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 비단뱀. 아웃백 오스트레일리아 제공.
시드니 체스우드 회사 근처 유닛에 세 들어 사는 30대 초반 독신 직장인 L씨는 퇴근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간다. 1년 전 적적함도 메울 겸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웃으로부터 두 차례나 개가 너무 시끄럽게 짖어댄다는 경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경고를 세 번째 받으면 어쩔 수 없이 애완견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L씨는 회사에서도 강아지 걱정으로 제대로 업무를 못 볼 만큼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오랜 고민 끝에 L씨가 선택한 해결책은 애완견 대신 파충류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호주에서는 최근 L씨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도심지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뱀이나 도마뱀, 거북이 등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개나 고양이 대신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파충류는 개나 고양이보다 사람 손이 덜 갈 뿐 아니라 사육비도 저렴하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시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가를 갈 때도 먹이만 주고 가면 달리 돌 봐 줄 필요가 없다는 점도 파충류 키우기의 장점 중의 하나. 휴가철마다 집에 남겨지는 애완동물을 맡길 곳을 물색하느라 골치 아플 염려가 전혀 없다는 게 파충류 애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호주 가정에는 카펫비단뱀을 비롯해 긴 목 거북이, 짧은 목 거북이, 턱수염 도마뱀, 파란 혀 도마뱀, 목도리 도마뱀 등 파충류들이 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NSW) 야생동물보호협회(NPWS))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에 뱀이나 도마뱀 거북이 따위를 키우는 사람들이 NSW 주에서만 20%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