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장래 내 사위가 '신화' 신혜성?

몇 년째 변함없는 딸아이의 '신화 사랑'

등록 2006.02.11 16:16수정 2006.02.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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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침대 옆 벽에 붙어 있는 대형 사진
딸아이 침대 옆 벽에 붙어 있는 대형 사진한명라
설날을 며칠 앞두고 우리 사무실에 한라봉 한 상자가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아주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총각에게 안성맞춤인 아파트를 중개하여 임대계약을 했는데, 고맙다는 마음으로 한라봉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날 사무실에 한라봉 몇 개만 남겨 놓고 집으로 가져갔더니, 딸아이는 단번에 한라봉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때까지 단 한 번도 한라봉을 사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딸아이 또한 한라봉을 먹어 본 적이 없었을 텐데, 한라봉을 보는 순간 날아갈 듯 들뜬 목소리로 "와! 이제 내 소원이 2가지 남았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의 그 말을 듣고 "은빈이 네 소원이 뭐뭐 였는데?" 물었습니다.

"제 소원이 3가지가 있거든요. 한라봉을 먹어 보는 것하고, 석류를 먹어 보는 것, 그리고 신화 콘서트에 꼭 참석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제 한라봉을 먹어 봤으니까, 2가지 남았네요."

딸아이의 너무나 소박한 소원 3가지에 저는 씩 웃으면서 "석류 먹어 보는 것이 무슨 큰 소원이라고…"하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엄마는 석류 먹어 봤어요?"
"그럼, 엄마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석류나무가 있어서 먹어 봤지. 얼마나 시다구. 그래 석류는 나중에 엄마가 시장에 갔다가 눈에 띄면 사줄게. 그런데 신화 콘서트는 어떻게 갈 건데?"
"제가 꼭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꼭! 보러 갈 거예요."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하자면 앞으로 4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때 신화가 해체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딸아이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합니다.


몇 해째 신화를 혼자서 짝사랑하는 딸아이의 방에 들어가 보면, 지금도 변함없이 온통 신화 브로마이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방문에도, 책상 앞에도, 머리맡 유리창에도, 침대 옆 벽에도, 심지어 엄마의 작은 액자를 가져다가 신혜성 사진을 넣어 책상 앞 잘 보이는 곳에 올려 놓았습니다.

딸아이가 눈을 들면 바로 보이는 책상 앞에 놓인 신혜성 사진
딸아이가 눈을 들면 바로 보이는 책상 앞에 놓인 신혜성 사진한명라
지난 여름에는 용돈을 아끼고, 엄마의 흰머리를 뽑아주고 받은 돈을 보태 신화 CD를 구입했는데, 그 CD 안에 신혜성 자필 사인이 들어 있다고 얼마나 행복해 하던지요. 딸아이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도 좋을까, 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딸아이만 할 때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여 누가 눈치라도 챌까 봐서 마음으로만 소리 없이 좋아했습니다. 여자가수로는 패티김을, 남자가수로는 조영남을 남다르게 좋아했습니다. 그 가수들을 좋아한 이유는 아무리 높은 고음도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는 노래실력이 그 무엇보다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수들을 좋아한다고 누구 앞에서 자신있게 말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 가수들의 노래를 연습장에 받아 적어놓고, 혼자 골방에서 마치 내 자신이 패티김이, 그리고 조영남이라도 되는 양 온갖 폼을 다 잡아 가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의 아이들은 자기 표현이 무척이나 당당하고 자유롭습니다.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까지를 이야기하고, 또 온라인상의 팬 카페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솔직하고 당당함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또 꺼질 줄 모르는 그 열정이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신화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신상명세서를 모두 꿰고 앉았으면서도, 그 중에서 신혜성을 가장 좋아한다는 딸아이는 이름표에까지 아예 신혜성의 얼굴을 붙여 놓았을 정도입니다.

딸아이의 방문에 떡 하니 자리잡은 사진
딸아이의 방문에 떡 하니 자리잡은 사진한명라
책상 앞에는 암기해야 할 수학 공식과 또 한장의 사진이...
책상 앞에는 암기해야 할 수학 공식과 또 한장의 사진이...한명라
"은빈아~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신혜성하고 너하고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은 것 아니야?"하고 물으면, "엄마, 신혜성이요 띠 동갑도 괜찮다고 했어요"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합니다.

"엄마는 은빈이 네가 지금 그렇게 무작정 신화를 좋아하는 것보다, 신화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할 만큼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지금 너는 수많은 신화 팬들 중에 한 사람일 뿐이잖아. 아마 신화나 신혜성은 홍은빈이라는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 걸?"

"엄마는 엄마 딸이 얼마나 팔방미인인지 너무 몰라요. 공부도 잘 하지, 그림도 잘 그리지, 영어도 잘 하지, 게다가 성격도 좋아서 친구들도 많지… 뭐 하나 못하는 게 있어야죠. 저는요, 꼭 서울로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가고 말 거예요."

어디서 구해 오는지... 종류도 가지 가지입니다.
어디서 구해 오는지... 종류도 가지 가지입니다.한명라
한명라
요즘 딸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런 거침 없는 자신감과 자유로움, 그리고 당당함이 부럽기조차 합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나지막한 소리로 딸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래 딸아 미리 할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보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아무리 이루기 어려운 꿈일지라도 처음부터 그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소중하게 가꾸어 가다 보면 그 꿈은 꼭 이루어지고 말 거야. 엄마는 네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이 어떤 것인지 비록 다 알지 못해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단다. 너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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