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봄 마중 가자!

등록 2006.02.02 17:12수정 2006.02.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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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아."
"왜?"
"정은아."
"응?"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귀여운 조카들입니다. 겨우내 감기를 떼어내지 못하고 골골대다가 날씨가 제법 풀린 요즘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요놈들, 큰아빠가 부르시면 예 해야지."

경남이와 정은이가 배시시 웃으며 쳐다봅니다.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달려와 바짓가랑이에 매달립니다. 중학생이 되어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준수나, 집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5학년 광수에게서 재롱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보는 경남이, 정은이의 재롱이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우리 개울에 갈까?"
"응."

동시에 대답하며 쳐다보는 두 아이의 눈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찬바람 쐬며 돌아다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쩔 거냐고 아내가 타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벌써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금방 올 테니 걱정 말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개울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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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겨우내 꽁꽁 얼었던 개울이 군데군데 녹아 흐르는 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겨울보다 초반 추위가 매서웠습니다. 삼한사온이란 말이 무색하다며 잔뜩 몸을 움츠리고 살았습니다. 유난히 폭설도 잦았던 겨울입니다.

입춘을 이틀 앞둔 지금 매섭던 추위도, 감당하기 힘든 폭설도 모두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견고하기가 콘크리트보다 더했던 얼음도 살얼음이 되어 흐르는 물길에 몸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봄날에 자리를 내줄 준비가 끝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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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경남이와 정은이는 녹고 있는 개울을 향해 돌을 던졌습니다. 흐르는 물에 퐁당 떨어진 돌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지만, 얼음 위에 떨어진 돌은 무너지는 얼음과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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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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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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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개울에 올 때까지는 큰아빠 바짓가랑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녀석들이 개울가에 와서는 돌멩이 주워 던지는 재미에 빠져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런 녀석들 뒤에 서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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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개울가에 줄지어 늘어선 갯버드나무에는 버들강아지가 막 모자를 벗고 있습니다. 봄 마중 나온 경남이 정은이처럼 마냥 귀여운 모습입니다. 개울가에선 여전히 경남이 정은이가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퐁당퐁당 소리는 오는 봄을 재촉하며 하얀 물보라와 함께 수면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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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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