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피' 동여매고 '설매' 타고 가리다

[내 마음의 생활사박물관 2] 설피와 전통 설매

등록 2006.01.18 15:39수정 2006.01.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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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과 짚, 나무껍질을 이용하여 나무를 감싼 설피는 눈 위를 자유롭게 활보할 때 쓰던 강원도 산골 겨울철 신발이다.

삼과 짚, 나무껍질을 이용하여 나무를 감싼 설피는 눈 위를 자유롭게 활보할 때 쓰던 강원도 산골 겨울철 신발이다. ⓒ sigoli 고향

서남해안에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너무 많이 왔다기에 한번 내려가 볼까도 싶었지만 차가 다니기 힘들다고 내려오지 말라고 하네요. 다행히 백아산 고향마을에도 눈이 많이 왔지만 시설하우스가 많지 않아 큰 피해는 없다고 합니다.


예년 같으면 썰매 타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눈과 얼음에 관한 추억을 무수히도 뱉어냈을 것이지만 올해는 송구스러워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날이 풀렸을 때 어서 마음의 복구까지 끝내시길 바랍니다. 그곳은 하늘에 기대 농사밖에 모르고 사는 가난한 곳 아니던가요. 아무 힘이 못 되었지만 마음 만으로라도 빌어드릴 테니 힘내세요.

생각 같아서는 강원도 인제 등 많게 올 때는 2m까지 눈이 오는 산골에서 신고 다녔다던 '설피'를 단단히 동여매고 나무로 만든 옛날 스키 '설매'에 황급히 올라 산길, 들길을 달리고 싶습니다. 가다가 지치면 주먹밥 꺼내먹고 눈송이와 얼음덩어리 아이스크림 삼아 먹고 아무 민가에나 들러 속 타는 하소연을 듣고 싶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설매가 제 구실을 못하면 대막가지 잘라 불에 구워 대신 타고 내려가리다. 그도 아니면 들판에 널려 있는 비닐 포대 하나 타고 가지요. 이제 그만 근심 걱정 더시고 설까지만 잘 지내세요. 눈이 '웬수'가 되기는 처음입니다. 넘어질까 염려마세요.

a 나무판을 켠 다음 물에 담가서 벌어지지 않게 하고 다시 말린 뒤 불에 구우면 요즘 스키와 같다. 씽씽 달리던 기분 끝내줬을 성 싶다. 남부지방에서 대나무로도 만들었다.

나무판을 켠 다음 물에 담가서 벌어지지 않게 하고 다시 말린 뒤 불에 구우면 요즘 스키와 같다. 씽씽 달리던 기분 끝내줬을 성 싶다. 남부지방에서 대나무로도 만들었다. ⓒ sigoli 고향

덧붙이는 글 | 김규환 기자는 예전 시골에서 썼던 농기구와 생활용품, 놀이기구를 [내 마음의 생활사박물관]에 소개할 계획이다. 인터넷고향신문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을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규환 기자는 예전 시골에서 썼던 농기구와 생활용품, 놀이기구를 [내 마음의 생활사박물관]에 소개할 계획이다. 인터넷고향신문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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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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