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개비' 그림 덕에 공중파를 타다

등록 2006.01.17 21:33수정 2006.01.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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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성냥개비에 먹물을 찍어 켄트지 위에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필자의 TV화면.

성냥개비에 먹물을 찍어 켄트지 위에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필자의 TV화면. ⓒ KBS

미디어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오마이뉴스>는 확실히 공중파방송보다는 한 수 위인 것 같다.


얼마 전 내가 즐겨 그리는 '성냥개비'의 그림에 대해서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오마이뉴스>에 소개한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공중파 TV 몇 군데서 방송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또한 몇몇 출판사에선 그림 청탁이 들어오기도 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더구나 말주변이 없어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일단은 TV 방송은 모두 거절을 했고, 출판에서 청탁한 일러스트는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작업이라 부담없이 응했다. 그러나 끈질긴 곳이 한 군데 있었다. KBS-TV였다. 모 프로덕션의 작가인 조아무개양은 계속 사양하는 나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사실은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TV방송에 여러 번 출연해 보았지만 방영되고 나선 곧 후회하곤 했다. 아무래도 나 자신은 방송 체질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송에 출연하려면 우선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되고 또한 '끼'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을 '쇼'에 맞게 변신시키는 재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주변머리 없는 내가 그런 변신을 하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래를 쳐가며 뒷걸음을 쳤는데도 조양은 막무가내로 붙들고 늘어졌다. 그녀는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아가씨였다.

결국 내가 또 지고야 말았다.


a TV화면에 차례로 나온 그림과 필자의 화면

TV화면에 차례로 나온 그림과 필자의 화면 ⓒ KBS

KBS-1TV에서 매주 월요일 밤 방영되는 '오래된 TV'라는 타이틀의 프로였다. 이번 주 아이템은 시대가 발달되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성냥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그리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그 성냥개비를 찾아 그림도구로 사용하는 화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야기의 뒷부분에 몇 장면 들어가는 간단한 인터뷰였다.

어쨌든 <오마이뉴스> 덕분에 또 한번 공중파 TV를 타게 되었고 또한 '성냥개비'로 해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고 말았으니 '성냥개비'에게도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내 낯은 점점 두꺼워져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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