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조 정상화해 '임원비리' 감시해야"

[인터뷰] 포스코노조정상화추진위 이건기 대표

등록 2006.01.17 18:41수정 2006.01.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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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산지역 노동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단체 탐방과 관련자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단체의 현주소를 톺아보고 앞으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진보적인 활동으로 잘 알려진 단체들 뿐 아니라 청년, 복지,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는 단체들도 연거푸 탐방할 계획이다.

첫 시도로, 포항의 노동단체 가운데 인터넷 활동이 왕성한 곳으로 평가되는 '포스코 노조정상화추진위'(이하 노정추) 이건기 대표를 만났다. 5년 전부터 노정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를 16일 만나, 그 동안의 활동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기자 주>


a 포스코 노정추 이건기 대표

포스코 노정추 이건기 대표 ⓒ 추연만

'소리없이 노동조합도 움직인다'

'포스코노조정상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posco.nodong.org)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뜨는 글이다. 포스코가 몇 년 전 광고에 쓴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멘트를 패러디한 것이라 한다.

2000년 6월부터 지금까지 노정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현 노정추 대표인 이건기씨를 16일 만났다.

이 대표는 "해고됐다는 이유로 대단히 강성이라고 소문났으나 실은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이다"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면서 "세상물정 잘 아는 사람이다"고 덧붙인다. 그는 "노정추 활동이 회사의 생산을 위축하게 만들거나 망하게 하는 활동이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노조활동이 회사와의 대립이 아니라 회사와 노동자가 동시에 살아야할 가치를 말하는 것"이란 뜻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철강업이 팽창함으로서 국내 철강산업이 위축돼 올해부터 감산체계에 들어가 영업이익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에 포스코 경영자와 직원뿐만 아니라 노정추에서도 우려를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포스코 노사가 상생관계 속에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보장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 부응하는 세계적인 포스코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앞으로 노정추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노조 활성화되면 '고위층 비리' 감시, 견제도 가능"


그는 또 "윤리규정 선포 후, 자의든 타의든 규정에 위배돼 회사를 떠난 사람이 상당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사람들은 대부분 현장직원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리규범을 어긴 회사 고위층에게는 너무 관대"하며 "부하직원에게만 윤리규정의 잣대를 철저히 적용한다는 느낌"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이건기 대표는 "고위층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나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포스코 노조가 활성화되면 이 역할도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나타냈다. 노조의 역할을 크게 보면, 하나는 노동자의 권익보장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란 말도 덧붙였다.

다음은 노정추 이건기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 포스코 출신으로 두 번이나 해고를 당한 것으로 아는데, 해고 이후 활동은.
"1988년 5월에 입사했고 같은 해 6월 29일 노조 결성으로 대의원으로 활동을 하다가 92년에 1차 해고됐다. 복직소송을 진행하여 대법원의 판결에서 승소하여 96년에 복직했으나 노조활동을 하다가 2000년 6월에 또다시 해고됐다. 그 후 포스코노동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를 결성, 지금 현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00년 7월부터 홈페이지를 개설해 사이버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거리의 선전 활동보다는 사이버활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지금도 운영자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 포스코에도 노조가 있는데… 5년 동안 노정추는 어떤 활동을 했으며 앞으로 계획은.
"포스코 노조는 1990년까지는 조합원이 2만 명을 넘었으나 회사측의 탄압으로 조합원 수가 급격히 감소, 현재는 20여 명의 조합원이 노조의 명맥만 유지하는 어용노조 상태로 15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노정추에서는 포스코 직원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조직 활동을 전개했다. 내년에 있을 복수노조결성에 대비해 현장 중심의 조직 활동을 더 강화하고 홍보활동도 꾸준히 하겠다. 소수가 먼 발짝 앞서기보다 노동자와 함께 하는 노조를 건설하기위해 포스코 직원들 가운데 노조가 뿌리내리도록 힘쓰겠다."

