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금) 이명박 시장은 'Reshaping Asian Integration' 주제로 열린 디너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서울시청 제공
이명박 서울시장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한 공식연설이 '친일적 발언'으로 비쳐져 논란을 낳고 있다. 신사참배와 연이은 일본 우익인사들의 망언 등 과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일간 갈등의 책임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 시장은 발언이 곡해됐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27일 특별만찬 연설을 통해 "최근 일부 아시아의 정치지도자들이 과거 역사에 얽매여 국가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시장은 "2차 대전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위해 화해와 협력으로 유럽 통합의 길을 연 아데나워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아시아에 없어 안타깝다"며 "아시아의 경제 활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에 집착하는 행태를 버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과 이를 실천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우익인사들의 연이은 망언, 신사참배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과 사과 촉구를 잘못된 처사로 몰아 붙이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낳았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역사의식이 의심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당권 주자인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역사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된 발언이자, 지도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상임고문은 "외국에 나가서 하는 연설은 모두 국가를 대표해 하는 발언"이라며 "이런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발언이 일본의 우경화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아데나워 같은 지도자가 없어 아쉽다는 뜻" 해명
유은혜 열린우리당 부대변인도 "틈만 나면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차기 총리 유력 후보들을 향해 마땅히 맹성을 촉구해야 할 한국의 차기 대권후보의 발언은 어떤 역사적 인식에 근거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유 부대변인은 "이 시장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망언에는 면죄부를 주고, 진정한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정치 지도자들이 부추긴 '민족주의'와 '지역주의'에 갇힌 속좁은 아시아인이라는 모욕과 수치감을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비난이 이어지자 이 시장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31일 시청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는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 같은 지도자가 없어 오늘날까지 과거 역사에 얽매여 국가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 것"이라며 "당시 기록에 보면 아데나워는 철저한 보상과 사과를 수없이 했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했던 기록이 있는데 그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노컷뉴스>가 전했다.
다음은 이명박 시장의 다보스 포럼 특별만찬 연설문 전문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 만찬에서 연설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제가 한국 수도 서울의 시장으로서 서울의 경쟁력이나 서울이 성취한 많은 성과에 대해 말할 것으로 기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4년간 서울시장으로서의 경험이 오늘 세션의 주제인 Reshaping Asian Integration에 가지는 의미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저는 2002년 서울시장으로 당선되기 이전 현대그룹의 CEO로 오랫동안 활동하였고 국회의원으로도 재직하였습니다.
저는 현대그룹을 한국에서 손꼽히는 큰 기업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현대그룹의 CEO로 재직하는 동안 저는 세계 수준의 기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원칙을 배웠습니다.
첫째는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며 둘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 세 가지 원칙은 자연스럽게 고객과 종업원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trust)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 4년 전 서울시장에 취임한 후 서울의 행정에도 이러한 원칙과 접근방법이 적용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우선 기업하기 좋으며 살기 좋은 세계수준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경제, 문화, 환경, 교통 등 제 분야의 발전 약속을 하였으며 이를 모두 이루었습니다. 편리하고 깨끗하며 따뜻하고 활력 있는 수도 서울의 모습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였습니다. 그리고 관료주의로 정체되었던 서울에 일류 기업과 다름없는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4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예컨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서울시를 녹화하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대중교통 체계를 혁신하여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는데도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지난 40년간 콘크리트에 매몰되어 있던 도심 하천 청계천을 복원하여 도시의 재생을 일구어 냈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세계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4년간 약 180억 달러 이상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의 모든 행정을 전산화하여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크게 제고하였습니다.
도심 하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를 개선한 공로로 각각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박람회 1등 상과 메트로폴리스 국제기구로부터 메트로폴리스 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서울을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Financial Times로부터 fDI Person of the Year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본인 이전에 이 상을 받은 분들로는 멕시코 및 브라질 대통령이 있습니다.)
비록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제가 상대해야 할 많은 국내외 정치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행태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오늘날까지 기업의 사회공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반기업적인 정책을 펴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기보다는 이를 억제하는 반시장적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있어 법치주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공공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개인감정과 사익을 앞세워 부정부패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국민의 공론을 존중하기보다는 개별집단의 이해를 앞세우고, 인류 전체의 평화와 복지를 생각하기보다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이익만 앞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일부 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은 과거역사에 얽매여 국가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 아데나워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진정한 반성과 이웃에 대한 배려로 2차대전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위해 화해와 협력을 한 것과 달리, 아시아에는 아데나워와 같은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현재 중국, 일본,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화 추세에 역행하여 아시아의 일부 지도자들은 민족주의, 지역주의에 근거한 아시아 블록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주의와 블록화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 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WTO체제 하의 다자간 협력을 통해 범 세계적인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추진하여 인류의 공동 번영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Asian Integration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아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빠른 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으며,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 활력의 지속을 위해서는 과거에 집착하는 행태를 버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과 이를 실천할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고결성(integrity)이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경쟁적인 기업 활동과 시장원리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아시아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국가간, 도시간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일구어 낼 수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안목과 비전과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저의 시장 임기는 오는 6월에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 지역 정치지도자들과 협력하여 아시아와 인류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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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아시아 지도자 과거 집착"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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