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호도, 점쟁이 따로 없네!"

'직업훈련 따라잡기'에 참여한 구직자들

등록 2006.01.19 16:13수정 2006.01.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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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프로그램에 참가한 구직자들

프로그램에 참가한 구직자들 ⓒ 이명숙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세 번 '직업훈련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3일째. 월요일부터 출장에 외부강의에 정신없이 보내다 마음먹고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

100명 정도가 앉아서 강의를 받을 수 있는 교육장은 오후 4시가 되기 이전에 이미 꽉 차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둘러보니 연령대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해외지사에서 8년 동안 건강식품(인삼 등)을 판매하는 영업업무를 담당하다 명예퇴직을 한 후 전산경리회계분야 직업훈련을 받아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41세 중년 구직자. 10년이 넘게 냉장고, TV단자 찍는 일, 검사일은 물론 전기공사 현장에서 잔심부름을 한 경력을 살려 전기내선공사훈련을 받고 싶다는 63세 고령 여성가장.

전문대에서 토목을 전공한 후 전혀 다른 분야인 조리사일을 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컴퓨터전자기기시스템을 배워 취업을 하고 싶다는 25세 청년구직자. 네트워크운영관리를 배운 후 경력을 쌓아 해외 IT분야로 진출 하고 싶다는 35세 구직자.

간호조무사 훈련을 받아 장기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결혼 2년 차인 27세 주부. 여성가장으로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프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기술이라도 배워놓아야 하지 않겠다며 제과제빵을 희망하는 50세 여성가장.

한식조리를 배워서 음식도 잘 하고 싶고, 돈벌이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는 45세 전업주부. 정신적인 충격으로 군대를 전역한 후, 직업훈련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어머니의 정에 이끌려 온 20세 청년 구직자 등.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고용안정센터를 방문한 구직자들의 사연은 다양했지만 동일한 바람은 취업이었다.


a 직업훈련 따라하기

직업훈련 따라하기 ⓒ 이명숙

63세에 전기내선을 배우고 싶다는 희망자에게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데 가능하시겠어요"라고 묻자 "먹고살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해야지요"라고 한다.

고용안정센터가 단순하게 직업훈련구직등록필증만 발급해 주는 기관이 아니라 구인구직을 연결해 주는 취업지원업무, 고용보험관리 및 실업급여수급자를 위한 재취업지원,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는 고용안정사업, 청소년 취업을 위한 직업진로지원업무, 구직기술향상을 위한 집단상담프로그램, 직업훈련 등 직업능력개발업무 등을 한다고 하자, "이런 업무들도 해요"라며 놀라워한다.


a 직업훈련 상담카드 작성하기

직업훈련 상담카드 작성하기 ⓒ 이명숙

직업훈련이란 현재 실직 중이거나 새로운 직종으로 직업전환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 성공적인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직업능력개발을 시켜주는 것이다. 직업훈련은 정부위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우선선정직종과 신규, 전직 직업훈련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선정직종훈련은 대상이 인문계고 3년 비진학청소년이나 구직등록을 한, 만 15세 이상 실업자로 훈련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이다. 신규, 전직 직업훈련은 대상이 모든 실업자로 훈련기간은 1개월에서 12개월로 다양하다.

훈련수당은 교통비와 식비는 동일하나 우선선정직종훈련에는 우선직종수당이 지급이 된다. 상반기에 시작하는 직업훈련이 많기 때문에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고용안정센터를 방문한다.

단순하게 구직등록필증만 발급해 주는 것이 아닌 직업훈련상담을 통해 구직자들이 직업훈련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하고 자신의 특성에 맞는 훈련과정을 수료해 취업과 연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그동안 꾸준히 모색을 해 왔다.

a 직업훈련과정 선택하기 -직업선호도 테스트-

직업훈련과정 선택하기 -직업선호도 테스트- ⓒ 이명숙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직업훈련 따라잡기'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구직자들이 가장 호기심을 드러낸 부분이 자신의 적성을 파악 한 후 객관적으로 직업훈련 과정을 선택해 볼 수 있는 직업선호도 테스트다.

