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떼, 10년만에 화개골을 찾다

3월이면 시베리아로 날아가는 '되새떼'

등록 2006.02.07 11:00수정 2006.02.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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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화개에서 차를 재배하는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집 근처에 되새떼가 날아왔으니 구경 오라는 것이다. 10년 전에 오고 이번에 나타났으니 지금 못 보면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단다. 10년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다는 장관을 그냥 지나 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되새떼는 오후 5시 30분에 모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이미 새떼가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지리산 골짜기, 섬진강변에서 먹이를 먹던 새들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곳 화개골로 모여든다고 한다.

이곳에서 차를 재배하는 혜림농원 구해진씨의 말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몇 십만 마리가 날아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구씨는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밤새 새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며 "영화 <태백산맥>의 첫 장면도 바로 여기서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산맥>을 본 사람이라면 첫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몇 만 마리의 새들이 일시에 뭉쳤다 떨어졌다 하는 장관 말이다. 그 새가 바로 되새라고 하는 겨울 철새다. 특이한 점은 92년과 95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10년 전에 수십만 마리였다고 하는데 이번엔 그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늘을 가득 메운 새떼는 감동 그 자체였다.

나무에 앉아 있는 되새
나무에 앉아 있는 되새조태용
되새떼가 이곳을 찾은 것은 1948년의 여순사건 전과 1960년 4.19, 1961년 5.16 전 겨울이라고 한다. 그리고 약 30년만인 92년에 모습을 나타냈고 다시 95년에 50만 마리 정도가 나타났으며 다시 10년 후인 2005년에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에 나타나고 나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되새는 찾아오는 시기는 다르지만 머무는 곳은 꼭 차시배지 근처의 대나무 숲이라고 한다. 되새는 집단으로 모여서 잠을 자는 습성 때문에 각지에 흩어져 먹이를 먹다가 오후 5시 30분쯤 되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커다란 집단이 된다. 이들이 하늘을 날며 뭉쳤다 흩어졌다 하는 군무를 하는 것은 그들만의 반가운 인사라고 한다.


되새떼의 군무
되새떼의 군무조태용
조태용
조태용
조태용
조태용
하늘을 가득 채운 되새떼
하늘을 가득 채운 되새떼조태용
이들은 흩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하며 무리를 점점 크게 만들어간다. 그 되새떼가 머리 위를 지나갈 때면 마치 새비가 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뭉쳐진 무리는 전혀 다른 하나의 새로운 커다란 새처럼 보인다.

바다 속 물고기 중 작은 물고기들은 뭉쳐 다니며 큰 물고기처럼 보여 적을 교란 한다고 하는데 이들도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매 같은 큰 새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뭉친 무리는 차시베지 근처의 대나무 숲으로 일시에 착륙하여 사라진다. 거기가 그들의 잠자리다. 새들이 대나무에서 잠을 자는 것은 고양이나 짐승들이 미끄러운 대나무를 타고 올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숲에 모여든 이들은 밤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지 조잘거린다.


대나무 밭에서 잠을 잔다는 이유로 '되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그들이 왜 40년 전 그리고 3년 10년을 주기로 이곳에 나타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왜 찾아오지 않다가 갑자기 찾아오고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10년만에 나타나는지, 화개골 여기 저기 대숲이 있는데 에 오직 차시배지 근처 대나무 숲에서만 잠을 자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짧은 지식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제 되새떼는 3월이 되면 시베리아로 날아갈 것이다. 그러면 10년 후 또는 30년 후나 돼야 다시 이 경관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다시 이곳을 찾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하동군 화개면 쌍개사 가기 전에 차시배지가 있는 곳 근처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6시까지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하동군 화개면 쌍개사 가기 전에 차시배지가 있는 곳 근처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6시까지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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