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청계천 복원 성공은 일관된 자세의 힘"

21일 백범기념관서 '세계 일류를 향한 비전과 도전' 주제 강의

등록 2006.01.25 16:01수정 2006.01.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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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서울 시장이 '세계 일류를 향한 비전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한국강사협회가 주최한 명강사 초청 특별 세미나로, 강연회장엔 200여명의 대한민국 명강사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명박 시장은 시장 취임 뒤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된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로 변화시켰는지 소개하면서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시장은 '공직사회 기업경영 마인드 도입' '관행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 제시' 등으로 요약되는 세계 일류를 향한 비전과 도전과제를 강하게 언급했다.

공직자들 어찌나 열심히 일하는지 깜짝 놀라

세계 일류를 향한 비전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이명박 서울 시장
세계 일류를 향한 비전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이명박 서울 시장조창선
그는 공직사회에 기업의 경쟁 마인드를 도입해 공직자를 변화시키고 활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서울 시장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행이었던 업무 브리핑도 받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브리핑 준비할 시간에 자기 계발과 창의적인 생각을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 분야별 선진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시스템도 하나둘 도입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공약 사업 중 하나인 청계천 복원은 사실 서울 공무원이 모두 반대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사업 진행 준비만 순수하게 5년 걸릴 텐데, 4년 임기인 시장님이 시작했다가 완성되지 못할 수 있으니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하더군요. 공직사회의 모든 절차가 거의 모두 바뀐 것이 없으니 디지털 시대에 맞춰 1년으로 단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 외국의 전문가 한 팀, 공무원 한 팀, (한국의) 전문가 한 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공직자들이 어찌나 열심히 일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밤낮 주말할 것 없이 열심이더군요. 제가 사회에서 듣던 공직자와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무척 짧은 시간에 청계천 공사를 끝낸 비결도 털어놓았다. 핵심은 보상비에 대한 대처. 당시 상인들이 서울시에 10조 3천억 원 보상을 요구한 데 대해 서울시 공무원들은 최소한 1조 원 이상 보상을 고려했었다고. 그러나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 공사비만 3800억 원 가량 드는 상태에서 보상비가 없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라고 했단다.


"공직자들을 모아놓고 3가지를 일관되게 말하라고 했습니다. 첫째, 돈은 없다. 매를 맞아도 보상은 없다. 둘째, 어떤 약속도 문서로 하지 않는다. 셋째, 직접적인 피해는 당연히 보상한다. 청계천을 둘러싸고 400여개 이익단체가 있는데 협상을 일일이 문서로 했다가는 거의 13년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어떤 단체에 어느 정도 보장했다가는 다음 단체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두로 하기로 했습니다. 말로는 전체를 상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논리로 공무원만 설득하는데도 두 달이 걸렸습니다. 상인들은 1년이 지나도록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고위 공직자까지 똑같이 그 세 가지 말만 해대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4200여 번의 설득을 계속했습니다. 4200여 번을 말입니다. 이것은 진실과 정성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시장은 무조건 밀어붙이는 '불도저 시장'이라는 비판을 반박하듯 서울시립미술관 시간 변경을 위해 4개월간 인내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낮에만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의 특성상 직장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나 공무원을 통해 시간 변경을 지시하기보다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저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내가 미술관에 꼭 한번 가고 싶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서야 시간이 되는데 미술관이 문을 닫아버리니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미술관측이 '시장님, 언제 오시겠습니까? 준비해놓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만일 시장이 '그것 10시까지 여세요'라고 말했다면 공무원들은 3일만에 그 일을 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4개월간 인내하면서 스스로 10시까지 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분들이 회의 끝에 자체적으로 10시까지 운영하겠다고 말하더군요. 민주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초기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좋은 것입니다."

정부 예산도 잘 관리하면 20% 쯤 줄일 수 있어

명강사 초청세미나 참가자들과 이명박 서울 시장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명강사 초청세미나 참가자들과 이명박 서울 시장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조창선
이 시장은 기존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깨나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각종 문서 보고. 그는 리포트를 내는 대신 메모만 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몇몇 간부들이 자신을 반대한 인사들 명단을 갖고 온 '봉투 사건'을 이야기했다.

"초기에 몇몇 간부들이 봉투를 가지고 오더군요. 그 분들이 '야당 후보에게 시장을 맡기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반대한 공무원과 여당 후보를 도와준 사람들 명단이 적힌 봉투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봉투를 열게 되면 저를 반대한 사람, 여당 편 든 사람들을 알게 되니, 아예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게, 공직자들이 대부분 진급에 목숨을 거는 것 같더군요. 고위 간부들이 물러가면 새 자리를 꿰차는 데 목숨을 거는 것 같더군요. 일제시대 인물들이 그래서 등용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힘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데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통합된 힘이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힘이 나누어지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명박 시장은 효율적 경영 행정 시스템을 통해 줄인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무원들이 모든 프로젝트를 무조건 정부 예산에 맞추는 관행을 꼬집은 것. 그는 "무조건 금액을 다 쓰고 평가도 안됐다"며 "0%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경영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라고 설득했습니다. 과거 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을 몰아붙이지 않고 이해를 시키며 삭감제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1년에 8천억 원씩 흑자가 났습니다. 절반은 서울시 빚을 탕감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더욱 좋은 사업이나 쓰고 싶은 곳에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국민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범법자로 규정됩니다. 그런데 세금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공직자에게 법적인 책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방만한 태도 역시 범법 행위인 것입니다."

끝으로 이명박 시장은 공무원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위기 관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와 함께 과거 지하철 파업이 일어났을 때, 공무원들에게 기관사 훈련을 시켜 파업을 막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과거 지하철 노조가 파업만 하면 사실상 무조건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간부들에게 기관사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관차 파업이 터졌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대기된 사람들이 즉시 투입됐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그 사실을 잘 몰랐습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운행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노조 내에서 분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라 숙박하기도 만만치 않았죠. 그렇게 10여일이 흘러가도 변함이 없자 노조 스스로 자진포기하고 사업장으로 복귀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조창선 기자는 취업포털 '파워잡' 기자입니다. 이 글은 파워잡 관계사인 <커리어홈피>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창선 기자는 취업포털 '파워잡' 기자입니다. 이 글은 파워잡 관계사인 <커리어홈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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