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아닌 '중도개혁세력'이 대세다"

[인터뷰] 박계동의 김무성 비판... "한나라당 중심축 변화"

등록 2006.01.26 09:13수정 2006.01.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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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동 한나라당 의원.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세론으로 가고 있으며, 이명박 시장 쪽은 계보정치화하고 있다"는 전 사무총장 김무성 의원(3선, 부산 남을)의 주장에 대해, 박계동 의원(재선, 송파을)은 "이명박이 아니라 '중도개혁세력'이 대세가 돼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현재 모습을 "'이명박 대 박근혜' 식의 인물구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당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념적으로는 수구보수에서 중도보수로, 지역적으로는 영남당에서 수도권 중심당으로 당의 기축이 변화하고 있고, 그 징표가 이재오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과 '김문수-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재오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과 '김문수-남경필 단일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국발연·수요모임·초지일관·자유포럼, 사안따라 연대하기로"

이날 박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반박이라고 불리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새정치수요모임 뿐 아니라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이나 자유포럼이 광범위하게 함께 한 것은 합리적 중도개혁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각 조직이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연대할 사안은 연대하기로 얘기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당대표 선거 때도 당의 개혁과 변화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 리스트 만들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대선 후보도 이런 과정을 통해 정해져야 하고, 그 대상에는 당연히 박근혜 대표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방선거 후보로 서울에 홍준표 또는 박계동, 경기에 김문수, 부산에 권철현 의원이 각각 나서게 되면, 당이 중도개혁세력 중심으로 바뀌는 징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폐쇄적 정당에서 개방적 정당으로 바뀌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경선 배제도 허용하는 수준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문을 열어야 한다, 당대표 외부영입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 대해 "박 대표 곁에서 계보정치를 복원하려고 하는데, 이는 박 대표한테도 좋지 않다"며 "박 대표에게서 멀리 있을수록 좋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또 박 대표의 사립학교법 장외투쟁에 대해서도 "실현가능한 목표를 상정해야 하는데 '원천무효'라고 하면 실현이 되겠느냐"며 "싸움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건데 그런 싸움을 하자고 한 참모들은 옆에 두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외부인사 영입, 경선 배제 수준까지 가야... 당대표 영입도 가능"

다음은 박계동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김무성 의원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사실상 '친박 대 반박의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경선을 '주류 대 비주류' 또는 '친박 대 반박'의 싸움으로 보는 것은 자신의 패배를 마치 '친박 대 반박'의 구도에서 밀렸기 때문인 양 호도한 발언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균형감각이다. 현재 '사학법 투쟁'에 대해서 박근혜 대표가 강경한 입장인데 역시 그런 입장을 가진 원내대표가 되면 단기적으로 봤을 때 정치의 실종이 우려되니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본다. 또 원내대표가 당대표와 너무 가까운 것보다는 다양성 있는 지도부 구성이 옳다고 보는 견해에서의 판단이었다."

- 이재오 대표를 암묵적으로 지지한 의원들이 '반박 성향'이지 않은가?
"인물 중심의 구도화는 위험하다. '이명박 대 박근혜'의 구도로 보고 의원들이 마치 줄서기한 것으로 보면, 국민의 눈에는 권력 싸움으로 보인다. 그런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플랫폼(기반)'을 통해 인물 구도를 깨고 당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논해야 한다. 이를 '친박 대 반박의 싸움'이라고 얘기하고 계파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아마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정치를 배워서 그런 사고에 고착된 듯한 인상이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보스와 추종세력의 수직적 관계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모멸스런 사고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뜻을 같이했던 의원들은 합리적 중도개혁의 플랫폼을 형성하자는 뜻을 갖고 있다. 마치 (박근혜·이명박의) 양대 세력화 또는 대권 후보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판단을 달리 할 여지가 있다."

- 김무성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얘기했는데.
"당 대표가 주류인데,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남당에서 수도권당으로, 꼴보수당에서 중도보수당으로"

오마이뉴스 이종호

- 남경필 의원은 "합리적인 중도개혁 세력이 당의 전면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동의하나?
"동의한다. 같은 맥락이다. 폭넓은 합리적인 중도개혁 세력들이 존재해야 계보정치를 깰 수 있다."

- 합리적 중도개혁 세력에 현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이명박·손학규가 모두 들어가나?
"어떤 후보도 배제하지 않겠다. 적절한 시기에는 대권후보에 대해서도 검증하겠다."

