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한양대 총학생회에 보내 온 편지자료제공 한대 총학생회
최씨는 편지에서 "동료들과 새해에는 마음잡고 책을 읽고 싶으니 헌 책이든 새 책이든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편지지 뒷면에는 중국어, 무역학, 역사ㆍ철학, 시집 등 희망도서 목록을 적었다.
뜻밖의 편지를 받은 총학생회는 즉각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지만 책을 읽을 자유까지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날 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교도소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으로 최씨의 편지가 소개됐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이 모아 준 책들은 교도소의 수감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며 "책장 속에, 사물함 속에 잠들어 있는 책을 깨워달라"고 호소했다.
학우들의 반응이 좋아 방학 중인데도 80여 권의 책이 모였다. '연탄길' '가시고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아버지' 등 대부분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들이다. 총학생회는 우선 23일 오후 1차로 최씨에게 책을 보낼 예정이다.
김상윤 총학생회 정책국 차장은 "편지를 받고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은 어떠한 존재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면서 "차가운 교도소 방에서 정성스럽게 편지를 쓴 그 분의 마음을 생각하니 뿌리칠 수 없었다"고 책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 선배들이 학생운동을 통해 사회의 민주화를 이뤄냈듯이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서 "총학생회는 책 보내기 운동을 중심으로 교도소, 산간벽지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포교도소 교무과 관계자는 "최씨가 동료들과 함께 책을 나눠 읽으면서 수감생활에서 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편지를 보낸 것 같다"면서 "책이 도착하는 대로 최씨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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