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한 상자에 5만원, '금추'가 따로 없네

전국에서 최고가격 받는 충남 논산 양반꽃상추작목반

등록 2006.02.02 17:15수정 2006.02.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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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국 최고의 양반꽃상추를 재배하고 있는 김영환(49)씨와 부인.

전국 최고의 양반꽃상추를 재배하고 있는 김영환(49)씨와 부인. ⓒ 윤형권

4㎏들이 상추 한 상자가 5만원. 이쯤 되면 상추가 아니라 '금추'다. 금 같은 상추가 재배되고 있는 곳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는 마을인 충남 논산시 양촌면 임화리 봉황마을.

봉황마을에 상추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봉황마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김영환(49·양반 꽃상추 작목반 반장)씨는 20여 년 이상 딸기농사를 지어온 '딸기농사꾼'이었다. 김씨는 딸기 농사를 지으며 텃밭에다 상추를 심어 집에서 소비하고 남은 일부를 농산물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런데 김씨가 재배한 상추가 농산물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중간도매상으로부터 3년간 계약 재배를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가격과 거래 조건도 좋았다. 1년간 계약 재배로 상추를 재배해 보니 딸기보다 면적 대비 소득이 높았다. 딸기는 연중 6개월 정도만 수확을 하는데 비해 상추는 연중 내내 수확이 가능했다. 또 딸기는 온도에 민감한 반면 상추는 저온에서도 잘 자라는 장점이 있었다.

3년간의 상추 계약 재배를 마친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20여 년 이상 자나 깨나 딸기와 함께 살아왔는데, 딸기를 버리고 소득과 작업 조건이 좋은 상추를 선택해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농사에서 작목을 변경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김씨는 한동안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정들었던 딸기를 포기하고 상추를 재배하기로 한 것. 김씨는 먼저 동네 젊은이들과 그동안 있었던 상추 재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작목반을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처음에는 대부분 망설였지만 김씨의 확신에 찬 설득에 믿음을 갖고 따랐다. 이렇게 해서 5명이 참여한 '양반 꽃상추'라는 작목반이 구성됐다. 이때가 지금부터 5년 전인 2000년 봄이었다.

작목반은 재배기술, 출하, 상품의 포장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농민들의 자생적인 조직이다. 농민들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중간상인들의 가격담합이나 폭리 등에 대처하기도 한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작목반일수록 규약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공통적인 경향이다. 양반꽃상추작목반도 규약을 정하고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다. 규약을 위반한 농가는 경고를 주고 경고를 3회 받으면 탈퇴 시킨다.


▲ 친환경농법을 지키는 것 ▲ 상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확시기와 선별작업을 철저히 지키는 것 ▲ 판매된 상추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바꿔주는 것 등이 양반꽃상추작목반의 규약의 특징이다.

양반꽃상추는 주로 서울과 인천으로 출하를 시키는데 유통시장에서 항상 상위 가격을 받고 있다. 양반꽃상추작목반은 규약을 철저히 지키면서 전국 최고의 상추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도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 농산물시장에서 전국 최고의 가격인 한 상자에 5만 원을 받았다. 양반꽃상추는 2월 현재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양반꽃상추가 꾸준하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크게 3가지다.


a 양반꽃상추가 전국 최고가 된 비결중에 하나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상추를 고르게 잘 포장하는 것이다.

양반꽃상추가 전국 최고가 된 비결중에 하나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상추를 고르게 잘 포장하는 것이다. ⓒ 윤형권

첫째,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는 일절 쓰지 않고 미생물발효비료와 천적을 사용해 상추의 맛과 향을 높이고 있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한 양반꽃상추작목반은 2월 현재 26명의 회원으로 성장했다. 작목반 회원 대부분이 친환경농법 인증인 '저농약'과 '무농약'을 지키고 있다.

둘째는 수확 시기를 잘 지킨다. 상추의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할 때 수확한다. 만약 손바닥보다 크면 따서 퇴비로 사용한다. 상추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이어야 삼겹살이나 생선회를 먹을 때 좋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까지 세심하게 연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선별 포장이다. 양반꽃상추는 등급별 포장을 철저하게 지킨다. 2등품을 1등품 속에 살짝 섞어 넣는 이른바 '속박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종이 상자에 담을 때 가지런하게 담는 비법이 있다. 종이상자 내부의 가운데에 S자 모양의 판을 끼워 상추가 흩어지지 않게 가지런하게 정리하여 운반 도중에 상추가 흩어져 손상되는 일을 방지한다.

양반꽃상추작목반 김영환 반장은 "상추 재배의 비법을 알려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가 고안한 선별포장용 깔때기를 훔쳐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나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는 비법은 다름 아닌 성실과 양심적인 재배"라고 말했다.

이들 양반꽃상추작목반의 지난해 매출액은 20억 원이 넘는다. 작목반의 어떤 회원은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약 2억원의 소득을 올린 사람도 있다.

양반꽃상추작목반은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 양반꽃상추작목반 소문을 듣고 귀농을 해서 정착하고 있는 회원도 5명이나 된다. 고일국(39)씨는 양촌이 고향인데 서울에서 봉재공장을 운영하다가 외환 위기와 불황이 겹쳐 업종 전환을 생각하다가 지난해부터 상추 재배를 하기 시작했다.

고씨는 첫 해인 지난해 6동을 재배해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동을 더 늘리기로 했다. "시골도 정보화가 잘되어 있어 도회지 사는 사람들에 비해 뒤질 것이 없어요. 공기 맑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서 좋다"며 귀농하기를 잘했다고 말한다.

지난 5년 동안 양반꽃상추작목반을 이끌어온 김영환 반장은 "젊은 사람들을 육성하려고 한다"며 "농사는 노력한 만큼 보답해 주는 것"이라며 "근면성실과 양심적인 농사를 짓는 사람은 귀농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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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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