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침대 옆 벽에 붙어 있는 대형 사진한명라
설날을 며칠 앞두고 우리 사무실에 한라봉 한 상자가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아주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총각에게 안성맞춤인 아파트를 중개하여 임대계약을 했는데, 고맙다는 마음으로 한라봉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날 사무실에 한라봉 몇 개만 남겨 놓고 집으로 가져갔더니, 딸아이는 단번에 한라봉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때까지 단 한 번도 한라봉을 사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딸아이 또한 한라봉을 먹어 본 적이 없었을 텐데, 한라봉을 보는 순간 날아갈 듯 들뜬 목소리로 "와! 이제 내 소원이 2가지 남았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의 그 말을 듣고 "은빈이 네 소원이 뭐뭐 였는데?" 물었습니다.
"제 소원이 3가지가 있거든요. 한라봉을 먹어 보는 것하고, 석류를 먹어 보는 것, 그리고 신화 콘서트에 꼭 참석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제 한라봉을 먹어 봤으니까, 2가지 남았네요."
딸아이의 너무나 소박한 소원 3가지에 저는 씩 웃으면서 "석류 먹어 보는 것이 무슨 큰 소원이라고…"하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엄마는 석류 먹어 봤어요?"
"그럼, 엄마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석류나무가 있어서 먹어 봤지. 얼마나 시다구. 그래 석류는 나중에 엄마가 시장에 갔다가 눈에 띄면 사줄게. 그런데 신화 콘서트는 어떻게 갈 건데?"
"제가 꼭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꼭! 보러 갈 거예요."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하자면 앞으로 4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때 신화가 해체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딸아이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합니다.
몇 해째 신화를 혼자서 짝사랑하는 딸아이의 방에 들어가 보면, 지금도 변함없이 온통 신화 브로마이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방문에도, 책상 앞에도, 머리맡 유리창에도, 침대 옆 벽에도, 심지어 엄마의 작은 액자를 가져다가 신혜성 사진을 넣어 책상 앞 잘 보이는 곳에 올려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