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아름다운 섬진강조태용
강물 위에 새들이 나를 보고 놀래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가 남긴 파장이 수면을 타고 나에게 전해진다. 새는 사람을 보고 놀라 하늘로 도망쳐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에서 안착한다. 새가 도망친 이유는 인간이 새를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사람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욕심 많은 인간에게 쉽게 멸종당하고 만다. 신대륙이나 오세아니아에 살았던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새로 등장한 사람들에게 손쉬운 사냥감이 되어 멸종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현대의 동물들에게 사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생존의 방법이 되었다. 사람은 당연히 동물이 사람을 보면 혼비백산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외란 항상 있는 법이다.
사람과 동물도 인간이 우호적으로 동물을 대하면 동물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다가간다. 사업상의 이유로 일본에 잠시 있을 때 나는 숲 속을 산책하면서 작은 개울 하나를 보았다.
그 개울에는 작은 개울과는 달리 꽤 큰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사람을 보고도 도망을 가지 않았다. 나는 이 물고기들이 "겁이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물고기가 있다면 손쉽게 잡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물고기들은 개울을 걷는 나를 오히려 따라 오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그 길을 자주 산책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개울 물고기에게 사람은 먹이를 주는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경계하지 않은 것이다.
공원 연못에 비단잉어는 사람을 보면 모여든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자연 속의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것이 좋은가 나쁜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동물이 본디 사람을 무서워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동물을 위협하고, 죽이기 때문에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신대륙과 오세아니아의 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