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이아 골짜기 등산로(Rakaia Gorge Walkway)는 크라이스트쳐어치 주변에서 가을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04년 4월 24일 이곳을 다녀왔다. 크라이스트쳐어치에서 73번 국도를 타고 다필드(Darfield)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국도 77번를 타면 라카이아(Rakaia)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도착한다.
다리 입구 옆에 주차를 하고 10m 위 왼쪽에 나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트랙은 라카이아 강과 함께 계속 이어진다. 한창 피어오른 울긋불긋한 단풍을 배경으로 계곡을 흘러가는 강의 파란 물줄기, 강의 하류에 펼쳐져 있는 넓은 하구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강 건너의 잘 다듬어져 있는 목장의 초록 들판에는 하얀 양들이 오가고, 넓은 숲 속에는 노란 잎으로 뒤덮인, 장대같이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이 펼쳐있고 그 아래 지붕만 살짝 보이는 단 한 채의 집은 가을의 고독을 품고 있는 듯 하였다. 전망대(outlook)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과 그 주변의 산이 이루는 경치는 산행에 힘든 육신을 녹여주기에 충분하였다.
계곡을 마주하여 내려오면 자갈이 넓게 깔린 강에 도달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가까이 있는 콜레리지(Coleridge) 호수를 찾아 나섰다. 발전소로 이어지는 수로 외에는 전혀 개발되지 않은 호수였다. 이 호수까지 오가는 길의 주변은 높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라보는 마음이 매우 즐거웠다. 77번 국도로 나가는 길에 아름다운 골프장이 있고 그 안의 클럽하우스에서 초록의 골프장을 바라보며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산행의 남은 여독을 충분히 녹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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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카이아 골짜기 ⓒ 이규봉
쿠라타위티 공원(Kura Tawhiti Reserve)는 73번 국도를 타고 아써스 고개(Arthur's Pass)쪽으로 가는 도중 캐슬 언덕(Castle Hill) 근처에 있다. 주변은 온통 민둥산인데 이 지역에는 큰 바위들이 산재해 있었다. 도로 입구에서 공원 입구까지 한 10분 걸리며 길은 매우 평탄하다. 가까이서 보니 여러 동물들의 형상을 한 매우 큰 바위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마치 조각을 해 놓은 느낌이었다. 공원 안의 길은 걸어 다니기에 편하다. 해가 비치는 날 커다란 바위 위에 누우면 등이 따스해지고 하늘의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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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라타위티 공원의 동물상 ⓒ 이규봉
쿠라타위티 공원(Kura Tawhiti Reserve)에서 한 20분 정도 더 서쪽으로 가면 왼쪽에 크레이지번 소풍장소(Craigieburn Picnic Area)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린든 고개(Lyndon Hill)까지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데 린든 고개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매우 아름답다. 특히 한쪽이 깎여 나간 듯 산 정상의 한 면이 허옇게 보이는 산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주차장에 식탁과 벽난로가 겸비된 작은 오두막이 있고 바로 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으니 등산을 하고 시간이 충분히 남으면 이곳에서 파전을 부쳐 먹고 잠시 쉬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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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써스 고개 ⓒ 이규봉
아써스 고개(Arthur's Pass)는 크레이지번 소풍장소(Craigieburn Picnic Area)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 더 가면 나온다. 지대가 높아 날씨가 흐린 날이 많다. 가벼운 산책길로는 데빌스펀치 폭포(Devil's Punchbowl Falls)와 브라이들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트랙이 있다. 데빌스펀치 폭포는 웅장하여 보기 좋으며 그 아래까지 갈 수 있다. 브라이들 베일 폭포는 멀리서 볼 수 있고 규모가 작았다.
브라이들 베일 폭포 트랙은 그 끝이 73번 국도와 연결된다. 두 트랙은 함께 연결되어 있으며 길은 매우 평탄하여 걷기가 수월하고 두 길 모두 함께 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좀 힘든 등산으로는 애발랜치피크(Avalanche Peak) 트랙이 있다. 이 길은 보통 트램핑과는 그 격이 다르다. 정상이 1800m가 넘는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인 것이다. 오르는 길은 방문자 센터 옆에 있으며 정상 주변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길은 좁고 고소공포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일품으로 지쳐있는 몸에 원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은 계속 데빌스펀치 폭포를 마주하여 여러 형태의 폭포를 감상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왕복 한 5시간 남짓 걸린다. 숙소는 샬레(The Chalet)로 음식점과 바(Bar)를 겸한 곳이었다. 그곳서는 가장 좋은 아침을 주는 모텔(B&B)라고 한다. 아침을 겸한 숙박비로 120달러를 주었으며 아침은 씨리얼과 토스트가 주메뉴였다. 방도 주방시설이 없는 호텔식이었다. 그러나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좋았으며 방에서는 높은 산과 그 아래 흐르는 강이 바라보이고 작은 베란다가 놓여 있어 바깥 경치 보기에는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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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발랜치 빙하 ⓒ 이규봉
| | 여행을 마치면서 | | | | Rakaia Gorge는 크라이스트쳐어치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고 이 주변에서 가장 가을 경치를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가면 콜레리지(Coleridge) 호수를 찾아가는 것도 잊지 말고 돌아오는 길에 골프장에서 한 잔의 커피도 즐기기 바란다. 쿠라타위티 공원(Kura Tawhiti Reserve)의 바위조각 군상들은 이곳 외에서는 보기 힘든 곳이다.
이곳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점심 후에 산책삼아 다녀오거나 아써스 고개(Arthur's Pass)를 다녀오는 길에 들려보는 것도 좋다. 크레이지번 숲(Craigieburn Forest)를 등산할 때는 주차장에 있는 오두막을 잘 이용해 보도록 한다. 아써스 고개의 애발랜치 피크(Avalanche Peak) 트랙은 적극 권장하는 곳이나 5시간이 넘는 산행에 자신이 없으면 피하도록 한다. / 이규봉 | | | | |
덧붙이는 글 | 크라이스트쳐어치 코리아리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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