀다.

a 임영락 전 화순읍사무소 총무과장이 죽림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

임영락 전 화순읍사무소 총무과장이 죽림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 ⓒ 최연종

지금까지 3회에 걸쳐 남산 십정(十井)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남산 10정은 춘곡 강동원 선생으로부터 우물의 위치를 확인한 뒤 10개의 샘 주변에 사는 30여 명의 주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부족한 부분도 있음을 밝힌다.

10개의 샘 가운데 샘물이 있는 샘은 5곳, 샘 형태만 있는 샘이 1곳, 나머지 4개는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진각국사의 자취가 깃들인 자치샘(跡泉)을 비롯해 옛날 연방죽의 원수(源水)였던 한천(寒泉), 날씨를 알려주는 신비스러운 성내천(城內泉), 해대(海臺)에 있는 동네샘 동천(洞泉), 십정 가운데 유일하게 식수로 이용되고 있는 매화천이 남산 십정의 하나다.

a 벼락부자집 안에 있던 작두샘 자리. 우물펌프만이 나뒹굴고 있다.

벼락부자집 안에 있던 작두샘 자리. 우물펌프만이 나뒹굴고 있다. ⓒ 최연종

뿐만 아니라 덕촌에 있는 이름 없는 두레박 샘, 지금도 남산줄기를 따라 유일하게 샘물이 흐르면서 십정원두의 의미를 잘 대변하는 이름 없는 샘, 남산 대나무밭 밑에 있었던 죽림천, 벼락부자집 안에 있던 옹달샘, '미나리강' 주변의 광덕천 등 10개의 샘은 화순읍 남산에서 발원해 300보 이내에 위치하는 샘이다.

남산 10정은 남산토성과 함께 접근성에서 뛰어난 좋은 문화자산이다. 화순읍 한 복판에 이만한 문화자산도 드물다. 따라서 앞으로 남산토성을 복원하고 10정도 살려서 토성과 우물을 연계한 답사코스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콘크리트화돼 있는 우물을 돌로 쌓아 샘의 원형을 살리고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것이 어떨까? 우물에 얽힌 이야기 등을 안내 표지판에 담아내는 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a 원불교 앞 미나리강 주변에 있었던 광덕천 자리를 설명하고 있는 유필례(58)씨.

원불교 앞 미나리강 주변에 있었던 광덕천 자리를 설명하고 있는 유필례(58)씨. ⓒ 최연종

특히 자치샘은 올 3월 자치샘~남산공원 간 도로 개설공사가 착공되면서 보존 및 복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화순군은 자치샘을 지금 그대로 보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설계에도 반영하고 보존 모형을 연구하는 등 자치샘을 보존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현 위치에 신호등이 설치되고 주변 교통흐름 등을 감안할 때 간단치만은 않기 때문.

이에 대해 주민들은 자치샘 주변을 소공원으로 가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에 새 도로가 개설되면 자치샘 주변은 교통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구 시가지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조금 늦더라도 공청회를 열어 자치샘을 복원하고 주변에 로터리를 만들어 소공원으로 가꿔야 한다는 것.

a 화순 남산 십정(十井) 위치도.

화순 남산 십정(十井) 위치도. ⓒ 최연종

자치샘은 옥거리샘, 부처샘과 함께 전설이 깃든 문화자산으로서 오래 전에 라디오 프로그램인 <전설의 고향>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민 정모(화순읍 신기리)씨는 "자치샘은 전설이 깃든 훌륭한 문화자산으로서 원문 판각이라도 해서 문화재로 만들어야 한다"며 "공청회를 열어 자치샘을 복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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