-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들의 차별해소에 관한 입장이나 활동사례는.
"협력사 일부 직원들도 2003년부터 노정추와 활동을 같이 했다. 현재 협력업체는 포스코 직원의 50% 수준의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 포스코 직원과 비교하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부분이 많다. 포스코의 근무조건 향상도 노력하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금뿐만 아니라 포스코 수준에 상응하는 근무환경 개선(4조 3교대 근무)을 위해 노정추가 노력하겠다."

a 2000년 7월에 개설한 노정추 홈페이지의 첫 화면

2000년 7월에 개설한 노정추 홈페이지의 첫 화면

- 다른 단체와 달리 노정추는 사이버 활동이 활발한 것 같은데… 인터넷 활동을 통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해 달라.
"2000년 6월에 2차 해고되면서 거리의 선전홍보 활동보다는 사이버활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 달 만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포스코 직원들에게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이 사이트는 허수(한 사람이 여러 개를 조회하는 경우)가 아닌 실수로 방문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평균 60~70명 이상이 조회한다.

처음엔 포스코 안에서도 홈페이지 방문이 가능했으나 한 달 만에 회사측이 사이트를 차단했다. 하지만 관심있는 직원들은 가정에서 홈페이지를 통해서 조합 활동이나 노동운동전반에 대해 알게 된다고 본다. 노정추 사이트가 활성화되자 홈페이지 활동을 막고자 갖은 압력과 회유가 있었으나, 사이버 투쟁의 중요성을 알기에 노정추 사이트만큼은 기필코 사수하자고 결의를 한 바 있다."

"직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 했다면, 윤리규정에 근거해 처벌해야"

- 최근 포항의 3개 단체와 노정추 사이트에 포스코 모 전무에 대한 '윤리규범 위반사례' 글이 올라와 윤리경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포스코 직원 뿐 아니라 협력사와 포항시민들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노정추 대표로서 입장은.
"과거 김영삼 정권시절 김모씨가 포스코 회장이 되면서 '박○○ 죽이기' 일환으로 윤리강령을 선포한 적이 있다. 이는 새 정권 코드에 맞게 포스코의 부조리를 척결하고자 선포했지만 문서로만 규정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을 만든 고위층은 윤리경영이나 윤리규범을 실천한 것은 없다고 본다.

2003년 현 회장이 윤리규정을 선포한 후, 자의든 타의든 규정에 위배되어 회사를 떠난 사람이 상당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대부분 현장직원이다. 김모 회장 시절의 윤리강령처럼 회사 고위층에서 윤리규범을 어긴 경우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부하직원에게만 윤리규정의 잣대를 철저히 들이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 전무에 대한 사건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됐다. 아직까지 사실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장직원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윤리규정을 적용해야한다. 과거에는 현장직원들은 본인이나 부인이 부업을 했을 경우, 퇴직 압력을 받아 퇴직한 직원이 허다하다.

20년 전부터 부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부인이 부업을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러나 남편의 직위를 이용하여 남편의 부하직원이나 부인들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했다면 당연히 윤리규정에 근거하여 처벌해야할 사항이다.

이런 일은 회사 고위층을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와 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위층은 윤리경영에서 비켜 가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포스코에 노조가 정상화된다면 이런 것도 일부 해결된다고 본다. 노조의 역할을 크게 보면 하나는 노동자의 권익보장이지만 또 하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이기 때문이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노조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6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보람과 앞으로 활동은.
"2000년에 2차 해고 후,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면서 나보다 어려운 분들의 실생활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노정추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현장직원들이 이메일 등을 통한 지지와 격려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해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성인물'로 소문났으나 실은 굉장히 부드럽고, 세상물정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노정추 활동은 회사의 생산을 위축하게 만들거나 망하게 하는 활동이 결코 아니다. 이 활동은 회사와의 감정 대립이 아니라 회사와 노동자가 동시에 살아야할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중국 철강업이 양적으로 팽창함으로써 국내 철강업이 위축돼, 올해부터 감산체계에 들어가 영업이익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포스코 경영자와 직원뿐만 아니라 노정추에서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포스코 노사가 상생관계 속에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보장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 부응하는 세계적인 포스코로 거듭나기 위해 노정추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추연만 기자는 월간 <영일만매거진>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추연만 기자는 월간 <영일만매거진>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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