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한류바람 불까?

[문화 진단] 한국 연예인들의 잇단 미국진출 바람

등록 2006.02.10 10:04수정 2006.02.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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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석권한 한류는 미국에서도 바람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최근 한국 인기 연예인들이 잇달아 영화, 드라마, 음악의 각 분야를 통해서 미국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종래 거대한 자본과 기획을 바탕으로 한 서구의 대중문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던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의 한류 바람에 힘입어 이제는 역으로 '본토 정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KBS
사실상 세계 대중문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발돋움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시아권보다 더욱 극심한 언어와 문화의 격차가 존재하는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종래 지역에서의 지명도와 인기에만 의존했던 아시아 스타들이 현지에서의 대중성 확보에 실패하며 주저앉았던 것과 달리, 최근 한류 스타들의 미국 시장 진출은 이미 체계적인 사전 네트워크 구축과 치밀한 기획에 의하여 오래전부터 준비되는 하나의 프로젝트다.

최근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한류 스타 중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역시 톱가수 비(정지훈)다. 비는 지난 3일과 4일, 미국 뉴욕에서 현지 공연을 하는 것으로 미국진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냉정한 편이었다.

뉴욕 타임즈와 뉴욕 데일리 뉴스같은 매체에서는, 대체로 비의 뛰어난 음악적 자질과 댄서로서의 능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마이클 잭슨이나 어셔, 저스틴 팀버레이크같은 현지 정상급 아티스트들에 비견될만한 개성을 갖추지 못했고 대체적으로 이들의 90년대 버전을 보는 듯한 낡은 느낌을 주었다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 갓 미국에서의 걸음마를 뗀 비로서는, 일단 아시아권 가수들에게는 높게만 보였던 미국 시장 진출의 첫 발판을 열었다는 점과 혹평이나마 현지 언론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에 노크하는 배우들의 코리안 파워도 눈에 띈다. 김윤진은 지난 2004월 9월 첫 방영된 미국 ABC TV의 화제작 <로스트>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이래,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끌며 그녀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올해 미국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는 <로스트>가 TV시리즈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29일 LA에서 열린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로 단체 배우상인 앙상블상을 극중 커플로 출연중인 한국계 남자배우 대니얼 킴과 함께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진출한 경우는 아니지만,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는 ABC 방송의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도도한 외과수련의 크리스티나 역으로 열연하며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 이어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도 TV 드라마 부문 여배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자 배우들 중에서 가장 꾸준히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해온 배우는 단연 박중훈이다. 지난 98년 B급 액션영화였던 <아메리칸 드래곤>에서 마이클 빈(터미네이터)과 공동 주연을 맡으며 처음 미국진출을 시도하기 시작했던 박중훈은 2003년 조너선 드미(양들의 침묵) 감독의 <찰리의 진실>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활약하며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출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그는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차기작 <비빔밥>에 주연으로 출연할 것이 유력한 상태. 영화는 동양인 요리사와 백인 요리비평가 사이의 밀고 당기는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한류열풍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할리우드는 아직 한류스타들에게는 미지의 영역.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중화권 스타들의 잇단 할리우드 진출은 아시아 배우들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성룡, 이연걸, 양자경, 장즈이, 공리,루시 리우같은 중국계 배우들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할리우드의 문을 노크해왔고, 현지의 텃세를 극복하고 상품성을 인정받은 이들의 성공은 할리우드가 새롭게 아시아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김윤진이나 박중훈같은 배우들의 할리우드 도전은, 이후의 후배들에게 경험만으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를 통해 인정받고, 흥행작들이 잇달아 미국 시장에서 리메이크 되면서 한국영화와 한류스타들의 본토 시장 진출도 이제 멀지만은 않은 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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