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영지에 있는 아주 소박한 묘비조차 없는 묘지유근종
춥지 않은 계절도 좋지만 한겨울에 가면 다녀가는 이 별로 없으니 호젓한 숲길을 혼자 걷는 것도 좋았다.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만나는 톨스토이의 묘지는 여름과는 대조적이었다. 묘지는 그의 유언대로 아주 소박하게 누워 있다. 다른 러시아의 대문호들은 큰 공동묘지에 화려한 옷을 입고 있지만 나는 자신의 영지에 편안히 누워 있는 톨스토이의 묘지가 마음에 든다.
이 외에도 러시아의 겨울 추억 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들자면 러시아 제 2의 도시인 쌍뜨 뻬쩨르부르크에서의 추억이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 두 분과 같이 네바강의 긴 다리를 건너는데 눈보라가 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얼음을 깨고 냉수욕을 즐기는 사람이 보였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밖에 서 있기만 해도 추운데 맨몸으로 차가운 강물에 몸을 담근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을 테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입춘이 막 지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는 한겨울이다. 심지어 러시아에선 5월에도 눈이 오는 경우도 있으니….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부산에서 열차타고 북한을 거쳐 겨울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싶다. 꽁꽁 언 바이칼 호수에 서서 소리도 한 번 질러보고 싶다. 그리고는 모스크바에 도착해 다시 체코나 폴란드, 핀란드로 떠나는 꿈을 꿔본다.
덧붙이는 글 |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편은 많다. 국내 항공사는 물론 러시아 국영항공사를 비롯해서 조금 저렴한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러시아 겨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침대칸(꾸뻬) 열차여행과 작은 음악회를 찾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러시아에서 1년 여 머무는 동안 총 10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50여회의 음악회를 다녀왔다. 러시아에선 작지만 훌륭한 음악회들이 곳곳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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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에 입학했고,지난 1998년과 1999년 여름 러시아를 다녀와서 2000년 졸업 뒤 사진전 "러시아 1999"를 열었으며 2000년 7월부터 2001년 추석전까지 러시아에 머물다 왔습니다. 1년간 머무르면서 50여회의 음악회를 다녀왔으며 주 관심분야는 음악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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