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국민이 우리 영화인 말 안 믿나"

정지영 감독, 스크린쿼터 여론에 섭섭함 토로...2일 영화인대책위 공식 발족

등록 2006.02.02 20:10수정 2006.02.0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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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방침 철회 릴레이 철야농성' 이틀째인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방침 철회 릴레이 철야농성' 이틀째인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영화인대책위는 1일부터 시작한 릴레이 철야농성을 7일 오후까지 진행하고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영화인대책위는 1일부터 시작한 릴레이 철야농성을 7일 오후까지 진행하고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의 진의를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가 무너지면 그 뒤에 다가올 광범위한 문화침략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정진영)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가 공식 발족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영화인대책위 소속 30여명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주권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앞으로 투쟁일정을 발표했다.

이들은 "스크린쿼터 지키기가 단순히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뒤이어 광범위한 문화개방이 일어나 문화예술기반 자체를 뒤흔들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은 '문화주권 투쟁'이라는 것이다.

영화인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정진영씨는 "스크린쿼터 지키기는 문화주권투쟁"이라면서 "여론이 좋지 않고 욕을 먹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오기민 정책집행위원은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의 근간은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였다"며 이를 축소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정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예결산위원회에 참석해 미국 FTA와 스크린쿼터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면서 "지난달 26일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기만적 자세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은 스크린쿼터 법률화를 위해 이미 '문화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추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의 근간은 바로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라고 평한 뒤 "국회비준을 얻을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대책위는 1일부터 시작한 릴레이 철야농성을 7일 오후까지 진행하고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또 8일 오후에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영화인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영화인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영화인대책위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여론이 예전과 달리 싸늘한데 구체적인 대안은 뭔가.
정지영 공동위원장·영화감독 "왜 한국 국민들이 영화인 말을 믿지 않고 미국·한국 정부가 속이는 말을 믿는지 답답하다. 짧은 기간이나마 미·한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정진영 "영화계의 모든 문제에 스크린쿼터가 악의 축으로서 있다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듯 하다. 영화계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있지만 스크린쿼터를 축소해 한국영화가 더 좋아진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한다고 보나.
양기환 "미국 문화패권주의, 헐리우드 영화패권주의가 없어지지 않는한 스크린쿼터는 필요하다. 스크린쿼터 지키기 투쟁에서 한줌도 안되는 딴따라들이 10년 넘게 버틸 것이라 예상못했을 것이다. 끝까지 투쟁하겠다."

- 스텝들의 열악한 현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오기민 "스크린쿼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영화산업 성장하기 시작한 게 불과 2, 3년이다. 90년대엔 모두가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성장하자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스크린쿼터는 지금까지 영화발전의 담보였다. 이제 반성도 하겠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문제와 스태프 처우 개선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국제 문화단체들, 한국 정부에 항의서한 보내
"한국 스크린쿼터, 문화다양성의 대표 제도"

스위스 등 전 세계 30개국 시민단체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결정한 한국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는 2일 서울 남산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스위스 문화다양성연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과 프랑스 문화다양성연대 기자회견 번역문 및 원문을 공개했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체결을 이끈 단체'로 자신을 소개한 스위스 문화다양성연대는 1월 31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는 국제적으로 모범적인 사례이며 문화다양성의 대표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또 "이런 훌륭한 제도의 폐지는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것이고 국제사회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정책일 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문화다양성연대도 1월 31일 기자회견문에서 "프랑스와 전세계 30개(독일, 멕시코 등) 이상의 연대기구들은 한국 연대기구가 조직한 항의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국제사회의 관심에 대해 영화인대책위는 "문화다양성 정책인 스크린쿼터 보호는 국제사회 노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전 세계의 문화다양성 연대 회원국이 한국 스크린쿼터 제도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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