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누구? "너 아니면 나라며?"

40대 후보들, '아름다운 낙선'부터 '짝짓기 생존'까지 막판 승부수

등록 2006.02.01 21:04수정 2006.02.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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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일 오전 9시40분]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 출마한, '조직'도 없고 '지역'도 없는 40대 후보들의 '꼴찌 탈출'을 위한 안간힘이 힘에 부쳐 보인다.

9명의 후보들 중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정동영·김근태에 이어 2위 그룹인 김두관·김혁규 외에 40대 후보들 중에서 '꼴찌'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배숙 의원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 후보로 이미 최고위원 당선이 결정된 상태라 8명의 본선 주자를 꼽는 예비 경선에서 한 명의 낙선자는 이들 중에서 나올 거라는 관측이 많다.

김부겸(48)·김영춘(44)·이종걸(49)·임종석(40) 의원.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제각각이다. '아름다운 꼴찌'를 각오하며 계파주의 해체를 주장하는 소신파가 있는가 하면 정동영·김근태 양강 후보로부터 러브콜을 동시에 받는 후보도 있다.

한편 정동영·김근태 두 후보가 40대 누구를 껴안을지도 관심사. 정동영 후보 측은 "영남엔 김혁규, 호남에 임종석"을, 김근태 후보 측은 "경남의 김두관 외에 다음 표는 열려있다"는 말이 당직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김영춘-기호①] 이변 기대하는 '독립파'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 12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력 있는 국정주도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대표후보출마를 선언했다.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 12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력 있는 국정주도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대표후보출마를 선언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영춘 의원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지난 1월 정동영 상임고문이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지기 하루 전날 김 의원은 기자들과 회식을 하고 있다가 정 고문의 전화를 받았다.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이에 김 의원이 "이번에는 (기자회견장에)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하자 이를 지켜본 기자들은 "떨어지려고 작심했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그간 공공연하게 '친정동영'으로 분류돼 왔다. 정동영 당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김근태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을 맡았는데 그럼 내가 김근태계냐"고 반문한다. 한 측근은 "젊은 놈이 힘센 놈 손잡고 지도부에 진입한들 무슨 소리를 낼 수 있겠냐"며 "40대 기수가 아니라 40대 마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40대 기수론을 주창하며 노 대통령을 극복한 자주정당, 당 계파주의 해체 등을 주장해왔다. 또한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 "시행하기도 전에 개정한다면 우리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김한길 원내대표를 향해 "만약 이면합의를 했다면 당장 사표를 내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영춘 캠프' 관계자들은 '아름다운 낙선'을 각오하며 '의제'가 있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통상적인 답안이 나오면 안 된다"며 "초당파적인 쇄신의 노력이 전개되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당원들의 성원을 기대한다"고 예비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임종석-기호②] 조직표 힘 받는 '통합파'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 15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과 선거연합으로 지방선거를 승리하자`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 15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과 선거연합으로 지방선거를 승리하자`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임종석 의원의 행보는 이와 대비된다. 줄기차게 '지방선거 전 선거연합' 등 민주당 통합론을 이슈로 제기하고 있는 임 의원은 호남의 좌장격인 염동연 의원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정동영 후보 측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염동연 의원이 주도하는 '범민주개혁세력 통합추진' 남한산성 등반대회에 정동영·임종석 후보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재야파로 오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어온 김근태 의원과는 다소 소원해진 인상이다. 임 의원은 김근태 캠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김두관 특보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김두관 특보가 통합론에 대해 "영남 포위론의 변종"이라고 비판하자 "정권 재창출을 포기한 영·호남 분열주의"라고 응수했고, "김두관은 40대 후보 단일화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임 의원은 다른 40대 후보들이 '정동영·김근태 때리기'에 한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어느 편에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날리지 않았다.

임 의원은 지난달 말 김혁규 후보 측에서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부겸·김영춘 후보에 이어 하위권에 속했으나 최근 40대 그룹 중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잘하면 3, 4위 진입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캠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임 의원은 선전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당원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며 "내가 그걸 건드렸고 정권재창출의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임 의원은 "새로 조직을 짜지는 못하지만 수도권과 호남에서 분위기가 좋다"며 "최고위원 당선이 목표"라고 자신했다.

[김부겸-기호③] 본선에서 진검 승부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 1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 1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화합'과 '통합' 기치를 내세운 김부겸 의원은 예비 경선을 하루 앞두고서도 정동영·김근태 두 후보를 향해 "페어플레이 정신을 되찾으십시오"라는 말로 시작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인천시당 간담회에 참석해 "전당대회는 대선 전초전도 아니고, 사생결단의 장도 아니"라며 금도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동시에 두 후보의 공동기자회견을 제안하며 '신사협정'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이슈의 선명성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상전에 강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TK(대구·경북)인 이강철 전 대통령 특보의 지원 사격이 가세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김근태 후보 측에서 돕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부겸 캠프에선 판세를 예단하지 않고 있다. 본선 판도에 대해선 "잘하면 4등 못하면 5등"이라고 신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예비 경선은 '조직표'보다는 소신투표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 한 관계자는 "어떤 집단지도부로 구성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 배합으로 세 표가 나뉘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걸-기호⑦] '이종걸 일병' "담담하다"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월 19일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대를 중심으로 한 당의 세대교체를 내걸고 2.1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월 19일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대를 중심으로 한 당의 세대교체를 내걸고 2.1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진 이종걸 의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출발부터 '40대 후보 단일화'를 내걸었으나 다른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아 이슈가 사그라들었다. '이종걸 캠프'에선 지난 설날 임진각에서 열린 망향제를 기해 40대 회동을 추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임종석·김부겸 의원은 단일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로서는 예비선거가 끝나봐야 알겠다"며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판세와 관련 "얼마든지 내가 (탈락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아니라 '이종걸 일병 구하기'가 됐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전국을 다니면서 당원들의 많은 격려를 받았다"며 "여기에서 당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해 나름의 성과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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