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명품이야!"

장모님을 위한 남편의 간단 DIY - 2칸 장 만들기

등록 2006.01.19 10:10수정 2006.01.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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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너무 좋구나. 이렇게 밥통 얹어 놓으니 허리 굽혔다 폈다 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구! 이쁜 우리 사위!"
"엄마. 그게 그렇게 좋아요."


"좋다 뿐이냐. 내 사위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건데... 이거 나중에 우리 집 가보로 물려야 되겠다."
"가보씩이나."

어머니의 꽃노래는 며칠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그냥 넘겨 버릴 수도 있을텐데 어머니의 칭찬은 끝이 없습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 했지만 어머니의 꽃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 친정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막 밥상을 물리는데 남편이 차에서 뭔가를 한 아름 들고 들어와 거실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드릴과 크기가 일정한 나무판들과 시트지 등이었습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남편은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복희 아빠. 뭐 만드는 건데?"
"좋은 거."

"좋은 거 뭐?"
"지금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나중에 다 만들면 봐."


도대체 뭘 만드는지 궁금한 것으로 따지면 친정 부모님이나 딸아이가 더한 것 같았습니다. 남편 곁에 바투 다가앉으신 부모님들은 숨까지 죽이고 계셨습니다. 딸아이의 두 눈은 호기심에 새까만 눈동자가 더 초롱초롱했습니다. 남편은 아마도 그런 관심이 재미있는 듯했습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열심히 나무판을 맞추고 드릴로 박았습니다.

김정혜

김정혜

김정혜

김정혜
시간이 지나 남편의 작품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장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건 엄연히 두 칸짜리 장이었습니다. 중간의 선반은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게 아주 유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복희아빠! 이거 왜 만든 건데?"
"저번에 장모님 밥 푸실 때. 밥통이 바닥에 놓여져 있으니까 허리를 어정쩡하게 꾸부리고 밥 푸시는 걸 봤거든. 여기다 밥통 올려놓고 밥 푸시면 허리 구부리지 않아도 되잖아. 그리고 밑에 칸에는 뭐 잡다한 것 올려놓을 수도 있고."

"와! 정말 복희아빠 대단하다. 나는 매번 그냥 무심하게 넘겼는데. 그렇게 눈썰미가 있는지 몰랐네."
"나 원래 눈썰미 좋아. 써먹지 않아서 그렇지."

김정혜

김정혜
남편은 짜 맞춘 장에다 시트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시트지 붙이는 솜씨야 익히 제가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백화점에서 주워온 낡은 장에다 하얀 시트지를 붙여줘 아주 새것처럼 만들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장을 저는 화장대로 사용했습니다. 처음엔 하얀색으로 나중엔 모서리를 갈색으로 붙여주었습니다. 서랍도 거울도 달리지 않은 그냥 덩그러니 낮은 장이었지만 그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화장대였습니다.

남편은 섬세한 손길로 장 가장자리에 시트지를 맞춘 후 차근차근 붙여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근사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장을 사이에 놓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난데없는 설전을 벌이고 계셨습니다.

"저거 안방에다 들여놔야겠다. 머리맡에 놓고서 책이며 신문이며 여러 가지 잡다한 것들을 올려놓으면 그저 그만이겠네 그려."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또 김치국부터 마시네. 저거는 사위가 나 위해 만드는 거라잖아요. 주방에 놓고 밥통 얹어 놓으라는 소리 아까 못 들으셨어요?"

"그거야. 그래도 주방에 놓고 쓰기엔 너무 아까워서 그러지."
"그래도 저건 눈독 들이지 말아요. 사위가 나 위해서 만드는 거라는데."

아버지께서 한걸음 물러나셨습니다. 사위가 당신 위해 만든다는 어머니의 일침에 아버지는 기가 꺾이신 듯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래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신 듯했습니다. 거의 완성이 되어 가는 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고 자꾸만 흘끔거리셨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천생 떼쟁이 아이 같아 자꾸만 웃음이 났습니다.

김정혜

김정혜
그 사이 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행주를 가져다 닦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번쩍 들어 주방 한 구석에다 장을 세웠습니다. 그리곤 밥통을 올려놓았습니다. 자로 잰 듯 장 높이가 어머니 허리와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연습 삼아 밥 푸는 시늉을 해보셨습니다. 싱글벙글 연신 웃음을 흘리시는 모습으로 봐 아주 흡족하신 듯했습니다.

"장모님,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그럼 그럼. 누가 만들어 준건데. 하여간 우리 사위 솜씨는 여간 아니라니까."

"실은 쌀도 넣고 밥통도 얹고 하는 쌑통을 하나 사드리고 싶었는데. 파는 것보다 많이 엉성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신 뭘 사. 그리고 파는 것하고 이거 하고 어떻게 비기나. 이건 세상에서 하나뿐인 명품 아닌가. 명품!"

"네 명품요?"
"그렇지. 이게 바로 명품 아닌가. 쓰는 사람이 귀하게 생각하면 그게 바로 명품인 거야. 이보게. 고맙네. 두고두고 자네 생각하면서 잘 쓸게."

주방에선 장모님과 사위의 사랑에 불이 붙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그 말이 그 말일지라도 칭찬의 말은 영 질리지가 않나 봅니다. 아버지는 그새 노여움이 풀어지셨는지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채 두 사람을 기분 좋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표정을 봐선 안방에 놓던 주방에 놓던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신들 사위가 사랑으로 손수 만든 것이니 그저 가까이 두고서 사위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으셨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흐뭇해하시는 두 분을 뵙고 있자니 남편이 효도를 톡톡히 한 것 같습니다. 원가로 따지자면 채 만원도 되지 않는 물건입니다. 그러나 그 물건에는 장모님을 생각하는 사위의 마음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깃들어 있습니다. 효도건 사랑이건 마음과 정성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장 위에 놓인 밥통에서 밥을 풀 때마다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니다. 그리고 먼지 한 톨 내려앉지 않았는데도 자꾸 닦아대고 싶구나. 또 손으로 한 번씩 쓰다듬어 보기도 하지. 그럴 때면 가슴이 뻐근하고 묵직한 것이 괜히 코끝이 찡해지곤 한단다. 하여간 여간 속 깊은 사람이 아니다. 애미 너도 신랑 하늘같이 생각하고 항상 잘해야 한다."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제 가슴 깊은 곳에 애틋함으로 남겨집니다. 효도! 늘 어렵고 힘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향한 마음과 정성!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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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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