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형 스타도 없고 재벌2세나 신분상승, 혹은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자극도 없다. 불륜이나 삼각관계를 통한 식상한 경쟁의 구도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오필승 봉순영>의 작가 강은경과 지영수 피디가 1년여의 고심과 작업 끝에 내놓은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특징이다.
정신 지체 장애인 하루 역을 맡은 유건은 데뷔 작품에서 풋풋하면서 진솔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정신 지체 장애를 가져 지능지수 65인 하루가 수술을 받고나서 180의 천재소년이 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는 갑작스럽고도 황당한 이러한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이라도 하려는 듯이 학습의 과정을 끼워놓고 있다.
애초에 수술을 받게 되는 이유는 서은혜(김옥빈 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아지면 성공하고 성공하면 서은혜와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는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필승 봉순영>에서 오필승(안재욱 분)이 재벌가의 후계자에 올랐다가 다시 서민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뒤늦게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동일한 교훈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도 충분히 사랑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간 드라마에서 장애인의 사랑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 드라마가 순수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내포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데 다만, 정신 지체 장애인을 다루는데 몇 가지 더 고려해야할 점이 있어 보인다. 장애인의 삶을 지나치게 불행하고 비참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하루의 삶은 연민을 일으키고 시혜의 대상으로 보게 만든다. 그러나 장애를 가지고 즐겁고 훌륭하게 사는 이들은 많다는 점이 간과된다.
두 번째,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항상 그렇듯 이 드라마 역시 정신 지체 장애인을 순수하고 밝게만 그리고 있다. <웰컴투 동막골>에서 여일(강혜정 분)은 정신 지체 장애자인지, 정신분열증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그러나 역시 정적인 순수한 인물로 등장했다. 현실에는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하루같은 정적인 정신지체 장애인뿐만 아니라 동적 흥분형 장애인도 있다. 이렇게 밝게만 웃음 짓는 존재로 나오는 것은 선한 사람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비판의 화살은 피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캐릭터로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줄 염려가 있다.
세 번째, 장애인에 대한 좀더 배려있는 묘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금자동지급기와 실제 사람을 착각하는 묘사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3회에서는 좀 더 심각한 장면이 등장했다. 박동재(김성수 분)는 의사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말한다. "수술을 받으면서 자의식이 생기고 자의식이 생기면서 불만과 불평이 생기는 거야. 그러면서 자신의 요구를 상대방에게 각인시키려고 말을 하지 않지."
이 말은 아이큐 65의 3급 장애인은 자의식이 없다는 말이다. 지능지수 65의 청년이 자의식이 없을까? 지난 15일 KBS 스페셜 <마음>은 오랑우탄 침팬지에게도 자의식이 있다는 점을 일본 연구소의 몇 십 년에 걸친 실험을 내용을 통해 상세하게 다루었다. 드라마대로라면 하루가 침팬지만도 못하다는 셈이 된다. 침팬지와 비교 이전에 당연히 자의식을 지능지수 65에 3급 장애인은 자의식이 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엔 그동안 한국드라마가 보인 고질병들을 털어 버리려 한 노력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또한 장애인의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장애인 그대로의 사랑을 중심에 두고 있지는 않다. 수술 후 대폭 지능이 증가한 하루의 천재적 삶과 성공이 더욱 도드라질 태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 결론에서 '겪어보니 서민의 삶'이 더 좋았다는 <오필승 봉순영>과 같은 방식으로 '장애인 시절이 좋았다'며 끝맺음 된다면 섭섭하기 이를 데 없다. 장애인의 일상과 내면이 상대적으로 주변부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그대로의 모습으로 직업을 가지고 꿈을 향해 열심히 달리면서 사랑을 이루어가는 청년, 하루의 모습이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덧붙이는 글 | kbs <내일은 푸른 하늘>에서 말한 내용을 부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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