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만 원 이상만 충전된다?

일부 대행점 소액충전 거부...청소년들 불편

등록 2006.02.06 10:22수정 2006.02.06 10:24
0
원고료로 응원
고등학생 유원선(18)군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통카드의 잔액이 부족해 충전을 대행하는 점포에 들어가 5000원 충전을 요구했지만 상점주인이 만 원을 충전한 것이다. 유군이 항의하자 상점 주인은 "학생이 교복과 명찰을 확인했으니 명부에 전화번호를 적고 내일 남은 돈 5000원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유군은 어쩔 수 없이 다음날 5000원을 가져다 주었다.

유군의 사례처럼 교통카드 소액충전을 거부당하는 청소년들의 불편이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교통비를 충당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소액충전을 애용하지만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1000원 단위의 소액충전을 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등하굣길에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현희(17)양은 "잔액이 부족할 때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상점을 이용하는 데 소액 충전을 안 해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지불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양은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달에 2번 3~4만 원 정도 충전하는 데 학생 입장으로 부담되고 또 분실 걱정도 커진다"고 말했다.

a T-money 교통카드를 대행하는 상점(해당기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T-money 교통카드를 대행하는 상점(해당기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이재승

하지만 한국스마트카드사 홈페이지(http://www.t-money.co.kr)에는 분명히 '천 원 이상, 천 원 단위로 교통카드 충전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상점들은 왜 소액 충전을 꺼려하는 것일까? 소액 충전으로 인해 돌아오는 수수료가 적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점들은 충전 금액의 0.7%를 수수료로 받는데 5000원 충전시 이들에게 돌아오는 수수료는 35원, 만 원일 경우 70원이다. 충전시에 드는 통신료를 감안하면 소액충전할 경우 밑지는 장사가 될 수밖에 없다.

a

ⓒ 한국스마트카드

서울 한 버스정류장 옆에서 카드 충전을 대행하고 있는 안모씨는 "버스조합에서 교통카드를 관리할 때는 수수료도 1%였고 매일 수금해가는 방식이여서 오히려 편했다"며 "T-money 카드를 대행하는 이후 텔레뱅킹이니 뭐니 해서 나가는 수수료가 오히려 더 많아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사는 "가두 판매점은 현재 가맹점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며 "상점주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분들이니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a 대부분의 지하철역이나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액 충전이 가능하지만 버스 정류장 가판대 등에서는 소액충전이 어려워 청소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지하철역이나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액 충전이 가능하지만 버스 정류장 가판대 등에서는 소액충전이 어려워 청소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이재승

교통카드를 자주 이용하는 노종우(18)군은 "소액충전을 꺼려하는 상점 대신 역과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역은 너무 멀고 편의점은 일부에서만 해 주기 때문에 불편하다"면서 "버스정류장과 가까운 상점에서도 소액충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청소년들의 불편함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통개선총괄반 관계자는 "충전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아 소액충전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영세 상인들이기 때문에 이를 무작정 강요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신 자동충전기를 이용한 인터넷 충전, 편의점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Teencast(teencast.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Teencast(teencast.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3. 3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