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당이 삼성의 전략? 머리 좋다"

[인터뷰] 현명관 한나라당 제주지사 예비후보 "지방자치단체장은 경영인이 해야"

등록 2006.02.07 10:16수정 2006.02.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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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종호
삼성그룹의 전문경영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현명관 한나라당 제주지사 예비후보(2일 후보등록)는 제주지사 선거를 '(주)제주의 CEO를 뽑는 선거'로 규정했다. "선거는 정치인으로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경영인이 돼야 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CEO들이 정치분야 등 가장 낙후한 공공분야로 진출해 발전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입당이 삼성의 전략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대단한 상상력"이라고 일축하면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게만 얘기했을 뿐, 이 문제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 직접 대화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X파일 사건'에 대해서도 "삼성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고 이병철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접하면서 그렇게 느껴왔다"는 입장을 보였다.

4일 귀국한 이 회장의 위기돌파방안에 대해서는 "추측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대외적으로는 사회공헌사업 대폭 확대, 대내적으로는 사업점검과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삼성은 정치 중립 지키는 회사"

한때 열린우리당의 영입대상이기도 했던 현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으로 향한 자신의 행보에 대해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사유재산제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내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이 어느 정당과 더 맞을까 하는 것이 판단 기준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현 예비후보가 삼성그룹 비서실장이었던 지난 96년 발생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소환조사를 예고한 것에 대해서는 "위법사항이 있다면 도지사에 출마했겠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 예비후보와의 인터뷰는 6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현 후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 왜 제주지사에 선거에 나섰나.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있을 때 전국경제 차원의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 저런 문제점을 갖게 됐다.


제주도는 관광과 감귤 농업으로 먹고사는 데 지역경제가 어렵다. 관광만 해도 제주도 관광객의 90%가 내국인인데, 3~4년 뒤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에 밀리게 된다. KTX로 남해안까지 2시간인데, 남해안에도 밀리게 된다. 감귤도 한중·한일·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되면 중국·일본 감귤과 싸워야 한다.

선거는 정치인으로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경영인이 돼야 한다. 정치인이 장이 되면 정치논리, 득표논리, 선거논리가 중심이 된다."

-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도 했었는데, 한나라당으로 간 이유는.
"내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이 어느 정당과 더 맞을까 하는 것이 판단 기준이었다.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사유재산제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또 경제발전에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필수적인데 이와 관련해 어느 정당이 내 주장과 맞는가 이런 기준으로 판단했다.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것도 어느 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회에 실물경제를 아는 기업인들을 많이 넣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실물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답답할 때가 많다."

"감세는 성장·증세는 분배... 지금은 감세가 맞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 정권과 분야와 사안에 따라 코드가 맞는 것도, 다른 것도 있다"고 했는데, 맞는 것과 다른 것을 설명한다면.
"정치의 민주화, 서민정치, 권위주의 불식 노력은 잘 하는 일로 호감이 간다. 전경련 때 청와대 회의 가 보면 커피타임 같은 때 노무현 대통령과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예전에는 경호원이 치고 그랬다. 큰 변화다. 또, 돈 안 드는 선거·깨끗한 선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잘 하는 것이다.

(다른 점으로는) 주인의식과 경쟁의식이 있어야 열심히 하는 게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기업도 가능하면 자유스럽게 해야 하는데, 이런 저런 규제를 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생각이 나하고는 많이 다르다. 모든 것을 정부가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작은 정부가 돼야 한다. 또 공공부문이 가장 비효율적이다. 뼈 깎는 조정을 해야 한다."

- 기업에서의 오랜 경험을 기업에 쏟아붓는 게 더 국가적으로 도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21세기 삼성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젊은 인재들이 많다. 저는 과거의 경험이 많지만, 새로운 것에는 뒤떨어진다. 지금 우리 나라는 기업경영은 일류지만, 이에 비해 공공부분은 많이 떨어져 있다. 기업인재들이 공공부문으로 가야 한다. 김혁규 의원이나 이명박 시장 등 CEO 출신들이 잘 하고 있지 않나."

- 지금 얘기대로라면 대통령 후보는 이 시장을 생각할 것 같다.
"지금은 누가 좋은지 모르겠다. 정치철학도 들어보고 판단해야지."