"여러분들은 어떤 성격유형에 해당이 되세요. 자신의 성격유형을 파악해보고 그에 맞는 직업과 훈련직종을 알아보는 시간인데요. 여러 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피자가게를 하려 합니다. 어떤 일을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세요. 하나만 고르세요."

각 성격유형에 따른 예문이 제시되자 구직자들은 자신의 성격에 맞는 유형을 찾아낸다.

a 성격유형 파악하기

성격유형 파악하기 ⓒ 이명숙

"피자가게를 시공하겠다고 하신 분 손들어 보세요."

하나 둘, 손을 든다.

"지금 손을 드신 분들은 현실형에 해당이 되세요. 현실형의 성격특성으로는 단순한, 말이 적은, 냉정한, 기계적인, 구체적인, 솔직한, 순응적인, 고집스러운, 검소한, 현실적인 등이구요. 관련 직업으로는 기술자, 자동차엔지니어, 전기기계기사, 운동선수 등입니다. 관련훈련으로는 금형설계, 차랑정비, 보일러, 전기내선 공사 등이 있는데요. 어때요. 맞는 거 같으세요."

"네."

"딱 맞는데요."

현실형에 해당이 되는 참가자들이 한 마디씩 한다.

a 나의 성격에 맞는 직업훈련 선택하기 1

나의 성격에 맞는 직업훈련 선택하기 1 ⓒ 이명숙

어떻게 하면 맛있는 피자를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하면 탐구형, 가게 내부 인테리어, 포스터 제작에 응답하면 예술형, 가게 내에서 서빙하며 손님을 대하는 일은 사회형,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한 홍보전략 기획을 하겠다고 응답하면 진취형, 필요한 물품파악, 비용계산은 관습형에 해당이 된다.

탐구형 성격특성은 분석적인, 지적인, 학구적인, 꼼꼼한, 정확한, 신중한, 비판적인 등이며 관련 직업은 과학자, 의사, 지질학자, 화학자 등이고 관련훈련은 반도체장비설비, 컴퓨터시스템 등이다. 각 성격유형에 따른 성격특징과 관련직업, 관련훈련 등을 제시하자 해당이 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a 나의 성격에 맞는 직업훈련 선택하기 2

나의 성격에 맞는 직업훈련 선택하기 2 ⓒ 이명숙

"점쟁이가 따로 없네"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가장의 말 한마디에 프로그램실이 웃음바다가 된다.

우선 취업이 되지 않으니까, 전직을 하고자, 우선선정직종훈련을 받으면 수당을 준다니까 등 막연하게 생각했던 구직자들에게 객관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취업준비 체크리스트를 통해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 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간, 고용안정센터를 이용해 취업하기, 고용안정사업, 창업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직업훈련 따라잡기 강의를 들으시고 어떤 느낌이 드세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참가자들에게 소감을 묻는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어요."

"직업훈련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일들을 하는지 몰랐어요."

"우리나라에서 취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센터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겠어요."

"홍보가 더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더 많이 홍보를 해 주세요."

한결같은 말들은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는 답변이다. 취업이 힘드니까 직업훈련이나 받아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탈피해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해보고, 노동시장에 대한 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 수집을 통해 그 바탕위에 진로를 선택해 간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모든 것은 한걸음부터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도, 처음부터 뛰어다녔던 것은 아니다. 무수히 넘어지고 무릎이 깨진 아픔을 견뎌내며 이뤄낸 도전정신의 산물인 것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 한번에 취업이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신규구직자도, 전직이나 이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도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내딛는 한걸음이 중요하다.

직업훈련은 그 첫 걸음에 해당이 된다. 첫 걸음부터 삐걱거리면 더 많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할 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직업훈련 따라잡기'가 첫걸음을 잡아주는 방향키 역할이 되어서 좋았다는 구직자의 말처럼, 시작은 한 걸음이지만 천 걸음, 만 걸음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명숙 기자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직업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명숙 기자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직업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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