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언젠가 눈이 내리는 날 강원도 속초에 간 적이 있었다. 원래 버스는 미시령을 넘도록 되어 있었지만 그날 눈 내린 미시령은 어떤 차의 보행도 허용치 않았다. 버스는 백담사 입구인 용대리에서 체인을 감더니 진부령을 넘어 속초로 갔다. 나는 그때 차창 밖에 어른거리던 그 희디힌 강원도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이후로 나는 대설주의보 소식만 들으면 강원도로 나서게 되었다. 1월 31일, 나는 강원도의 대설주의보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 다음 날인 2월 1일에 백담사를 행선지로 삼고 서울을 출발한 것은 아침 8시였다. 그러나 강원도에 눈이 내리면 그날의 행선지는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눈이 내린 강원도는 어느 곳이나 한 폭의 그림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백담사를 갔다기 보다 그날 나는 눈 내린 강원도를 간 것이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백담사로 향하던 차를 처음 멈춘 곳은 홍천의 외삼포리였다. 눈은 마을의 길 위에서 인적을 끊어버리고 대신 흰빛 고요로 세상을 덮은 뒤 한 폭의 그림으로 마을을 펼쳐들고 있었다. 분명 평상시엔 논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숲이었겠지만 눈이 내린 날 그곳을 갔다 나온 나는 마치 흰 바다를 건너 섬에 다녀온 느낌이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속초에 갈 때면 항상 화양강 랜드라는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가게 된다. 휴게소의 한 켠에 트럭 세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평상시의 앞 유리 대신 멋진 흰빛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차를 가지고 눈 내린 강원도를 갈 때는 가다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차창 밖의 풍경이 잡아끄는 그 강력한 자장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를 세우고 들어간 한 마을에선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오늘 온통 눈으로 치장을 하고는 나를 맞아주었다. 나뭇가지 사이에 높다랗게 얹힌 까치집에 눈에 보였다. 까치는 오늘 아침 일찍 제 집을 파고든 눈을 치우긴 치웠을까. 큰사진보기 ▲김동원 나무는 위로 자라고 집도 위로 솟는다. 눈은 나뭇가지 위로, 혹은 지붕 위로 내린다. 그 둘이 만나면 그냥 사람 사는 강원도의 어디나 풍경이 된다. 눈의 풍경은 위로 자라거나 솟는 것들이 아래로 내리는 눈과 손을 맞잡는 즐거운 만남의 다른 모습이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빈 듯 보이는 어느 집의 마루에선 가을부터 그 자리에서 몸을 말렸을 옥수수들이 오늘 세상의 눈을 바라보며 노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백담사가 가까워오면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이 눈 내린 풍경을 지나칠 때 그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다. 요즘의 버스는 창문을 열 수 없어 사진을 찍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 여행은 차를 갖고 갔기 때문에 차창을 열고 지나는 풍경을 얼마든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은 그때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10분의 1도 담아내지 못한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눈이 내린 날 강원도의 어디나 풍경이 된다는 것은 바로 산중턱이 빚어내는 이런 풍경을 두고 말함이다. 눈 내린 날 강원도에선 차창으로 이런 풍경이 내내 함께 달린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백담사 입구에 도착하자 먼저 장승이 나를 맞아준다. 눈이 내린 날의 흥겨움 때문인지 장승이 내게 장난을 치고 싶었나 보다. 장승은 내게 하얀 혓바닥을 낼름 내밀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어떤 단지는 엉덩이를 쳐들고 그곳에 눈을 받아두고, 어떤 단지는 입을 시커멓게 벌리고 내리는 눈을 다 받아 마신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백담사로 들어가는 두 번째 다리의 난간에선 눈이 제 몸을 스스로 녹이고 늘어뜨려 목걸이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누구의 목에 걸어주려 한 것이었을까. 궁금했지만 남의 사랑을 너무 깊이 캐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하여 짐짓 모른 체 그냥 지나쳤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이 많아 백담계곡과 백담사의 눈사진은 다음 기사로 올릴 예정이며, 이번 사진은 백담사 입구까지의 기록이다.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사진이 많아 백담계곡과 백담사의 눈사진은 다음 기사로 올릴 예정이며, 이번 사진은 백담사 입구까지의 기록이다.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동원 (backnine) 내방 구독하기 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모이] 베란다에서 지켜본 '블랙이글스' 에어쇼 연습 관련기사 백담계곡에 눈이 내리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눈 내린 강원도를 가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 국힘-용산의 '대환장' 질의응답 [주장] 변호사가 본 이재명 1심 판결과 민주당이 해야할 일 미스롯데를 꿈꾼 17살, 라이터 공장에 취직하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