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언론의 두가지 중대한 실수

[분석] 꺼질 줄 모르는 시위... 무슬림은 왜 그토록 분노하는가

등록 2006.02.08 18:39수정 2006.02.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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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6일 텔아비브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열린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 만화 출판 항의 시위에서 이스라엘계 아랍인들이 코란을 들고서 덴마크 규탄 구호를 외치고있다.

지난 6일 텔아비브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열린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 만화 출판 항의 시위에서 이스라엘계 아랍인들이 코란을 들고서 덴마크 규탄 구호를 외치고있다. ⓒ AP/연합뉴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조롱한 덴마크 한 신문 만평 때문에 온 지구촌이 난리다. 중동지역 덴마크 대사관이 불타고 이슬람권 전체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연일 반유럽 시위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서방언론은 하나같이 이 사태를 '언론 표현의 자유와 종교 신념의 대결'이라며 이슬람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알라나 무함마드 그리는 행위, 이슬람 최대의 금기

첫째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은 표현의 자유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한 종교와 문명에 대한 근원적 부정과 의도적인 파괴성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약 14억에 달하는 무슬림의 거의 대부분은 평생 무함마드 그림이나 조각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유일신 신앙과 철저한 우상숭배금지 사상에 따라 하느님인 알라나 예언자인 무함마드를 그리는 행위는 최대의 종교적 금기로 간주되었다.

이런 신념은 이슬람 역사 1400여 년 동안 한번도 훼손되지 않고 지켜져온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기독교가 예수나 성모 마리아의 성화를 그리고 조각하는 것과 또 불교가 형상화된 부처를 섬기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다.


서구의 영향을 받아 회화와 초상화가 이슬람 사회에 도입된 16세기 이후에도 무함마드만은 얼굴을 하얗게 칠하거나 아예 베일로 가리는 식으로 종교적 금기를 피해갔다.

그런 무함마드를 악마로 묘사하고 머리에 시한폭탄을 매단 채 이슬람의 테러리즘을 부각시키는 행위는 무슬림들에게는 묵과할 수 없는 잔혹행위인 셈이다. 아무리 그것이 만화라는 형식을 빌었다 해도 무슬림들의 종교적 영성과 삶의 존재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무슬림의 가치중심이요 삶의 목표인 이슬람의 본질적 신성이 훼손당하는 상태에서 그들의 분노표출과 일종의 문화적 봉기는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다.

잊혀진 사건, 유럽 언론이 다시 쟁점화

a 지난 7일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열린 덴마크 규탄 아프간 시위에서 아프간 시위자들이 덴마크 국기를 불지르고 있다.

지난 7일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열린 덴마크 규탄 아프간 시위에서 아프간 시위자들이 덴마크 국기를 불지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둘째는 이 문제를 아주 교묘하고 의도적으로 정치이슈화해 이슬람에 대한 모욕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유럽인들에게 이슬람에 대한 적의감을 고취시키려는 유럽 언론들의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5년 9월 덴마크 최대 일간지 <윌란스 포스텐지>에 12컷짜리 만평이 처음 실렸을 때에도 이슬람 세계의 반응은 이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이슬람권의 UN인 이슬람회의기구 사무총장이 유럽의 이슬람 모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일부 유럽 내 무슬림들의 항의시위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금세 잊혀졌다.

그것을 유럽 7개국 12개 매체들이 이 시점에서 언론자유를 재확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일제히 다시 쟁점화함으로써 무함마드 만평 사태는 전체 일반 무슬림들이 알게되고 대규모의 시위와 분노를 촉발하게 되었다.

언론자유라는 포장 속에 종교적 금기사항이나 신성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것은 표현의 권리 문제가 아니라 한 문명의 역사성과 한 종교의 본성에 대한 도전이다. 다문화 공존과 문화다양성의 시대에 자신과 다른 가치, 이질적인 종교적 신성성에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표하지 못한다면 인류사회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상대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세계최대 단일 문화권인 이슬람에 대한 국내 언론의 무지도 서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방송과 모 일간지에서는 문제가 되었던 만화 만평 일부를 다시 게재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사실 우리 교과서에도 무함마드의 사진이 버젓이 실려 있다.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과서 문제는 의도성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토록 싫어하고 종교적 신념으로 지키려는 것들을 우리가 굳이 자극할 필요가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슬림들도 다른 문화권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가치관만을 주장하면서 급진적, 폭력적 방법을 사용해 의사를 표출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함마드 만평 파문을 계기로 우리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 역시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도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류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우리의 진정한 친구요 유용한 협력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을 끌어안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희수 기자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입니다. 이슬람 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희수 기자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입니다. 이슬람 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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