-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수요모임 일각에서 주장하는) '40대 기수론'은 50대 선배의 입장에서 보면 후배들이 선배를 바로 뛰어넘는 듯한 불안감이 있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사회의 당당한 주류인데 선배가 막힘돌 같이 생각될 것이다. 그런 인간적 고뇌는 정치판에서 있게 마련이지만 더 크게 보면 이 시대에 역사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있다. 자기 성장 욕구에 따른 갈등관계 때문에 그런 큰 과제를 못 본다면 잘못된 것이다.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작년부터 박형준·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수요모임 의원들과 여러 차례 많은 얘기를 나눴다."

- 최근의 이런 흐름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나.
"당의 중심축 이동이다. 한나라당도 '영남당' '경상도당'에서 '수도권당'으로 옮겨가야 한다. 전선은 항상 수도권에 있으니까. 또 이념적으로도 아주 '꼴보수당'에서 합리적인 '중도보수당'으로 옮겨져야 한다.

문호를 개방해 폐쇄적 정당에서 개방적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울에서도 (시장을 바라보고) 현재 뛰는 후보가 좋은지 다른 훌륭한 후보를 영입하는 것이 좋은지 논의될 것이다. 저 개인적으로는 박세일, 오세훈, 이정우, 장기표 등이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분들더러 당에 들어와 경선하라고 하면 아무도 못 들어온다. 만약 이런 분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결론이 나면 저도 역량을 다 투여해서 모셔올 각오도 돼있다. 나아가 7월 전당대회에서도 이런 것을 관철시킬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지도부가 바뀌어야 한다.

한가지 소개하자면, 김문수·남경필 의원 단일화에도 조건이 있었다. 첫째, 당의 개혁적 변화에 김문수 의원이 노력해야 한다. 둘째, 7월 전대에서 있을 당의 획기적 전환과 변화에 김문수 의원도 복무해야 한다. 셋째, 경기도 지사직을 대권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로 보면 안된다. 다음 대권에서도 당의 집권을 위한 의무가 있다. 이 세 가지다."

- 지방선거 후보로 홍준표 또는 박계동 (서울시장)·김문수(경기도지사)·권철현(부산시장) 의원 등이 결정되면 당이 중도개혁 세력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징표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본다."

- 7월 전당대회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플랫폼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란다. 당의 개혁과 변화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점검 리스트를 만들고, 가장 적합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고, 당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염두에 둔 의원이 있나?
"인물을 먼저 구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검증해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겠다. 당대표도 꼭 당 안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능한 인물을 밖에서 모셔올 수도 있다."

"계보정치 복원하는 호위세력, 박 대표한테도 좋지 않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플랫폼'을 다른 말로 풀면?
"아직 명칭을 정하지 못했다. 박형준 의원은 '합리적 중도개혁 세력'이라고 풀고 있고, 남경필 의원은 '개혁적 보수세력'이라고 표현한다. 성격 규정은 추후에 다시 하겠다."

- 국발연·수요모임 외에 어떤 의원들이 함께 하고 있나.
"국발연, 수요모임, 푸른모임,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등 주요 의사형성 그룹이 있다. 서로 활발하게 얘기하고 있다. 모두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당대회면 전당대회, 지방선거면 지방선거, 대표선거면 대표선거 등 개별적 사안에 대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안별로 연대할 사안에는 연대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빠지면 된다. 당의 변화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있다."

- 그러면 지금 한나라당은 중심 이동 중인 건가?
"그렇다. 지금 이동 중이다. 모든 이동은 견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밀어주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 의지가 가시적으로 보였던 사례가 이재오 원내대표의 당선이나 김문수·남경필 후보단일화 등이다."

-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대표도 지금부터 대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옳지 않다. 그런 계파적 사고를 해선 안된다. 김무성 의원은 자신의 경선 패배를 너무 박 대표한테 덮어씌우는 느낌이다"

-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무성 의원을 반대했는데, 김무성은 어떤 세력에 속하는 것인가?
"김무성 의원이야 박근혜 대표의 측근을 자임하는 호위세력 아닌가. 박 대표 곁에 남아서 계보정치를 복원하려고 하는데, 박 대표한테도 좋지 않다. 박 대표를 위해서도 그런 사람은 멀리 있을수록 좋다."

- 박 대표의 '사학법 투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학법 투쟁도 한계를 정해놓고 목표도 실현 가능한 것을 상정해놔야 한다. '사학법 원천무효'라고 하면 생각해보라. 그게 실현이 되겠나. 싸움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그런 싸움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던 '참모'를 곁에 두면 되나? 나중에 책임은 대표가 지게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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