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논쟁 전에 감세 타당성 따져야
8·31대책 후속조치 조만간 발표할 것"

[노 대통령 기자회견] "당장 증세 주장하지 않겠지만..." 여운 남겨

등록 2006.01.25 11:35수정 2006.02.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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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모두연설에서 양극화 해소 등 재원조달 문제와 관련, "정부로서도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모두연설에서 양극화 해소 등 재원조달 문제와 관련, "정부로서도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 대체 : 25일 오후 1시 5분]

대통령이 전략을 바꿨다.

"난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았다. 증세 논쟁 하기 전에 감세 논쟁부터 하자."

25일 노무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화두는 증세가 아니라 감세다.

지난 18일 신년 연설을 통해 사회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증세를 제기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방향을 선회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의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재정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 경제 분야에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신년연설에서 우리의 재정과 복지지출 규모에 대해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 말을 바로 증세논쟁으로 끌고 가서 정략적 공세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대통령은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무리하게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통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나가겠다는 이야기다.

특히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세원을 발굴하고 다른 예산을 깎아도 복지수요를 충족하는 데 재정 한계가 있다"면서 "오히려 지금은 증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아야 할 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예로 언급하며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제도(국민 연금 고갈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매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통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는 지금의 야당이 주장해 국민의 정부 때 준비된 것"이라면서 "법적 근거에 의해 재계산을 현실화하는 법안을 정부가 제출했는데 몇 년 째 전혀 다른 주장과 논리에 발목 잡혀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증세→감세 '논쟁축 이동' 여론 부담 때문인 듯

노무현 대통령이 이처럼 증세 논쟁의 방향을 선회한 데는 국민들의 싸늘한 여론 탓이 크다.

과연 현재 세금을 제대로 걷고 있는지, 걷고 있는 세금은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세금을 많이 걷어서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한 국민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종훈 회계사는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통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나가겠다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이러한 세제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종합 청사진을 가지고 전면적인 방법으로 진행돼야지 한두 가지 조치만 취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일부 지역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정책적 신뢰를 언급했다.

그는 "일부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교란하는 일이 없도록 완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 하려는 세력과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어느 쪽을 믿느냐에 따라서 정책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강조했다. 이는 서울시의 송파 신도시 반대 움직임이나 8·31 부동산 대책이 약발이 다 됐다는 주장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29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험한 '학습 효과'가 있는 만큼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이고,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8·31 대책 후속 조치를 마무리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발표하겠다"면서 "시장 기제를 잘 활용해서 투기하는 사람은 반드시 손해를 보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관련 문제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에 대한 과제를 던졌다. 국민에게 이렇게 합시다라는 답이 아니라 과제를 던졌다. 일부에서는 왜 답을 내놓지 않고 논쟁을 점화시켰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재원 확충 방안과 관련 오늘은 세금을 올리지 않고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는데…. 세율 구조조정, 탈세 방지 등 정부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근본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지난번 회견 내용과 모순된 것 아닌가.
"국정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정책은 실현될 수 없다. '모든 문제에 대통령이 답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반드시 옳지는 않다. 그리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여러분도 기억하지 않느냐. 대통령이 말한다고 다 책임있는 일이 되고, 현실적인 일이 됐나. 어떤 경우에는 이미 국민들이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언론이 오랫동안 주장해오던 문제도 대통령이 주장하면 바로 태도가 바뀌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닌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국민연금 문제만 하더라도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제도는 지금의 야당이 주장해 국민의 정부 때 입법이 된 것이다. 법적 근거에 의해 재계산을 현실화하는 법안을 정부가 제출했는데 몇 년째 다른 주장과 논리에 발목이 잡혀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제도는 기초연금제도와 논리적으로 반드시 전제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 제도는 따로 재원을 마련해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음에도 기초연금제를 주장하면서 재정 재계산 제도 입법화를 거부하지 않나. 이런 것처럼 언제든지 대통령이 모든 대답을 먼저 내놓고 가는 것만이 정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절약하고, 다른 예산을 깎아 쓰고, 세원을 넓게 발굴해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의 원칙으로 가고 조세 감면을 재조정해도 복지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는 재정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오늘 이야기 한 것이다.

-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입법화도 됐는데 시장은 불안하다. 새로운 추가 대책은 무엇이고, 언제쯤 윤곽이 드러나는 것인지. 올해 경제 전망이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외적인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체감경기, 서민경제는 여전히 불안한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본래 8·31 부동산이 입법화되면 이후 수요 공급을 통해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에서 거의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곧 내놓도록 하겠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통해 확정해서 적당한 방법으로 발표하겠다.

정책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 게임이다.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집요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정책이 무력화 되도록 하기 위한 여러 집단의 노력이 있다. 여기에 정부가 대처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들이 어떤 쪽을 믿느냐다. 잘 된 정책도 국민이 믿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신뢰를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도 시장에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시장 기제를 잘 활용해서 투기 이익은 발생하지 않도록 투기하는 사람은 반드시 손해를 보도록 제도화 해놓으면 결국 일시적으로 저항하는 부동산 업자들의 흐름이라든지, 이런 저런 이유로 정책 교란 노력자들의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법칙을 믿는다.

기자의 질문을 듣던 노 대통령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기자의 질문을 듣던 노 대통령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은 여러 저항 때문에 이러한 투기를 막는 완전한 정책을 만들지 못해서 악순환을 반복했다. 완벽한 제도를 만들면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 부동산 투기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환율과 유가와 관련해 지금까지 불안요인 없었던 적이 있었나. 불안 요인들이 계속 거론됐다. 그러나 이를 뚫고 3년간 고생할 만큼 해서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올해 나온 낙관적 전망은 지난 3년간 불안 요인을 극복하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원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이를 극복하고, 회복해 가고 있다. 이런 근거가 경제를 낙관하는 이유다.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낙관적인 전망을 가진 사람만이 난관을 극복할 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 병을 극복할 수 있다. 언론들도 희망을 주는 메시지들을, 낙관적인 것은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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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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