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가 너무 낮으면 판매 취소?

[고발] 저가경매 임의 취소 후 시작가 높여 재경매

등록 2006.02.06 18:15수정 2006.02.06 18: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낙찰이 끝난 자켓. 8600원에 낙찰됐다.

낙찰이 끝난 자켓. 8600원에 낙찰됐다. ⓒ 김재경

나는 발품을 팔지 않고도 시중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해 온 지 오래다. 시간만 투자하면 저렴하게 낙찰 받는 재미가 어찌 게임에 비하랴. 2월 3일 금요일 저녁.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밤 10시 경매 마감에 참여하려고 서둘러 귀가했다.


1000원부터 시작한 재킷 경매에 잔뜩 긴장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조마조마한 긴장 속에 저가 낙찰의 묘미가 알뜰살뜰 살림을 꾸리는 필자를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모른다.

저가낙찰에 쾌재를 부르며 다음날, 언제쯤 그 재킷을 받을 수 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당혹스러움으로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환불'에서 커서가 깜빡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환불 해드리겠다"는 이유 없는 내용도 황당했지만, 이메일을 확인하며 더욱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경매 취소 사유가 "구매자의 입금지연으로 인하여 다른 구매자에게 판매"라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저렴하게 낙찰 받기 위해 수차례 입찰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기에 낙찰과 동시에 입금시켰던 필자로서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유는 판매자 쪽에서 봤을 때 지나치게 낙찰가가 낮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판매자의 상품 게시 글을 보면 딱히 이 거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미국에서 직수입한 중국산 재킷이라며 "천원 경매인 대신 무조건 낙찰가에 싸게 팔기에 반품 불가, 땡처리라고 보면 된다"는 판매자의 문구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모를 일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단 1점밖에 없다는 그 물건을 같은 경매사이트에서 시작가 4만9000원에 버젓이 내놓았다는 사실이었다. 인터넷 판매 회사는 휴일이어서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아 이 메일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a 낙찰이 끝난 후 동일한 상품이 시작가 4만9000원에 재입찰 중.

낙찰이 끝난 후 동일한 상품이 시작가 4만9000원에 재입찰 중. ⓒ 김재경


'어머 왜 이렇게 빠르지' 생각이 들 정도로 즉시 답변이 왔다.


"고객님께서 문의주신 경매 건이 경매방식부적합물품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 아이디는 경고 조치되고 경매는 조기 마감됩니다. 단, 해당 물품이 신고사유와 연관성이 없거나 직접적인 사유가 아닐 경우 처리 시간이 지연될 수 있음을 유의해 주십시오. 경매방식부적합 물품에 대해서는 더욱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하여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경매사이트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아니었다. 다시 세심하게 이메일을 보냈다. 역시 똑같은 내용의 답변이 즉시 온 걸로 보아 자동 입력인 듯했다. 그렇다면 이메일 상담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속이 더 답답해왔다.

공공질서를 흐리게 하는 판매자의 상도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자,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6일 아침 해당 인터넷경매사이트에 전화로 사유를 설명했다.

상담원은 "판매자에게 벌점 1점이 부과되었다. 벌점 3점이 되면 일시 판매가 정지되는데 판매자 측의 1점은 굉장한 타격이다. 고객님의 즉시 입금은 확인되었고, 판매 취소 사유는 판매자가 낙찰가가 맞지 않아서 잘못 체크한 것 같다. 판매자에게 주의를 주겠다. 판매자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담당 부서 연결을 요청해 어렵게 L팀장과 연결이 되었다.

- 그렇다면 (동일 상품의) 계속되는 판매 진행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반 홈쇼핑과 다르다보니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3회는 거부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가 주어진다. 1건으로 정지는 어렵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

- 그럼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하나.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판매자에게 경고조치가 전부인 제도에 더욱 답답함을 느꼈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에서 소비한 것들이 공염불이란 생각을 하니 적잖이 약도 올랐다.

"저가 낙찰이라서 어쩔 수 없으니 양해 바란다"는 판매자의 전화 한 통화 정도라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국소비자보호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소비자보호원 상담원은 "해당 인터넷경매의 경우, 물건이 없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홈페이지 이메일이 잘 안 된다고 했더니 구체적인 사유를 팩스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때마침 프린터까지 고장나는 바람에 천신만고 끝에 팩스를 보내고 자동응답전화와 씨름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뜬다. "보내신 서류는 상담팀에 수신되었습니다. 2~3일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나마 문자 메시지가 왔기에 천만다행이다.

없어도 그만일 재킷 하나를 저가로 낙찰 받은 대가치고는 맘고생 몸고생이 너무 큰, 허탈한 하루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5. 5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