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노는 아이정명희
먼 옛날 육지가 모두 물에 잠겨 있었을 때 바위 속 염분이 물에 녹아났는데, 바닷물이 줄면서 농도가 점점 짙어져 오늘날과 같은 짠맛이 되었다고 하였던가.
만화영화에서 얻은 지식이라 정말 바닷물이 짠 이유가 그런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에게 두 형제가 싸우다 소금 맷돌을 바다에 빠트렸다는 옛날 얘기보다는 그럴 듯해서 바다에 온 김에 당장 그 얘기를 써먹었다.(진짜 바닷물이 짠 이유를 알고 싶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서 바닷물이 무섭다. 그리고 행여 신발이라도 젖을 새라 파도로부터 뚝 떨어져서 걷는데 아이는 위태위태해 하면서도 계속 파도와 장난을 쳤다. 그러다 센 파도가 밀려와 신발이 통째로 젖어버렸다.
이왕 젖은 것, 좀더 대범해진 아이는 보다 더 과감하게 파도와 맞서다가 급기야 무릎까지 젖고 말았다. 아이가 파도의 흐름을 여유 있게 상대하다가도 열에 한 번 방심하면 어느새 물이 발목을 적시고 말았다.
발이 젖지 않았으면 좀더 머물렀을 텐데 파도에 몇 번 당하고 나니 피곤한지 가자는 내 말을 아이는 선뜻 따라주었다. 1시간 반쯤 놀다가 오기엔 너무 아쉬운 바다였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배고프니?"
"응."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배가 고팠다. 그러나 시간이 빡빡하여 간단하게 삼각 김밥과 우유를 사가지고 기차에 올랐다. 우유와 삼각 김밥 두 개를 먹고 나더니 녀석은 이내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이런 저런 질문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창밖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짧았지만 숨통이 트이는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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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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