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민주당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

[우리당 2·18 전당대회] 6번째 당의장 출사표 "영남 개혁세력 끌어안아야"

등록 2006.01.16 13:27수정 2006.01.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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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1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1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부겸 의원이 당의장 출사표를 던졌다.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 김영춘·임종석 의원,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에 이어 6번째다. 김 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세균 전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단을 이끌며 쌀협상비준안, 사립학교법 등 난제를 처리하며 대야 실무 협상을 지휘해왔다.

김 의원은 16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당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이냐 실용이냐, 친노냐 반노냐 등의 언쟁으로 밤을 지샜다"며 '너희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상생과 화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실용이 뒷받침 된 개혁'을 앞세운 김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지난 10·26 재선거에서 대구 동구을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과 가깝다. 또한 87년 양김 분열을 비판하며 노무현·유인태·원혜영·제정구(작고) 등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왔다.

그 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신한국당을 선택해 한나라당 창당을 주도했다. 2003년 이부영·김영춘·안영근 등과 함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대연정? "지역주의와 싸워온 노 대통령이 지쳐서 호소"

a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당 통합론'이 전당대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원은 "과거로 돌아가는 식의 통합에는 반대한다"며 "한나라당의 개혁적 세력을 포함하는 대통합이어야만 가능하다"고 다른 입장을 취했다.

40대 재선그룹의 맏형격인 김 의원은 '막내'인 임종석 의원이 지방선거 전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등을 제한한 데 대해 "5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 출마하는 분들의 불안감과 우려에서 나온 것 같다"며 "하지만 통합론은 미래의 희망을 제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의 지역주의를 타파해 국민통합을 완수하겠다"며 작년 재선거에서 경북 영천(48%), 대구 동구(44%)에서의 선전 결과를 강조하며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된다, 저 김부겸을 무기로 써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작년 노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 대연정'에 대해서는 "전략적 함의에 주목한다"며 "정치의 마지막 질곡인 지역주의에 대해 평생 지역주의와 싸워온 노 대통령이 지쳐서 그렇게 호소한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이어 김 의원은 "특정 지역, 특정 정당을 기반으로 해서 정치적 지분을 갖는 것에 통탄한다"며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삼는 사람들과 가차없이 싸울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영남지역주의 타파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당내에서 일고 있는 '40대 후보 단일화' 논의와 관련, 김 의원은 "40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당내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야심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며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예선을 거치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여지를 남겼다.

정동영·김근태 두 예비주자의 경쟁 과열에 대해서는 "모두가 자기만 잘났다고 하는 것이 과연 당원들에게 우리당을 살리자는 메시지를 줄 것인지 의문"이라며 "아젠다를 놓고 논쟁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제 출마의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의 출마 기자회견문이다.

우리 모두 안아 줍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성장 엔진을 재가동시켜 1류 선진 강국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성장엔진이 꺼져버린 2류 중진국으로 남느냐,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복지강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사회적 양극화가 첨예한 갈등국가로 남느냐, 남북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통일국가로 가느냐 아니면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결에 불안해하는 분단국가로 남느냐라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치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에만 자신의 존재이유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힘을 하나로 모아나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다시 정치와 정치인에게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저 김부겸은 열린우리당의 당의장,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면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단결의 중심이 되겠습니다.

당이 위험합니다.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다가올 지방선거의 승산도 밝지 않습니다. 우리당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은 우리의 힘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자꾸만 흩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당 위기의 실체가 바로 ‘분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우리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었습니다. 개혁이냐 실용이냐 하는 실체 없는 언쟁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심지어 친노니 반노니 하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국민도 이런 갈등을 국가를 위한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너희들만의 리그’라고 조소하며, 지지를 거두어 갔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당은 저력이 있는 당입니다. 우리당은 지난 30년 한국 민주화운동과 정치 개혁의 산 역사이며, 그것의 결정체입니다.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개혁의 대의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이들이 만든 당입니다. 대통령의 탄핵을 온 몸으로 막으며 총선 승리를 일군 정당입니다. 시대정신은 우리당과 함께 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난 연말 우리는 작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당이 일치단결하여 사립학교법 개정을 비롯한 개혁입법을 처리하여 국민의 성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당원은 우리당을 사랑합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당원들은 당을 위해서라면 작은 차이와 자신을 버리고 단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정파도 결코 우리당을 넘어설 수 없고, 우리당이 있어야 정파도 있고, 계파도-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우리 당원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당원의 손을 잡고 가슴을 안고 함께 가겠습니다.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도록,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쏟겠습니다.

저 김부겸은 광장이 되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광장, 그곳에서 모든 정보와 지혜가 오고가는 소통의 광장, 새로움을 창출하여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창조의 광장이 되겠습니다.

겸손하고 능력 있는 여당을 만들겠습니다.

국민 앞에 겸손한 우리당을 만들겠습니다. 국민들이 총선 시기에 보내주었던 높은 지지를 철회한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우선 저 자신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국민들은 우리당이 여전히 뼈를 깎는 자성을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총선의 압승에 오만해진 채 야당을 탓하고 언론을 탓하지 않았나 반성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앞에 자세를 더 낮추고 진심으로 배우는 길 밖에 없습니다. 바다가 모든 것을 품어 안은 것은 낮은 데 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강함은 낮은 데서, 겸손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연말 우리당은 오랜만에 지지율이 반등하였습니다. 이것은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과제들을 차근차근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야당이 아닙니다! 집권여당입니다! 야당은 선명한 구호로도 연명할 수 있지만 집권여당은 능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우리당은 행정부와 함께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행정부와 보다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야당과는 성실하게 협상하되, 지킬 것은 단호히 지켜야 합니다.

그리하면 국민들은 우리를 다시 지지해 주리라 믿습니다.

한나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겠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수구보수의 본색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색깔론을 내건 박근혜대표의 ‘장외 투쟁’선동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턱대고 쫓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망국적인 영남지역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 김부겸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 경북의 지역주의를 타파하여, 국민통합을 완수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국민 모두의 숙원을 이루겠습니다. 대구경북 지역도 변하고 있습니다. 2005년 두 차례의 재보선 당시 우리당 후보들이 영천에선 48%, 대구에선 44%를 얻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됩니다. 저 김부겸을 무기로 써주십시오. 1980년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자고 호소했던 각오로 한나라당의 아성을 반드시 무너뜨리겠습니다.

대구 경북에서 한나라당을 무너뜨리면, 한나라당은 그 존재의 기반이 없어지며, 우리당의 정권재창출의 길은 활짝 열리게 됩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습니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노자는 이르되,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결코 누구와도 다투지 아니하다’고 했습니다. 외람되나 저 김부겸이 그나마 품이 너르다고 합니다. 친화력이 좋고, 조정력이 있다고 합니다. ‘상생과 화합’은 제 필생의 정치철학입니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혼란기입니다. 제가 앞장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오직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열과 성을 바치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재주’가 긴히 쓰일 시점이라 여겨 감히 나섰습니다.

우리가 47명의 국회의원으로 허허벌판에 나섰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그날, 우리는 정치개혁의 완수, 국민통합의 완수를 기치로, 모든 것을 버리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부터 처음 그 마음으로 늘 겸손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채찍이 저에겐 약이 될 것입니다.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2006년 1월 16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김 부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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