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공존의 법칙을 생각하다

[포토에세이] 섬진강 산책길에서 얻은 지혜

등록 2006.01.27 18:42수정 2006.01.29 13:2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후에 햇살이 눈부신 날이다. 바람은 살랑이며 기분 좋게 불어온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바람은 이미 봄바람 같다. 오후에 햇살을 담은 바람은 따뜻하고 온유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차가운 강물조차 따뜻하게 보이도록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지금 그 힘에 밀려 천천히 강물을 따라 강변길을 걷고 있다.


봄바람 부는 아름다운 섬진강
봄바람 부는 아름다운 섬진강조태용
강물 위에 새들이 나를 보고 놀래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가 남긴 파장이 수면을 타고 나에게 전해진다. 새는 사람을 보고 놀라 하늘로 도망쳐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에서 안착한다. 새가 도망친 이유는 인간이 새를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사람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욕심 많은 인간에게 쉽게 멸종당하고 만다. 신대륙이나 오세아니아에 살았던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새로 등장한 사람들에게 손쉬운 사냥감이 되어 멸종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현대의 동물들에게 사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생존의 방법이 되었다. 사람은 당연히 동물이 사람을 보면 혼비백산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외란 항상 있는 법이다.

사람과 동물도 인간이 우호적으로 동물을 대하면 동물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다가간다. 사업상의 이유로 일본에 잠시 있을 때 나는 숲 속을 산책하면서 작은 개울 하나를 보았다.

그 개울에는 작은 개울과는 달리 꽤 큰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사람을 보고도 도망을 가지 않았다. 나는 이 물고기들이 "겁이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물고기가 있다면 손쉽게 잡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물고기들은 개울을 걷는 나를 오히려 따라 오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그 길을 자주 산책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개울 물고기에게 사람은 먹이를 주는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경계하지 않은 것이다.

공원 연못에 비단잉어는 사람을 보면 모여든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자연 속의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것이 좋은가 나쁜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동물이 본디 사람을 무서워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동물을 위협하고, 죽이기 때문에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신대륙과 오세아니아의 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나를 보고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새
나를 보고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새조태용
지금 나를 보고 허겁지겁 물을 박차고 하늘로 오르는 새들은 경험으로 내가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도 위협적인 존재를 보면 뒤로 물러나거나 피하려 하듯이 동물들은 인간을 두려워한다.


인간이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서 조화롭게 살려는 노력이 필요하듯이 자연과 인간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연을, 개발과 돈을 위한 가치가 아닌 함께 하는 공존을 위한 생존의 파트너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섬진강에 낚시를 위해 만든 집
섬진강에 낚시를 위해 만든 집조태용
강변에 집 한 채가 보인다. 집은 강 위에 마치 열대지방에서 보이는 수상가옥처럼 지어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낚시를 하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낚시 집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보니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물쇠로 단단히 묶어 놓아 이것이 공용이 아닌 사적 소유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즉 주인의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강물 위에 집을 짓고 그 위에 자물쇠를 채워놓는 것이 사람이다. 새들은 결코 강 위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는다. 그들은 자물쇠를 채우기보다는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원한다. 공존을 위해서는 자물쇠를 더욱 튼튼하게 채워 누군가 칩입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물쇠를 풀고 함께 공유하려는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적 소유물임을 알리는 자물쇠
사적 소유물임을 알리는 자물쇠조태용
우리는 지금 자꾸 자물쇠를 많이 만들어 여기 저기 채우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재산, 내 물건, 내 권력, 내 힘을 빼앗기지 않을까 매일 매일 더 많은 자물쇠를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자물쇠가 그것을 보호해 줄지는 의문이다.

자물쇠를 많이 만들어 누군가 침입을 방지하기보다는 침입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옳은 일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자유롭게 소지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총으로 죽어간다고 한다.

지금은 튼튼한 자물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과 열린 마음 많이 진정한 평화와 공생을 지키는 든든한 자물쇠가 되어줄 것이다. 그 자물쇠의 열쇠는 지금 우리 손에 하나씩 주어져 있다.

섬진강 수면위로 눈부신 오후 햇살이 퍼져 나간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