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뮤지컬 창작공작소 레히
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의 가장 큰 한계라고 하면 공연장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이 때문에 이 작품의 감동을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대신 만족하려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물론 이미 검증된 탄탄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어떤 장르를 선택해도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곡가 박문희, 최종윤씨의 편곡을 통해 재 탄생한 뮤지컬 버전은 찾아오는데 들인 공과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자신의 상처를 극복 못 하고 방황하는 이집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슬픈상처', 홀로 아이를 키우며 겪는 애달픈 마음을 표현한 '다른 엄마처럼' 등의 뮤지컬 넘버는 볼거리와 듣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뮤지컬만의 매력에 폭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죠.
주인공이자 해설까지 겸하고 있는 지홍 역을 맡은 이동건의 연기도 돋보입니다. 2부에 들어서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어린이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대사와 노래를 무난하게 표현해냅니다.
또 영화배우 출신 서태화가 시니컬하면서도 능청맞은 이집 선생님을, <아세위>의 전 버전인
와 <마녀사냥> <가스펠> 등에서 명연기를 선보였던 뮤지컬 배우 김은정이 지홍 엄마로 출연해 관객들을 웃기고 눈물짓게 만듭니다.
크고 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관객들이 든다는 고정관념도 깨줬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제작된 2층 무대와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이동식 단으로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낙담한 지홍을 달래기 위해 이집 선생님이 애꾸눈 선장이 되어 인형들을 들고 등장한 선원들과 함께 바다괴물을 무찌르며 지홍과 함께 항해하는 장면은 공연장이 커야만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곤 시도조차 못 하더라고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개떡같진 않아요.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 지금 삶에 익숙해져서죠. 나쁜걸 알면서도 겁이 나니깐 포기해 버려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면 세상엔 온통 패배자뿐이겠죠"
뮤지컬 말미, 지홍이가 생각하는 '용기'에 대한 독백을 들으며 잠시 예전 대학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어쭙잖은 학생운동을 한답시고 강의실보다 거리로 돌아다니던 그 때 말이죠. '나 하나의 변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가 나이가 들고, 현실에 치이면서 차츰 시들해져갔습니다.
그렇게 사회에 내던져지고, 비난의 대상이었던 그 속에서 대충 만족하고 살아가는 제 모습을 저 작은 꼬마가 반성하게 만들다니! 하지만 제 선배들이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쌓여왔기에, 또 수많은 후배들이 실패로 끝날지 모르는 일들을 용기있게 노력하고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으로 조금씩 변해온 것 아닐까 하고 스스로 위안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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