- 감세, 증세논쟁에 때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 위주면 감세이고, 안정적인 경제운영과 분배 중심으로 간다면 증세다. 현재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이라면 감세가 맞다. 지금은 감세가 맞다. 이게 한나라당 생각 아닌가요.(웃음)"

"삼성, 사회공헌 확충하고 새 성장동력 모색할 듯"

- MBC 이상호 기자는 "(입당·출마가) 삼성그룹 이건희 체제에서 고도로 기획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음, 거 참 머리 좋다, 상상력이 이 정도까지 가는구나 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삼성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 사실상 삼성 X파일이 공개된 상태인데, 삼성이 정치적 중립 분위기라고 한다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는 X파일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코멘트할 입장도 아니다. 나는 (삼성의 분위기를) 그렇게 이해해 왔다.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접하면서 느낀 것이 그렇다."

- 한나라당 입당과 도지사 출마에 대해 이건희 회장에게 알렸나.
"이 회장에게 직접은 안 했다. 이학수 본부장에게는 전달했다. 이 회장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그 뒤 이 회장에게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내가 결정 내릴 때 이 회장이 어디에 있었나 생각해봐라. 그 얘기하러 유럽까지 갈 건 아니다. 지난 9월에 이 회장 출국 이후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없었다."

- 3년 2개월간 회장과 비서실장으로 지냈는데,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
"아까 얘기한대로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 이건희 회장이 4일 귀국했는데, 최근 근황이 어떤가.
"잘 모른다. 내 일이 바빠 죽겠는데.(웃음) 3년 전에 전경련으로 가면서 사실상 삼성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다. 그룹 내부 움직임은 잘 모른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 회장이 귀국하면서 '세계1등 하는 데만 신경 쓰느라 삼성이 비대해져서 느슨한 것 느끼지 못했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개인이나 국가나 기업이나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정상이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삼성은 긴장감을 갖고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때다. (이 회장이) 구체적인 징후를 읽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반도체만 해도 일본이 연합해서 대반격하고 있고, 미국도 그렇다. 포위전략 나오고 있는데 뭔가 다른 방법 찾아야 한다는 것이겠지."

- 이 회장의 위기돌파 방안을 예상한다면.
"추측 밖에 안 될 것 같은데, 대외적으로는 사회공헌 대폭 확충, 대내적으로는 사업점검,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이런 게 아닐까 싶다."

- 삼성의 강점과 약점을 꼽는다면
"누가 꼭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열심히 안 하면 안 되게 돼 있다. 분위기가 그렇다. 맞선 볼 시간도 없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삼성의 인재평가에 대한 공정성이 신뢰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문화가 생겼다. 그런데 이런 강점을 다른 각도로 보면 조직 내에서 생존 경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에버랜드 건 문제 있다면 도지사 나가겠나"

-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관련 검찰 소환이 있을 것 있는데.
"소환하면 응하면 된다. 위법 부당한 사실이 있다면 출마했겠는가.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 1심 유죄판결은 나와 관계는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대답했다."

- 당시 회사 임원들이 이재용씨 등 이건회 회장 자제들에게 편법 증여하려고 공모했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얘기할 성질이 아닌 것 같다. 검찰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고 내 얘기를 하면 된다."

- 정치 진출이라기보다는 제주발전을 위해 지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인데, 힘있는 여당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시각이다.
"예산 배정 등에서 (여당이) 유리할 거라는 건데, 구시대적인 시각이다. 지금은 예산을 타다 쓰는 자치행정시대가 아니라 스스로 돈 벌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자치경영시대다. 제주지사 선거는 제주주식회사 CEO를 뽑는 선거다."

- 만약 당선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뭔가.
"우리 나라에서 제일 잘 사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만들고 그렇게 가기 위한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동북아의 중심인 글로벌 아일랜드로, 그리고 10년, 15년에는 제2의 싱가포르를 만들자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위험없는 도전 있나, 경선해도 자신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영입될 때 전략공천 얘기는 없었나.
"확실한 것은 당의 방침을 따르겠다. 구체적인 기준을 잘 모르겠으나 만일 경선을 할 경우에는 공정한 경선이 돼야 한다. 나는 도전을 즐긴다. 위험없는 도전이 있나. 경선해도 자신 있다."

- 고건 전 총리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미래와 경제'의 중요 발기인인데.
"대학 선배인 이세중 변호사가 경제관계에 전문적인 연구기관을 만들자고 해서 참여했다. 정치적인 성격이 있는지 분명히 하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해서 들어간 것이다. 비정치 모임이다."

- 우근민 전 제주지사 방문을 두고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있다.
"제주지역 기자간담회 때 질문의 뉘앙스는 선거와 관련해 우 전 지사를 만났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치적인 이유로 만난 게 아니었고, (그 방문에 대한) 우 전 지사의 개인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어서, 만난 적이 없다'고 한 것이었다. (기자들과)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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