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남의 장작으로 밥 해놓고 생색"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주장... "10·29 실패는 정책입안자의 소신 부족"

등록 2006.01.16 16:17수정 2006.01.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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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토지정의시민연대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우 경북대 교수. 그는 이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라고 강조했다.
16일 오전 토지정의시민연대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우 경북대 교수. 그는 이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라고 강조했다.오마이뉴스 박수원
"요즘 유행하는 역대 대통령의 밥솥 유머에 의하면 박정희는 밥을 많이 지어 놓은 모범적인 대통령이라고 이야기 된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 박정희는 미래의 남의 장작까지 미리 사용해서 밥을 해놓고 생색낸 대통령이라고 평가 받아 마땅하다."

참여정부 정책실장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내놓은 박정희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다.

이정우 교수는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토지정의시민연대와 헨리 조지 연구회 공동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비교 관점에서 본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한 이정우 교수의 이날 발제는 각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실질적으로 비교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 지난 3년은 요동치는 부동산 가격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사이의 숨 막히는 접전의 연속이었다"면서 "10·29와 8·31이란 미증유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에 기대어 급한 대로 큰 불은 껐으나 아직 잔불은 여기저기 남아서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경감 ▲거래 투명성 제고 ▲서민을 위한 장기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는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실현한 적이 없는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연 평균 지가 상승률과 생산소득 대비 불로소득의 비율을 근거로 역대 정권에 대한 부동산 성적표를 제시했다. (표 참조)


역대 정권의 부동산 성적표
단위 : 조 원
정권기간초기 전국
땅값 총액
말기 전국
땅값 총액
땅값 상승
불로소득
연평균 땅값 상승률(%)땅값 총액/
국내총생산 비율(배)
불로소득/
생산소득
비율(%)
경제성장률(%)
박정희1963-79332932633.112.0248.89.1
전두환1980-8736773536814.97.267.98.7
노태우1987-92735166192617.77.396.38.3
김영삼1992-9716611558-103-1.24.1-5.27.1
김대중1997-200215581540-18-0.62.5-0.64.2
* 자료 : 건교부, 지가동향, 한국감정원, 전국 주요도시 지가 조사
ⓒ 오마이뉴스 한은희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의 가장 큰 특징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3인의 군사정권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두드러졌던 반면 문민 정부인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안정된 점이다.

이정우 교수는 "박정희 집권기간인 16년 동안 전국의 지가(땅값) 총액이 3조 4000억원에서 329조로 무려 100배 상승했고, 연평균 지가상승률은 33%에 이른다"면서 "만약 지금 박정희 정권 때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정희 정권 당시 생산소득보다 불로소득이 2.5배에 이른 점을 들어 '배보다 배꼽이 큰' 거품 경제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정우 교수는 박정희가 국민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 밥을 많이 지은 모범적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의 장작까지 미리 사용해 밥을 해놓고 생색낸 대통령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김대중 정권 부동산 규제 완화, 중대한 실책

이정우 교수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까지 계속된 부동산 광풍이 문민정부에 와서 진정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과도한 개발 자제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억제 정책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태우 정권 때인 89년 만들어졌다가 문민정부 시절 위력을 발휘한 토지 공개념 3법은 (택지소유 상한제, 개발부담금, 토지초과이득세)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

토지공개념 3법이 90년대 위헌 판결을 받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긴 했지만, 10년간 부동산이 안정됐다는 점에서 과소평가 될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그러나 IMF는 다시 부동산 정책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정우 교수는 "김대중 정권이 IMF 외환위기의 조기졸업을 선언한 뒤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초조한 나머지 무리하게 추진된 부동산 규제완화는 10년간 잠자던 부동산 투기라는 사자를 우리에서 탈출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우 교수는 자신이 주도한 참여정부의 10·29 대책의 실패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이 교수는 "책임 있는 정책입안자들의 소신 부족으로 10·29 대책이 갈지자 걸음을 걷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8·31 대책으로 정책 재수(再修)를 하게 만들었다"면서 "부동산 정책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불패가 아니라 부동산 필패의 철학이 확고히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 치유될 수 있고, 선진국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50년 부동산 투기 오욕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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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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