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의 학원가. 한 건물에도 학원 간판이 즐비하다.오마이뉴스 박수원
강남 학부모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사교육비로 얼마나 지출하느냐는 언론의 공식적인 질문에 선뜻 응해줄 학부모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대치동에 살면서 고2 올라가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김인숙(43, 가명)씨를 만났다.
"강남 엄마들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불안하다. 웬만한 강심장이 갖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혼자 독야청청할 수 없다."
김인숙씨가 소개하는 네 가정은 '대치동 평균 가정'으로 초등학교 혹은 유치원부터 강남에 살았고, 부모 대부분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녔다. (네 아이를 편의상 A,B.C,D로 표시한다)
A 아버지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전문직이지만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한다. 고2인 A의 성적은 상위권이며, 28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수학,영어, 국어 각각 2과목씩, 논술과 사회탐구까지 학원 수강을 하고 있다. 물론 방학이기 때문에 특강이 추가되긴 했지만 평소에도 250만 내외의 사교육비를 쓴다.
B 부모는 자영업을 하고 있다. 성적은 상위권. B는 이과 지망생이기 때문에 국어 과외, 수학 과외와 학원, 영어 학원, 과학 학원 사교육을 받고 있다. 총 비용은 252만원.
C는 부모 모두 전문직 고소득자다. C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최상위권 학생이다. 국,영,수,논술,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전과목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주요 과목인 국,영,수는 2개씩 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 월 평균 사교육비는 300만원. 이번 방학 때는 좀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토플과 구술 면접 대비 강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200만원 정도가 더 추가됐다.
C 부모는 선행 학습 신봉자다. 선행 학습을 소홀히 했던 큰 아이가 '입시에서 실패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C 선행 학습에 목을 메고 있다.
D 아버지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유산 상속을 받았다. 동생은 외국에 유학 중이다. D 성적은 중상위권. 방학 때는 국,영,수 과목을 2개씩 수강하고 있으며, 사교육비는 240만원 가량 쓰고 있다. 평소 비용인 200만원에 비해 40-50만원 정도 더 투입된 셈.
대치동 고2 학생 4명의 사교육비 현황 (단위 :만원) | |
| A | B | C | D | 부모 직업 | 대기업/전문직 파트 타임 | 자영업 | 부모 모두 고소득 전문직 | 대기업 | 성적 | 상위권 | 상위권 | 최상위권 | 중상위권 | 사교육비 | 250/280(방학) | 252 | 250/500(방학) | 200/250(방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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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씨는 "네 아이 엄마 모두 다른 학부모와 비교해 자신이 결코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면서 "'적어도 나 정도는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사교육비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인생을 결정짓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교육 양극화나 사교육 폐해는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며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사람은 부모 역할 포기자로 매도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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