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아이를 돌보는 걸인의 모습코비스
부두에 내려서자 아이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은 뜻 모를 노래를 불렀다. 어디선가 들어본 가락, 언젠가 불러본 멜로디라는 느낌이 들었다. 만트라(神歌)라는 힌두 음악이었던 것 같다. 언제 어디였을까. 아하, 그러고 보니 어쩌면 나는 전생에 힌두교도였는지 모른다. 지난 생애의 한 부분을 이 고장 어딘가에서 살았는지 모를 일이다. 황토빛 실루엣 속에 감춰진 과거가 뿌연 빛으로 떠올랐다. 정겨운 가락 속에는 그런데 경쾌한 슬픔이라고 표현해야 할 묘한 애상(哀傷)이 배어 있었다. 인도 태생 음악가인 야니(Yanni)의 음악에서 흐르던 바로 그 엄숙한 신비감이 호소력을 뿜어내며 뇌리에 서서히 밀려 왔다.
바람이 불자 흙먼지가 일건만 동네 꼬마 녀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터 한편에서 팬티만 걸친 채 맨발로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맑은 눈망울을 덮치던 모래 바람 속에서 그들은 마냥 웃어대며 넘어져 뒹굴고 있었다. 코리안 네이비(Navy)를 알아본 듯 재빨리 선착순으로 달려와 “헬로-”를 외치며 손을 벌린다. 동전 몇 닢을 받아들고 인사하며 환하게 웃던, 가난 속에 꽃피던 건강한 동심이여.
그것이 그 당시 내가 본 인도의 모습이었다. 식민지배 영국의 옷을 벗은 그들의 궁핍한 실상이었다. 그러나 인도는 정녕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빈곤 속에 풍요로움이 있었다. 가난을 흔쾌히 수용하며 무소유의 상념을 통해 그들은 여유로운 평상심을 즐기고 있었다. 담담히 즐기던 구도의 자태 속에 그들의 저력은 꿈틀대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인도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을 게다.
21세기의 인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미 변화의 단계를 넘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연3%에 불과하던 성장률이 최근에는 8%로 뛰어 올랐다. 2030년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골드만삭스사가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인도 경제는 오래전부터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던 터였다. 11억 인구와 막대한 부존자원을 자산으로 기초과학과 IT 산업을 이끌었다. 마하트마 간디의 민족주의는 비폭력 불복종이라는 구호로 다양한 인도제국을 결속했고 마침내 1947년 독립을 달성했음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 인구의 반을 넘는 노동력을 과시하며 경제의 중원에 자리 잡았다. 그들은 고대 문명 때부터 중국과 더불어 세계를 이끄는 견인차였다. 다만 식민지 시절이 오점으로 남았을 뿐, 이제 옛날 영화의 시대로 확연하게 회귀하고 있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